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로 본 반려동물] 반려동물과 가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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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로 본 반려동물] 반려동물과 가축 사이
  • 안혜숙 기자
  • [ 107호] 승인 2017.07.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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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서 팔던 노란색 병아리를 닭이 될 때까지 키우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병아리가 닭이 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보다가 닭백숙이 밥상에 올라오던 어느 날부터 병아리를 사지 않았다. 반면 3일 이상 숨이 붙어 있는 병아리를 보지 못했던 나는 병아리를 판매하는 아저씨를 기다렸다. 

영화 『옥자』의 주인공 미자는 병아리를 싫어하는 내 친구를 닮았다. 자신이 먹었던 백숙이 그동안 자신이 키웠던 병아리였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친구는 닭이 보이면 막대기를 들고 닭들을 때렸다.

그의 막대기에 매를 맞는 닭은 없었지만 친구는 쫒아내듯 닭들을 못 살게 굴었다. 닭들을 못살게 구는 방법으로 친구는 미안함과 사랑을 표현했다.

영화 『옥자』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의 이름이다. 주인공 미자는 자신이 키우던 슈퍼돼지 옥자를 찾으러 미국까지 찾아간다. 옥자가 슈퍼돼지인지 몰랐던 시기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반려동물이었지만,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슈퍼돼지가 옥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거대 자본에 얽혀 있는 가축이 된다.

옥자를 되찾기 위해 애쓰는 미자와 비싼 가격에 시장에 내놓으려는 미란도 코퍼레이션. 옥자를 바라보는 미자와 미란도 코퍼레이션의 시선은 반려동물과 가축의 차이에 있다.

사람이 먹기 위해 키워지는 가축과 가정에서 자라는 반려동물은 ‘사랑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친구가 닭들을 그렇게 미워했던 것은 자신이 키웠던 닭에 대한 미안함이다. 난 미워해도 좋으니 병아리를 키우고 싶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미안할까봐 반려동물을 가까이하지 못하고 있다.

가축도 사랑을 주면 반려동물이라는 것을 영화 옥자는 보여주고 있다. 비록 워낭소리에 나오는 늙은 소처럼 잔잔한 영상은 부족하지만 미자가 보여주는 옥자에 대한 사랑은 워낭소리의 최 할아버지 못지않다.

옥자를 하나의 생명체이자 가족처럼 대하는 미자와 상품으로서 바라보는 미란도 코퍼레이션. 미자와 미란도 코퍼레이션 CEO는 반려동물과 가축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이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국 뉴욕까지 옥자를 찾아 나선 미자. 자신의 성공과 회사 경영을 위해 미자가 필요한 CEO. 가축은 경영을 위해서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먹고 있는 가축이 반려동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영화 옥자는 보여주고 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가축과 반려동물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영화 『옥자』는 가축도 반려동물일 수 있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축에 대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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