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유 박사의 동물병원 경영④] 전문가로서 주의해야 할 용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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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유 박사의 동물병원 경영④] 전문가로서 주의해야 할 용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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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92호] 승인 2021.01.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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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마케팅’은 ‘보호자 동참·보호자 교육’으로 대체

최근 저는 ‘마케팅’, ‘세일즈’,‘병원 수익’등의 제목이 적힌 기사들에 다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이 모두 수의사는 아니지만,독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학위나 자격증을 갖춘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사 내 본문에서도 ‘세일즈’와 ‘미케팅’이 계속 반복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이 개념들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기사들을 볼 때마다 저는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수의사가 될 때 했던 선서(VeterinaryOath)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역자주:미국에서는 수의대를 졸업할 때, 최근 국내에서는 수의예과에서 본과로 진입할 때생명존중에 대한 수의사의 마음 가짐에 대한 선서를 합니다.) 

이러한 글의 저자들은 우리 임상 수의사들에게 상품을 기획하고 상업주의를 가르치는 것에 종사하며, 그 글을 기고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받고 마케팅 전문가로서 이름을 알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태가 단지 마케팅 전문가들의 문제라고만 할 수 있을까요? 우리 수의사들이 할 일은 외부 연자나 저자들이 주장하는 세일즈나 마케팅, 이윤 추구가 수의 전문가로서 정말로 우리가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인지 판단하는 것입니다.  
 

■ 판매업 vs 전문업(Merchandising vs Professionalism)
잠재적인 고객을 유치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비용이나 편리성,관계,특별함이나 인지한 가치(perceived value)는 어떤 사업 분야에서든 잠재적인 고객들이 매력을 느끼는 사항들입니다.

전문가로서 우리가 기억해야할 오직 한가지는 우리는 수의학을 전수받기 위해 6~10년간의고등 교육과 졸업 후 다년간의 훈련을 받아왔다는 것입니다.

우리 수의임상가는 진열대에 전시된 상품을 파는 판매자가 아니며,판매는 우리가 다년간 축적한 전문 지식과 기술 훈련에서 요구되는 가치도 아닙니다. 보호자(구매자가 아닌)가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으로 맞아 건강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조언을 들으러 방문하는 전문가라는 우리의 위치를 우리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할 것인가
보호자가 동물병원에 방문할 때 환자의 진단과 치료 과정의 흐름에 대해 설명하는 ‘수의 가치사슬(Veterinary Value Chain)’이라고 하는 체계적 구조가 있습니다. 이 가치사슬의 18~20단계 중 가장 중요한 단계는 보호자의 ‘동참’(Adherence)입니다.

이것은 보호자가 수의사의 추천을 받아들여 수의사가 처치를 진행하게끔 동의하는 과정입니다. 과거에는 이 과정을 ‘순응’(Compliance)이라고 불렀으며, 단순히 보호자가 수의사의 지시를 받아들여 따르는 것이었습니다.

약 15년 전 미국의 많은 의대 학장들이 학회를 열고 ‘순응’이라는 단어의 부적절함에 대해 논의했는데,왜냐하면 이 ‘순응’이라는 단어는 마치 법이나 경찰의 명령,부모의 가르침처럼 환자가 의문을 가지지 않고의사를 따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수시간 동안 진행된 학장 회의에서 ‘순응’이라는 단어 대신 ‘동참’이라는 단어가 선택되었습니다. 미국 의학에서 이 ‘동참’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수용하고 적응한 뒤, 의대생들이나 대학병원의 교수진,기타 의료진들은 환자 치료의 문화가 변화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매우 기뻐했습니다.

이 새로운 문화는 환자 교육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가 설명하는 것을 토대로 처방이나 처치 방향을 환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그들의 결정을 존중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수의학에서도 ‘순응’이 아닌 ‘동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자는 시류가 많은 동의를 얻으며 널리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는 단순히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진료를 수행하는 근본적인 방법을 제공합니다. 미국의 의료산업은 ‘순응’을 ‘동참’으로 바꾸는 단순한 용어 변경을 통해 환자 치료의 가치를 변화시켰습니다.

‘순응’의 형태로 내려졌던 의사의 지시는 환자에게 제공된 모든 선택사항을 바탕으로 환자가 직접 선택하는 ‘동참’ 기반의 의료적 처치로 변경되었습니다.
 

■ 우리가 목격한 용어의 변화들
용어의 변경을 통해 일상적인 수의 임상에서 변화가 목격될 예시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비록 상징적인 제스처일 수도 있지만, 용어의 의미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큰 차이를 만들 것입니다. 
 

