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수의료] 반려동물 백신 사고 보상규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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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로 보는 수의료] 반려동물 백신 사고 보상규정 없어
  • 안혜숙 기자
  • [ 101호] 승인 2017.03.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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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백신을 투입한 후에 한우가 쇼크사로 사망을 했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접종을 한 수의사는 용법에 맞게 주사를 했으며, 백신에도 이상이 없었다.
농가에서도 2차 감염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 없었다. 7마리의 한우에게 동일하게 백신을 투입했으며, 그 중 1마리만 사망했다면, 법원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령은 지침보다 우선
2012년 2월 21일 남해군청 소속 공수의는 경남 남해의 A 축사를 방문, 한우 7두에 대해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했으나, 그 중 한우 1두가 이틀 뒤인 23일 사망했다.

A축사에서는 예방접종으로 인한 쇼크로 폐사를 했다면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보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경상남도가 구제역 백신 피해보상은 2011년 6월 1일부터 구제역 상시 백신 전환에 따라 폐지하도록 돼 있다는 법률을 근거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해 A축사가 소송을 냈다.

결국 법원은 농식품부 장관의 지침은 법령의 위임 법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무효인 만큼 A축사에 보상금 지급을 명령했다. 농식품부 장관은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48조 제1항에서 정한 ‘보상금 지급 대상’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 근거로 A축사의 손을 들어주었다.

해당 판례에서 중요한 요소는 한우 7두 중 1두에서만 이상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동일 조건에서 키워지는 한우에게 동시에 예방접종을 실시했으며, 그 중 하나만 문제가 발생한 것인데, 모든 조건이 동일했기 때문에 예방접종으로 인한 쇼크사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만약 한우 1마리만 예방접종 후 사망을 했다면 해당 사건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지자체에서도 이 점을 의식해서 “예방접종에는 아무런 시술상의 문제가 없었고, 한우의 폐사는 예방접종의 부작용이 아닌 비위생적인 축사 환경으로 인한 2차 감염의 부작용 때문이므로 보상금 지급대상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법원은 “지자체의 이 같은 처분사유는 당초 처분사유와 그 내용 및 취지가 다르고,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명시했다.
동일 조건을 가지고 있는 한우 6마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판례였다.
반면 반려동물은 백신 접종 후 사망했어도 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지자체에서 반려견 및 사육견을 대상으로 광견병 예방 접종을 지원하고 있지만 가축과 달리 관련 보상규정은 없다.
동물보호법이 반려동물 관련 법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보상 관련 규정은 나와 있지 않다. 가축과 달리 보상 규정이 없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의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백신 관련 업체 혹은 접종한 수의사의 책임을 묻기도 힘들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판례는 없지만 사람과 관련한 판례를 살펴보면 예측이 가능하다.

 

인과관계 밝히기 어려운 백신
2014년 9월 A의료기관은 감기증세로 내원한 환자에게 폐구균 백신을 근육주사로 접종을 했으나 접종 이틀 후 환자가 급성경막하 출혈로 쓰러진 후 뇌출혈로 사망하자 유족들이 A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폐렴구균백신을 근육주사 했을 때 출혈에 의한 혈종 형성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급성경막하 출혈과 뇌출혈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며 A의료기관 손을 들어주었다.
신종플루 등 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사망한 이들이 녹십자를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법원은 “백신 접종으로 이모씨 등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추인하기는 부족하다”며 “사망과 접종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백신접종 후 부작용을 인정한 사건이 있다. 생후 7개월 무렵이었던 아이가 보건소에서 백신을 맞은 후 간질 증세가 발생한 사례다.
2011년 5월 1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 11부는 “정상적으로 발육, 발달한 건강한 아이였던 A군이 발작을 의심할 증상이나 병력이 전혀 없다가 백신 투입 후 하루 만에 경련과 강직 등 복합부분발작 장애 증세가 일어난 점으로 미뤄 접종과 후유장애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는 게 상당하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백신 접종으로 인한 소송에서는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 남해의 한우 농가처럼 동등한 조건에서 한우 1두에만 이상 증세를 보였거나, 백신 투입 후 변경된 상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에 상황이 악화되는 등 시간과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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