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상태바
[사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
  • 김지현 기자
  • [ 52호] 승인 2015.06.11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의테크니션’은 수의계의 뜨거운 감자다. 수의테크니션의 업무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은 동물병원 내 스탭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현행법상 ‘자가진료’가 허용돼 있는 이상 찬?반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테마다.
하지만 동물병원 매출에 수의테크니션이 미치는 영향이 높다는 것이 수치적으로 입증되고 있고 원장들도 직접적으로 느끼면서 수의테크니션 역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수의사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수의사회 경영활성화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수의테크니션이 많을수록 동물병원의 수익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수의테크니션 1명이 증가할 때마다 20%의 수익 상승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병원 당 수의테크니션 숫자는 평균 1.54명으로 수의사 1명 당 수의테크니션이 0.54명에 그쳐 미국 수의사 1인당 4.3명과 비교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수의테크니션이 한 명도 없는 소규모 병원도 절반에 달한다. 즉, 수의테크니션의 임상 보조 역할에 따라 수익 개선효과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실제 인력 활용도는 거의 없다는 얘기다.
더 중요한 것은 인식의 문제다. 수의테크니션의 긍정적 효과보다도 불법진료와 자가진료를 양성화 시키는 것이라는 두려움이 아직 더 크다.
때문에 자가진료 폐지를 먼저 해결해야만 수의테크니션도 가능하다는 논리로 제도 도입 여부는 제자리걸음만 해왔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란 속담이 있다.
부작용을 우려해 수의테크니션을 제도화 하지 못하는 것 보다는 제도를 올바르게 정착시켜 수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이를 통해 매출 상승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내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여기에는 수의테크니션의 업무와 수의사의 업무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의테크니션은 철저히 ‘수의료 보조인력’으로서 그 업무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치과계의 예를 들자면 수의테크니션에 해당하는 진료 보조인력이 치과위생사다. 치과위생사는 치과의사의 임상보조 업무를 수행하며 일반 사무나 서비스 인력과는 구분된다. 치과위생사를 인정한다고 해서 이들의 불법진료가 양산되지는 않았다.
이를 벤치마킹해 수의테크니션을 제도화 하고 철저히 수의료 임상 보조인력으로서 업무와 역할을 규정한다며 오히려 불법진료를 막는 길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동물간호협회가 출범하고 수의임상 컨퍼런스 현장에서 패널 토론이 진행될 정도로 수의테크니션에 대한 관심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불법진료와 자가진료 우려라는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수의테크니션으로 인해 수의사의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다. 오히려 수의테크니션이라는 보조인력을 통해 수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병원경영 개선효과까지 있다면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다.
이것이 수의테크니션을 제도화 하고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이유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클리닉 탐방] VIP동물의료센터 동대문점
  • 동물병원 특화진료 ‘전문센터’ 설립 경쟁
  • [연자 인터뷰 ㉟] 김하정(전남대 수의내과학) 교수
  • 현창백 박사, V-ACADEMY ‘심장학 세미나’서 심근증 다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