- 마케팅(marketing) : 보호자 교육(clienteducation)
- 세일즈(sales) : 신뢰 얻기(adherence)
- 이익(profits) : 재투자를 위한 자금(marginforreinvestment,MRI) 
- 구매자(customer) : Client(고객, 문맥상 수의학 관련 문장에서는 보호자로 번역했습니다)
- 주인(owner) : 보호자(parent)
- 직원(workers, employee) : 팀 구성원,멤버(teammembers)
- 견적(estimate) : 치료 계획(treatmentplan)
- 가격(price) : 비용(fee) 
- 대기실(waitingroom) : Receptionroom(완벽하게 매치되는 한글이 없어 원어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손님을 환영하고 접대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 사체처리(disposal) : 사후처치(after-care)

 

제가 처음부터 올바른 어휘의 사용을 주장해온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마케팅 : 마케팅의 정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행위’입니다. 상업주의에서 이야기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고등교육이나고도의 훈련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제품 정보에 대한 교육이나 상품 배송,제품이 기능을 하도록 서비스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간단한 업무는 최소 6~8년이 요구되는 수의학 교육과 비교하면 매우 짧은 훈련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수의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일은 마케팅이나 세일즈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것입니다.

다른 상업 영역에서의 마케팅이나 세일즈를 위한 노력은 몇 달 또는 최소한의 교육을 필요로 하는 반면, 수의사로서의 일은 6~8년의 대학교육과 졸업 후 훈련을 통해 획득됩니다.
만약 우리가 의료 활동에서 세일즈나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면,우리는 스스로를 판매자로 전락시키고 말 것입니다.

인의에서 의사나의사협회가 세일즈나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사용할까요?만약 여러분의 주치의가 마케팅이나 세일즈를 배우기 위한 학회에 참가했다면 여러분들의 기분은 어떻겠습니까?
따라서 수의 전문가로서 우리가 추천하는 처치의 가치를 보호자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마케팅이라는 용어대신 ‘보호자교육’이라는 올바른 용어를 사용해야 합니다.
‘세일즈’대신 사용되는 ‘동참’은 보호자가 치료계획의 가치를 이해한 뒤 전문가의 추천 사항을 받아들이는 행위입니다.수의학에서 ‘세일즈’라는 용어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제품을 거래하는것이 아니고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세일즈 : 수의 전문가는 판매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며, 보호자가 처방된 의료 절차를 수용함에 따라 수의사는 의학적 지식과 환자의 케어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동물병원에서 실시되는대부분의 절차는 자격이 있는 임상가에게만 허용된 것입니다.따라서 ‘세일즈’와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보호자의 동참’과 ‘보호자 교육’으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이익 : 이는 수의 진료 전문가의 원칙을 부정할 수 있는 또다른 용어입니다.
우리는 고통과 질병으로부터 환자가 벗어날 수 있는 인도적인 행위를 할 것임을 수의사 선서를 통해 맹세했던 전문가들입니다. 비록 이익이 병원 경영 확장을 위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 목적의 일부일지라도 이는 우리가 근원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가 아닙니다. 
수의 사업의 확장은 의술이나 장비, 기기에 대한 투자를 통한 품격있는 환자 케어와 인도적인 서비스로부터 비롯될 수 있습니다. 즉, ‘이익’은 ‘재투자를 위한 자금(Margin of Reinvestment, MRI)’으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팀 구성원’을 승진시키거나 임상의에게 인센티브를 주거나 경영적인 이점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 등을 위해 MRI 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전문적이고 존경받는 동물병원을 경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구조입니다. 

MRI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총매출액(Gross Revenue) – 지출총액(Total Expenditure) = 재투자를 위한 자금(Margin of Re-investment, MRI)

MRI는팀(구성원)의 혜택과 경영 확장, IT와 인공지능으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기, 더 좋은 기기를 구입하기와 같은 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해 사용됩니다.

‘총 매출액-지출총액=MRI’는 제가 지난 30년 동안 미국에서 상담해온 엘리트 경영 관리에서 윤리적인 병원 경영을 위한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총 매출액은 반드시 의료행위로 벌어드리는 돈의 금액만이 아닙니다. 이는 진단과 처치,수술이나 처방의 가치에 대해 보호자를 교육한 뒤, 그들의 동참을 얻어 요청된 진단이나 치료 행위 등까지 포함된 기술적 일의 양입니다.

우리가 수의대에서 진심으로 맹세했던 수의사 선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동물의 고통을 예방하고, 경감시키며, 동물 자원을 보호하고, 공중보건을 증진한다.”

