[사설] 정치권 단골메뉴 ‘동물병원 진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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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권 단골메뉴 ‘동물병원 진료비’
  • 개원
  • [ 172호] 승인 2020.03.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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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수의계가 난감해지고 있다.

반려인 1,000만 시대를 맞아 반려동물 문제는 보호자뿐만 아니라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사가 됐다. 그만큼 표심을 잡는데 효과적일 수 있는 진료비 문제는 일종의 포퓰리즘처럼 정부나 시민단체들의 단골 메뉴가 돼버렸다.

더불어민주당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반려동물 첫 번째 공약으로 반려동물 진료비 개선 문제를 내놨다. 동물병원 진료비의 체계 개선을 위해 진료비 사전고지제와 공시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보호자들이 진료비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동물병원별로 진료비를 공시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의료비 절감방안을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는 방침과 함께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로 동물의료협동조합을 언급하기도 했다.

동물병원 진료비 관련 공약들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제도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진료비 공약이 동물의료체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제안되다 보니 수의계는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진료비 사전고지제의 경우 이미 메디컬에서 실패한 정책이다. 진료 케이스마다 상태와 정도가 달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진료비를 같은 값으로 매겨 가격을 책정한다는 것은 공산품이 아닌 이상 적용할 수 없는 일이다.

메디컬이 시행한 수가제 선례에서 봤듯이 의료를 가격이란 숫자로 제한하게 되면 의료의 질을 기대할 수 없고 의료 선택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동물의료협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수익에 좌우되지 않아 진료비 부담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메디컬에서 겪었듯이 저수가 진료로 양질의 수의료 진료를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동물병원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국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진료를 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합당한 가격으로 양질의 진료를 받고 싶은 것이다. 때문에 동물의료체계에 대한 이해 없이 진료비를 내리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수의사는 최선의 치료에 제한을 받게 되고 반려동물들 역시 최선의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진료항목 표준화의 경우도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를 언급할 때부터 수의계가 먼저 요청해왔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되레 동물병원이 진료항목 표준화를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수의계에 진료항목 표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진료비 문제를 동물병원에만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진료비 부담을 줄이려면 무엇보다도 국가의 공공영역에서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람의료가 사회적 공공재란 인식 하에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수의료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

진정으로 진료비 수준을 합리화하고 동물의료체계의 발전과 반려동물 문화를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단순히 동물병원 진료비를 내리는 일차원적인 접근이 아니라 동물의료체계를 바탕으로 한 심도 있는 논의로 올바른 방법을 찾는 것이 보호자는 물론 반려동물을 위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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