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가진료’ 본래 취지 퇴색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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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가진료’ 본래 취지 퇴색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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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91호] 승인 2016.11.1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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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료’ 금지 시행을 눈 앞에 두고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수의사의 처방 지도하에 직접 주사 접종을 허용한다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10월 26일 “수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주사제도 처방지도를 받은 경우에는 약국에서 구입해 접종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애초 농식품부가 제시한 시행령 안에는 외과적 처치와 함께 항생제 등 주사제 주사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지만 결국 외과적 수술만 불허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어 일각에서는 자가진료 금지가 애초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사행위란 전문적인 진료 행위로서 수의사가 아니면 자기 동물이라 하더라도 불법진료 행위다. 그러나 약사법에 따라 수의사의 처방을 받은 주사제를 자기 동물에게 주사할 경우에는 처벌이 안 된다.

수의사의 처방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긴 했지만 종전과 같이 약국에서 주사제를 구입해서 직접 주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가진료 금지 취지와 동떨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약사들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만일 그렇다면 자가진료 금지로 동물진료비가 상승할 것이라는 약사들의 억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 된다.

게다가 지난달 KBS의 ‘자가진료 금지로 의료비 부담 우려’ 보도는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 됐다.
KBS는 ‘진료비 부담으로 직접 투약하는 보호자가 늘고 있다’거나 ‘내년부터는 통상적인 투약 등의 자가진료가 모두 금지됨으로써 의료비 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등 확인되지 않고 심지어 잘못된 내용을 편파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자가진료를 정당화 하고 자가진료 금지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투약행위까지 모두 금지시킨다는 잘못된 보도는 KBS의 취재과정이 얼마나 허술하고 불공정 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처음부터 동물병원 진료비가 비싸서 자가진료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접근 논리로 자가진료 금지를 주장하는 수의사들은 돈 벌이만을 위한 것으로 매도하고 약사들의 주장은 정당화한 것으로 밖엔 보이지 않는다.

‘자가진료 금지’는 근본적으로 동물학대 행위를 막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기본적인 장치다.
그럼에도 자가진료에 따른 위험성이나 문제점 및 책임소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진료비 상승 문제만을 이유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은 또 다시 동물학대 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멀어지게 한 것이다.

자가진료를 금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보다금지시켜야 하는 이유가 훨씬 더  많다. 그런데도 자가진료 문제마저 약사들에게 좌지우지 되는 것은 수의계에도 책임이 있다.

때문에 자가진료 금지의 정당한 이유를 효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리고 제대로 된 인식을 심어줄 것이냐는 수의계의 몫이다.

자가진료 금지가 빠르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부디 자가진료 금지 문제만큼은 이익단체 간의 힘겨루기가 아닌 애초의 취지대로 동물학대 방지와 동물보호복지를 향해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도록 올바른 제도정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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