보호자가 아닌 사마리아인이 응급 처치를 필요로 하는 상처입은 동물을 도와주고 싶어 병원 진료를 요청했다면, 여러분은 보호자인지 아닌지에 관계없이 또는 이 사람의 재정상태와 관계없이 내원을 허용하실까요?

수의사 선서는 고통에 빠진 동물을 돌보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며 맹세라는 원칙을 분명히 지시하고 있습니다. 수의대를 졸업하고 수의사가 된 후 얼마나 많은 수의사들이 우리가 약속했던 이 선서를 따르고 있을까요? 또한 우리가 했던 맹세는 ‘공중보건’ 분야에도 적용됩니다.

만약 반려동물의 분변검사 결과 Giardia나 Coccidia가 확인된다면, 우리는 인수공통 전염병인 이 질병에 대한 위험성을 보호자에게 설명하고,보호자에게 결과를 보내주거나 보호자의 소아과 의사나 내과의사, 산부인과 의사에게 정보를 보내주고 있을까요? 임신한 여성이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입양한 고양이와 함께 내원했는데진균이 진단된다면여러분은 어떻게해야 할까요?

이는 우리가 했던 의사 선서에 분명히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행동들은 우리가 따르기로 약속했던 환자와 보호자,사회에 대한 ‘의무’이지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우리가 이익을좇으려고 한다면, 우리는 환자에 대한 연민과 전문가 정신을 잃고 말 것입니다. 반대로 만약 우리가 수의사 선서가 표명했던 환자에 대한 연민과 품격을 추구한다면,지속적으로 풍부한 MRI가 우리를 따라올 것이므로결국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견적과 견적서: 만약 당신이 ‘견적’을 제시한다면,당신은 서비스의 총 양에 대한 관심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치료계획’을 제시한다면,이는 의학적 요소에 대한 관심을 설명하는 것이지 서비스에 요구되는금액을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검사나 치료에 대해 설명하는 의료진과 수의사의 노력을 보호자가 알게 된다면, 환자의 치료에 드는 금액을 묻기보다는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중고차 매장이나 상점에서 견적서를 받지,병원에서 견적서를 받지는 않습니다.

고객: 영어에서는 Customer (구매자)와 Client (고객, 문맥상 이 글의 수의학 관련 문장에서는 보호자로 번역했습니다)의 차이를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지만, 한글 번역에서 이를 뚜렷하게 구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Customer라는 단어는 상품을 판매하는 환경에서 사용됩니다. 수의사뿐만 아니라 변호사나 회계사, 자산관리사와 같은 전문가들은 전문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client를 맞이하게 됩니다.

Client는 다년간 축적된 전문가의 학문적/실제적 경험으로부터 나온 전문 조언을 구하며,이들을 전적으로신뢰하고 의존합니다. Client라는 용어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수의사-보호자의 유대’를 토대로 하며,customer보다 더 존경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주인: 누가 누구의 주인일까요?물론 우리는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공평하고 평등하게 하기 위해 ‘동물 보호자(parent)’나 ‘client (고객)’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직원이나 고용인: 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용어로써 협동적이고 좋은 일이 일어나도록 힘을 모아 지원한다는 의미를 함축한 ‘팀 구성원’이 있습니다.

노동자나 직원, 고용인은 ‘팀 구성원’에 비하면 덜 긍정적입니다. 따라서 우리는팀 구성원이라는 용어를 의식적으로 지속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용어는 우리의 의도와 관심, 인식의 정도를 표현합니다. 대화를 하거나 글을 작성하는 동안 표현하는 용어를 상대방은 문자 그대로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대기실’은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반면, ‘Reception’이라는 용어는 보호자는 환영받는 손님이며, 접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역자주: 영여의 Reception은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과 같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많은 동물병원에서는 진료의 연장으로 안락사가 진행된 환자의 ‘사후 관리’를 ‘사체 처리’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많은 이들에게 이 용어를 교정하도록 조언했으며, 컨설팅이나 강의, 출간물을 통해 이를 변화시키는데 거의 수십년을 소요했습니다. 결국 이런 단어들이 동물병원의 서면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고 표현하는 용어를 통해 상대방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낄 수도 있으며, 그와 반대의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컵이 반쯤 비었다는 것은 컵의 다른 부분은 반쯤 찼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표현하는 방법은 비록 의미가 완전히 동일하다고 하더라도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전혀 다른 기분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Henry K. Yoo
DVM, MSc, MBA
Infinity 의료컨설팅 최고자문위원
미국 Western University 병원 경영‧관리 외래교수
henry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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