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래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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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래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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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79호] 승인 2020.07.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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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넘게 대금을 배우고 있으나 아직도 미숙하여, 대금 연습을 하면 아이들은 각자 방문을 닫아 버린다. 주변에 시끄럽지 않게 일정 시간을 정해서 조심조심 연습하고 있는데, 아내는 한 술 더 떠서 연주 듣고 싶으면 전문가를 부르지 왜 힘들게 직접 연주를 하느냐고 기를 죽인다.

가끔은 내가 왜 이렇게 어려운 대금을 연주하려고 노력하는지 스스로 의문을 가진 적도 있지만, 음악을 통해서 인격이 완성된다는 공자의 말씀(詩는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예절을 통하여 절도와 규율이 서며, 음악에서 성정이 순화 되어 인격이 완성된다. 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論語, 泰伯)을 새기며 열심히 연습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에 詩經(시경)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시와 노래를 부르는 이유를 알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그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경은 사서삼경 중의 하나로 주나라 시대(B.C. 11-B.C 6)의 韻文(운문)을 모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시가집이다.

그 내용은 당시의 역사, 정치, 경제, 군사, 문화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나 애정에 이르기까지 사회생활의 각 방면을 반영하고 있다. 

시경은 당시 열다섯 제후국의 民歌(민가)인 國風(국풍)과 궁중의 연회에서 즐긴 小雅(소아)와 조회할 때 사용한 大雅(대아), 그리고 제례에 사용된 頌(송)을 합쳐 총 311편이 수집 되어 있는데, 그 중 小雅(소아) 6편은 가사가 없어 실제로는 305편만 전해지고 있다. 작자는 대부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시경은 후세 시인들의 창작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사람들은 시경으로부터 현실에 대한 관심과 강한 도덕 의식, 진지하고 적극적인 인생 태도를 배웠다.

1200년 경 南宋(남송) 시대의 朱熹(주희)는 시경에 주를 달아서 詩集傳(시집전)을 냈는데, 그 서문에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르는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시는 어째서 짓는가? 내가 그 것에 대해 대답한다. 사람이 살면서 고요한 것은 천성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사물에 감응되어 움직이게 되는 것은 天性(천성)의 작용(욕구)이다. 이미 욕구가 생겼다면 생각이 없을 수 없다. 생각이 있다면 말이 없을 수 없다. 말이 있는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어서 탄식을 하고 영탄을 해서 나온 결과, 자연스러운 음향과 음악의 고저 장단이 생겨 그것을 그만 둘 수 없으니 이것이 시를 짓는 이유인 것이다.”

(或有問於予曰. 詩, 何爲而作也? 予應之曰. 人生而靜, 天之性也, 感於物而動, 性之欲也. 夫旣有欲矣, 則不能無思, 旣有思矣, 則不能無言, 旣有言矣, 則言之所不能盡, 而發於咨嗟歎之餘者, 必有自然之音響節族而不能已焉, 此詩之所以作也. 朱熹 詩集傳注序)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운율과 장단에 맞게 소리 내는 것이 노래고, 악기를 빌려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연주라면 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움직임인가?

오히려 그것을 억제하고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이 더 힘들 것 같다. 이제 악기를 왜 연주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생겼다. 그것은 사람이 가진 천성의 작용 때문이라고.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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