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등 굽은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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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등 굽은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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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17호] 승인 2022.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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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 밀알이
새싹 눈 뜨고 맺은
연초록 꽃망울 보조개로 피어나고

꽃 처녀 눈가에
초롱초롱 매달렸던
사랑의 이슬방울은

이젠, 떨어질
메마른 잎새조차 없는
앙상한 벌거숭이로 남았구나

등 굽은
고목에 맺힌
새벽이슬은
노파의 피눈물이다

지난날
아들, 손자 태웠던
빈 유모차 밀며
지나간 옛 추억 더듬으며

오늘도
고달픈 꼬부랑 인생
파지 실은 유모차 끌고
가파른 언덕길 오르고 있다



얼마 전 2022년 호랑이 해를 맞이하였다. 몇 년 전만해도 설은 새해를 맞이하여 부모님과 어른들을 찾아 뵙고 세배 드리면서 덕담을 주고받던 정감 넘치는 아름다운 명절이었다.

이제는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을 핑계 삼아 고향에 계신 노부모님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최근 매스컴을 통해 안타까운 소식들이 간혹 들리는데, 유기동물 마냥 천륜(天倫)을 저버리고 노부모님을 헌 신짝처럼 버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핵가족과 노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노인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크게 이슈화가 되어가고 있지만, 그에 맞는 복지대책이 못 따라가면서 아무도 모르게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를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몸과 마음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지금처럼 항상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우리도 세월 따라 늙어갈 수밖에 없는데도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른 세상에 사는 이방인처럼 보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운전 중 차창 너머 파지 실은 유모차를 힘들게 밀고 언덕을 오르는 노파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네 부모님들과 다가올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다.

어린 자식과 손자를 키웠던 유모차에 세월 무게로 노파가 의지하는 모습이 가슴이 아팠다. 파지를 줍는 노파는 자식이 없는지..., 아니면 자식 있어도 찾지 않는 존재가 되었는지..., 머릿속은 복잡하게 많은 생각들이 일어났다.

그동안 쏟았던 열정의 일부를 우리들의 노후를 위해 얼마만큼 대책을 마련해 두었을까? 스스로 질문을 해보지만 뾰쪽한 답이 없다.

코로나19가 지난 2년간 지속되면서 정부의 코로나 방역대책을 핑계 삼아 부모님을 찾지 않으면서 국내외 여행을 우선시하는 걸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된다.

앞으로는 더욱 더 외면 받는 우리들의 부모님이자 다가올 우리들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느낌을 본 시를 통해 시대상(時代相)을 그려보면서 효(孝)라는 것과 노후대책에 대해서 독자들이 한번쯤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담아 보았다. 

 



心湖 문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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