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진료비 사전고지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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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결국 진료비 사전고지제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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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73호] 승인 2020.04.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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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국 동물병원 진료비의 사전고지제와 공시제를 밀어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최근 동물병원 진료비를 사전 고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공시제에 따라 동물병원들은 진료비를 공개한 책자를 병원 내 비치하고, 홈페이지 등에 게재해 보호자들에게 미리 고지해야 하며, 수술이나 수혈 등의 중대한 진료를 할 경우에는 진료비와 진료내용 등을 사전에 설명하고, 예상 진료비용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또 진료비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공시한 진료비와 다르게 받을 경우 시정명령 또는 동물병원 시설 장비 이용을 금지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곧 진료를 하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도 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직접 진료항목별 평균 가격 또는 가격 범위를 정해 진료비를 고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애초 정부는 반려인들에게 진료비 정보 제공 차원에서 사전고지제와 공시제를 시행한다고 했으나 이제 와서 직접 진료비를 공개하겠다고 하는 것은 동물병원 진료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는 동물의료 행위를 공산품 취급하며 가격을 매겨 조정하겠다는 것으로 동물의 생명이나 복지는 안중에도 없는 발상이자 수의분야 전문가인 수의사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번 개정안에서 수술 전 설명의 의무가 의과보다도 더 강화됐다는 점은 납득할 수가 없다. 개정안에는 진단명과 수술 필요성 및 방법, 예상 후유증 또는 부작용, 수술 전후 보호자의 준수사항 설명과 수술동의서 설명이 의무화됐다. 의과도 설명의무가 있고 수술 전 서면동의를 받지만 동물병원처럼 예상 진료비에 관한 사항까지 설명하도록 하지는 않았다.

동물의료 특성상 동물의 종과 연령에 따라 검사항목과 시술법이 다르고 진료 과정을 통해 진료방법이 추가 또는 변경될 수 있어 미리 진료비를 산정해서 보호자에게 설명하라는 것은 수의료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더욱이 동물병원의 진료 표준화도 안 된 상태에서 진료비 사전고지제와 공시제를 시행한다면 그야말로 동물병원은 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잘못된 제도로 인해 동물병원들과 보호자들이 감수해야 할 부작용과 후폭풍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과의 실패한 비급여 수가고시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진료비를 공개하면 진료비는 하락하게 된다. 진료비가 하락하면 당장 소비자는 좋아할 수는 있으나 결국 의료의 질은 떨어지고 임상 자체가 퇴보하면서 동물들은 양질의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반려동물시장과 산업은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수회를 비롯한 수의계 단체들은 진료항목 표준화의 선행을 외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정부 행태로 봐서는 소귀에 경 읽기다. 따라서 진료 표준화 선 시행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료비 사전고지제와 공시제 시행에 대한 강력한 투쟁 입장을 보일 필요가 있다.

당장은 고가의 진료비 문제를 해결하고 반려인들에게 달콤한 제안이 될 수는 있으나 동물의료 현실을 무시한 준비 없는 제도로서 수의료 임상의 퇴보와 시장의 위축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결국 보호자들과 반려동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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