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②]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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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호 교수의 영화이야기②]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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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20호] 승인 2022.03.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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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치유하는 이야기

여전히 한·일 간에는 갈등도 있고, 우리 입장에서는 상대에 서운한 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는 점이 많은 두 나라는 정서적으로 서로 공명하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기억하는 주요 일본 영화로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있었는데,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이번에 관람한 ‘드라이브 마이 카’이다. 

본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세계적인 소설가의 원작을 일본의 차세대 봉준호라고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으로 무려 2시간 59분에 이르는 상영시간임에도, 그리고 화려한 장면이 없음에도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였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만하다. 

영화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프롤로그와 본 편, 그리고 액자식 구성이라 할 수 있는 영화 속의 연극 이야기이다.

보통은 1~2분 정도의 프롤로그 뒤에 감독과 주연배우들의 이름과 영화제목을 활자로 띄우는 오프닝 타이틀이 나오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이 영화는 무려 50분 가량의 프롤로그가 지난 후에 오프닝 타이틀이 나온다. 

이 프롤로그는 사실 주인공 가후쿠의 아내 오토의 독백임과 동시에 그녀가 남편에게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후 본 편은 가후쿠가 우연히 오토의 외도를 목격한 후 곧바로 그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운전기사 미사키를 만나는 전개로 이어진다. 주인공 가후쿠는 녹내장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고 그로 인해 좁아진 시야는 자동차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세상을 전체로 보지 못하고 좁아진 시야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그래서 더 큰 사고를 당하게 되는 가후쿠의 현 상황을 잘 암시한다. 

그 사이사이에 주인공 가후쿠가 연출을 맡은 안톤 체호프의 연극 ‘바냐 이야기’의 제작현장을 담은 에피소드가 액자 식으로 삽입되어 있다.

그리고 아내 오토의 외도 상대로 추정되는 다카츠키를 늘 자신이 해왔던 주인공 바냐 역으로 배정하는 것 또한 가후쿠의 편협한 시야를 묘사하는 또 하나의 장치이다. 이어지는 클라이맥스에서 가후쿠는 미사키의 고향인 눈 쌓인 홋카이도 시골마을에서 자신과 트라우마를 겪었던 미사키의 과거를 마주하면서 마침내 서로를 보듬고 치유하며, 이내 영화 속 연극으로 이어진다.

가후쿠의 연극 ‘바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주인공들이 자국어로 상대방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독일어, 인도네시아어에 심지어 한국 수어까지 나온다. 

그리고 영화 속 연극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언어로 상대방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감독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데에는 꼭 동일한 언어가 아니더라도 손짓 등 몸의 움직임과 그저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관객에게 전한다. 

원래 부산에서 촬영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히로시마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는 세 명의 한국 배우가 나오고, 미술 또한 한국 스탭이 맡았다. 이 중 박유림(이유나 역)과 진대연(공윤수 역) 배우는 비중이 큰 조연으로 특히 이유나를 연기한 박유림 배우는 대사 한마디 없이 한국 수어를 사용하여 인상적이었는데, 다국적 언어가 큰 장치인 영화에서 감독의 의도를 극대화 하는 역할로 활용된다. 

주연 포함 배우들 연기 역시 정말 좋다. 작년 한해 본 영화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영화로 이제는 극장에서 보기 어렵겠지만 일부 OTT에서 제공하지 않을까 싶다. 관람을 추천한다.

 











노상호 수의사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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