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온다
구름에 달 가듯
한 장씩 찢는 달력
널브러진 일상 쪼개어
매일매일 약속 새겨 넣고
그날이 오면 다람쥐 쳇바퀴 숙제 한다
하늘과 이미 약속된 시간
이 세상 떠나는 그 순간까지
몸의 일정 변화 요동치고
예약 일정 취소되면
또 새로운 일정 따라
그렇게 인생은 흘러만 간다
나약해져 가는 심신 붙잡아
청춘의 촛불 지펴보지만
거센 바람이 가만두질 않으려 하네
詩作 배경
우리의 삶이 늘 보이지 않은 틀에 갇혀 다람쥐 쳇바퀴마냥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몸과 마음속에는 자기 자신만의 일정표(스케줄)에 따라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조물주가 준 자신의 삶의 일정표는 상황 따라 수시로 일정이 변경되겠지만, 결국은 모든 게 처음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간다.
ICT, 빅데이터, AI 등 우리가 편리할 거라고 만든 각종 도구 속에 움직이는 현대사회는 생명체인 사람이 숨을 쉴 조차 없을 정도의 사색의 틈도 주지 않아 감성이 메말라만 간다.
따르릉~~ 기상 소리와 함께 출근한 아침, 사무실 컴퓨터의 E-메일 여는 순간부터 전화벨과 카~톡 소리 등에 쌓여가는 일정을 소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만 간다.
필자도 업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채 해결도 하기 전에 실시간 계속 쌓여지는 업무를 보면서 답답한 심정을 탓하면서도 다시 마음을 붙잡고 다짐하면서 쓴 시다. 동물병원 진료 및 방역 등 각종 수의학적 현장에서 일정에 매달려 끌려가는 수의사들에게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정표를 잘 그리면서 잠시라도 마음의 시간을 늦추었으면 한다.
心湖 문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