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가 인하가 아니라 정상화가 살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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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가 인하가 아니라 정상화가 살 길
  • 김지현 기자
  • [ 44호] 승인 2015.04.0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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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들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이 바로 수가 인하다. 큰 노력 없이 진료비를 싸게 해주는 것만큼 쉽게 보호자를 잡는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료비를 낮추면 당장의 매출은 발생한다. 하지만 박리다매를 할 수밖에 없고 결국엔 제살 깎아먹기가 된다.
게다가 주변 동물병원에까지 가격 낮추기 경쟁을 부추겨 다 같이 자멸하는 길로 가게 된다.
가까운 인의 치과계를 보더라도 수가 덤핑을 앞세운 소위 덤핑치과 네트워크가 생기면서 치과계 전체가 사양길로 접어드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수가인하 경쟁이 붙다 보니 치과병의원들의 매출을 크게 하락시켰고 결국 회복하지 못할 수준까지 도달하면서 화려했던 비보험시대는 막을 내리고 보험진료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치과계의 전철을 밟듯 수의계도 지금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아직 수의계는 매출 면에서 치과계의 전성기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르는 게 값이라며 진료비 원가 논란에 휩싸였던 치과계처럼 동물병원도 수가로 인해 보호자와 사회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처럼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다는 인식은 일차적으로 인의 쪽 보험진료비에 익숙해 있는 보호자들이 수가를 단순비교 하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여기에 동물병원들도 진료비에 대한 타당성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이런 보호자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한 대안으로 반려동물 사보험화가 제기되고 있지만 여러 시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호자들이 사보험을 택하기보단 병원을 가지 않는 방법을 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호자들이 납득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료비 책정에 대한 기준과 가이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일부 병원에서는 수가에 대한 가이드를 마련해 보호자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또 수의계 최대 컨퍼런스 중 하나인 영남수의컨퍼런스가 이번 제6회 컨퍼런스의 기본 방향의 하나로 행위별 수가제를 풍성하게 하는 것으로 잡고 다양한 강의를 준비했다는 것은 수가 책정 기준 마련에 대한 개원가 욕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행위별 수가제 도입은 동물병원 진료비가 단지 주먹구구식으로 책정된 비용이 아닌 행위 수당을 통한 객관적인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진료비에 대한 타당성을 보호자들에게 직접 확인시키고 이해를 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를 근거로 당당하게 진료비를 제시하고 보호자를 납득시키는 것은 오히려 병원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뿐만 아니라 충성도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
진료비 할인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진료비는 정당하게 받돼 서비스 혜택을 더 주는 방식으로 수가를 정상화 시키는 것은 자기 동물병원뿐만 아니라 서로 공생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다른 동물병원과의 차별화 경쟁은 수가인하 경쟁이 아니라 수가 정상화가 바로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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