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가진료, 구조적 문제 해결 시급
상태바
[사설] 자가진료, 구조적 문제 해결 시급
  • 개원
  • [ 105호] 승인 2017.06.07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마 했던 자가진료 금지 법안이 우려했던 대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난해 9월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후 약사회와 생산자단체의 반발로 자가진료 금지는 한 때 위기를 맞는 듯 했으나 수의계의 강력한 반발로 순조롭게 개정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마침내 반려동물 자가진료 제한 수의사법 시행령이 전격 공포되면서 오는 6월 30일 시행을 목전에 앞 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5월 22일 불과 자가진료 금지 시행을 한 달 여 앞둔 시점에서 정부는 갑작스레 처방대상 동물용의약품에서 반려견 4종 종합백신 등 주요 항목을 제외시키는 기습 발표로 그야말로 수십 년 공들인 자가진료 금지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22년 만에 자가진료 금지가 구현되는 줄만 알고 있었던 수의계는 그야말로 황당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론 수의계가 ‘자가진료 금지’ 폭죽을 너무 일찍 터뜨린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지난해 말 반려동물 자가진료 제한 수의사법 시행령 공포 당시 대한수의사회(이하 대수회)는 “자가진료의 허용범위는 사법부가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만큼 예상하는 범위와 법리 및 사회 통념상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범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수회 역시 이렇게 입장을 밝혔다 해도 당시 강아지 공장 문제로 자가진료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은 데다 사회 통념상 허용될 범위에 큰 입장차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간과했던 이 부분이 오판이었다고 결론 난 지금 정부와 사회적인 인식이 아직도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다.

정부는 수의사 처방 동물용의약품에서 제외시킨 품목의 위험성과 자가진료의 위험성을 분명 모르지 않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자가진료 범위를 완화시킨 데에는 어떤 배경과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수회를 비롯한 수의계 단체들이 즉각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서명운동을 벌이며 정부에 항의 방문하는 등 수의사들의 분노와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으나 사실상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실 온전한 의미의 ‘자가진료 금지’가 시행되려면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숙제는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자가진료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바꾸는 것이다. 아직도 자가진료 금지가 왜 필요하고 왜 중요한지 보호자들조차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법적으로 완벽하게 금지시킨다는 것은 어쩌면 무리한 시도일 수 있다.

불행히도 자가진료에 대한 인식에는 많은 문제들이 얽히고설켜 있어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자가진료가 동물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에는 많은 보호자들이 동의하면서도 ‘자가진료 금지’를 외치는 수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자기 밥 그릇 챙기기’로 밖에 보지 않는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바로 진료비가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동물병원보다도 약국에서 저렴한 가격에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데 굳이 병원에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는 약사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있다.

그렇다면 동물병원의 진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보험의 활성화를 들 수 있다. 수의료 보험이 활성화 된다면 보호자는 진료비 부담을 덜고 위험한 자가진료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험이 활성화 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수의계와 반려동물 문화는 계속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구조적으로 얽혀 있는 실타래를 어떻게 하나씩 풀어나갈 것이냐가 자가진료를 완전하게 금지시키는 궁극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고 문화가 바뀌면 자연스럽게 법도 변하는 법이다. 지금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꺼야겠지만 온전한 의미의 ‘자가진료 금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호자와 시민들의 인식이 바뀔 때까지 수의사들과 수의계의 노력은 부단히 계속돼야 할 것 같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비윤리적 수의사 더 이상 설 곳 없어진다”
  • 무한경쟁 돌입한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 
  • [수의사 칼럼 ➆] 동물병원 수의사 근무복 입은 채로 외출해도 될까?
  • [클리닉 탐방] 지동범동물병원
  • ‘제2회 인천수의컨퍼런스’ 3월 24일(일) 송도컨벤시아
  • SKY그룹&코벳, 인도네시아와 수의영상분야 M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