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시론
[시론] 君子不器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61호] 승인 2015.08.13  13:22:47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국내에서는 수의전문화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지속적인 논의를 해오고 있지만 큰 진척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는 1940년대 말부터 수의병리 전문수의사, 실험동물  전문수의사, 공중보건 전문수의사를 위시로 현재는 20여개의 전문수의사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 수의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수의학 과정만 다시 4년을 공부한 다음 인턴을 1년 그리고 레지던트를 3년 이수해야만 전문의 취득자격이 주어진다. 이렇게 하여 취득한 전문 지식은 일생의 경쟁력을 가지고 수의학에 이바지 하게 된다.

국내의 수의학 교육은 예과 2년에 본과 4년이 전부이다. 대부분의 수의사는 졸업 후 개인적으로 병원에서 다년에 걸쳐 수련을 하여 개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수련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자격 수여 기준이 없다.

국내의 일부 대학에서는 전공과정에 대한 교육시간이 부족한 점을 일부 타개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예과과정에 전공과목을 도입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예과과정에서 배우는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생물 화학 등이다. 이러한 과목들은 고등학교에서 모두 배운 과목으로 필요에 따라 추가적인 배움의 기회를 개인적으로 가지면 될 과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수의사가 기능능인에 머무르지 않도록 예과 과정 중에 인문학 등의 과목을 선택하도록 폭을 넓힐 필요는 있을 것이다.

논어 爲政편 제 12장에 “군자는 그릇노릇하지 않는다(子曰 君子는 不器 니라)”라고 하였다. 그릇은 한 용도에만 한정되어 사용될 뿐 두루 쓰이지 않는다. 그러나 도를 얻은 군자는 하나의 재주만 가지고 사는 사람이 아니고 두루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는 논어 자한(子罕)편 제 2장에서도 볼 수 있다. 달항 고을의 사람이 “위대하도다. 공자여! 널리 배웠으나 명성을 이룬 바가 없구나(達巷黨人曰大哉라. 孔子여! 博學而無所成名이로다)”라고 하자 공자가 이 말을 듣고 문하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였다.

“내가 무엇을 전문적으로 다룰까? 마부로서 말을 모는 것을 전문으로 할까? 활쏘기를 전문으로 할까? 나는 말을 모는 것을 전문으로 하겠다(子聞之하시고 謂門弟子曰이라. 吾何執고? 執御乎아? 執射乎아? 吾執御矣로리라)”

공자는 자신이 박학다식하지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없다는 달항 사람의 말에, 군자는 그릇과 같은 전문인이 아니고 두루 쓰이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겸사 또는 농담으로 선비가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 기능(六藝) 중 비교적  쉬운 말을 모는 것을 전문으로 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참고로 六藝는 禮樂射御書數으로서 예는 일상생활에서 갖춘 상대에 대한 예를 말하고, 악은 음악, 사는 활쏘기, 어는 마부로서 말을 모는 것, 서는 글쓰기, 수 산수하기를 말한다.

수의사라는 직업을 수행하면서 하나의 기능인으로서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는 예과 과정에서 인문학적인 소양을 구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우리나라 수의학 교육과정을 미국과 비교해 보았을 때 절대적으로 전공과정에 대한 교육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과를 전공과정의 과목으로 대체하면서 동시에 리더십을 배양하도록 지도한다면 미래의 수의사들은 수의학의 전문가이면서도 사회에 두루 쓰일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 박재학 교수

 

개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오시는 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04167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33, 2412호  |  대표전화 : 02-6959-9155  |  팩스 : 070-8677-6610
등록번호 : 서울, 다10819  |  발행처 : 제이앤에이치커뮤니케이션  |  발행인 : 김지현  |  청소년 보호 책임자:김지현
Copyright © 2017 데일리 개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aewon@dailygaew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