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닉 탐방] 고양이병원 태능동물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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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닉 탐방] 고양이병원 태능동물병원
  • 김지현 기자
  • [ 109호] 승인 2017.08.0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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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감정과 통증에 대한 따뜻함 가져야”

한국고양이수의사회 김재영 회장이 30년간 한 자리를 지켜온 태능동물병원을 ‘고양이병원 태능동물병원’으로 확장 개원하고, 고양이 친화 전문병원으로서의 시스템을 더욱 강화했다.

김재영(태능동물병원) 원장은 “국내의 고양이 임상 수준이 해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만큼 고양이 임상을 대표하는 한국고양이수의사회 회장으로서 해외 어디에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고양이 병원의 전문성을 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양이와 감정교류가 더 중요
김재영 원장은 가축병원에서 동물병원으로 간판이 바뀐 동물병원 1세대다.

“지금은 반려견의 한 세대가 한번 회전 한 시점이다. 이제는 강아지 분양도 많지 않고, 사료 수입량도 보합세로 돌아서 반려견 개체수가 정체돼 있다”면서 “반면에 고양이는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만 해도 고양이가 50%에 달한다. 고양이에 대한 공포나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독립성이나 도도함, 분명한 자기표현력 등의 우월함과 고급스런 이미지로 인식이 바뀌면서 고양이 전문병원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고양이 전문병원을 하고자 하는 후배들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고양이에 관심이 있다면 학문적으로만 접근하기 보다는 고양이의 습성과 감성을 읽어낼 수 있는 교류와 소통이 필요하다.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발달되면 고양이의 아픈 점을 훨씬 더 빨리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동물 복지의 관점에서도 인간과 동물이 같이 아름다운 공존을 생각할 때 비로소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임상은 잘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기술자가 아니라 감정이 교류할 수 있는, 생명의 느낌을 읽어낼 수 있는 테크닉이 훨씬 더 유능한 수의사를 만든다”고 말했다.

 

반려문화 성장에도 일조
김재영 원장은 임상수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TNR 사업과 길고양이 이름 불러주기 등 반려문화의 성장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2005년 김재영 원장이 블로그를 통해 시작한 ‘고양이 이름 찾기’ 운동은 지금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도둑고양이라 불리던 시절인데, 야생고양이나 도둑고양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괜히 혐오감을 주고 죽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때문에 정확한 이름이 있을 때 그 생명체에 대한 가치도 있는 것이어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이름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당시 블로그를 통해 이름을 공모했는데, 지금은 고양이가 나비, 길고양이, 참고양이, 코숏 등으로 불린다. 이름 자체만으로도 선한 느낌이 들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데 일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거리에서 안방으로’라는 입양캠페인을 벌였는가 하면, 한국 고양이에 대한 표준안을 만들기 위해 반려인과 토종 고양이에 대한 설문조사도 실시했다. 2007년에는 TNR 사업도 시작했다.

 

TNR사업 ‘진공효과’ 꼭 알아야
김재영 원장이 TNR 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은 용산구 한강맨션 지하실에서 길고양이가 죽는 일이 발생하면서 중재에 나선 일이 계기가 됐다.

그는 “용산구청과 한강맨션 자치위원회, 캣맘이 모여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가로 초청되면서 그 해법으로 TNR을 제시했다. 이것이 현재 서울시 TNR 사업의 시발점이 됐다”고 했다.

TNR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산은 예산대로 쓰고, 고양이 숫자는 그대로라는 것.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줄이려 한다는 데도 거부감이 있다.

김재영 원장은 “TNR 사업에 있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이 ‘진공효과’다. A지역에 고양이가 없어지면 다른 지역에서 숨을 곳이 충분한 A 지역으로 오게 된다. 진공상태를 만들지 않으면 다른 지역에서 유입돼 똑같은 개체수가 유지된다. 때문에 중성화 수술을 통해 고양이가 자기 영역을 지키게 되면 점차 개체 수가 줄어들고 온순해진다”며 “궁극적으로 TNR의 목적은 길고양이의 인도적인 개체 수 감소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개체 수를 줄이는 데 가장 우선되는 방법 중 하나가 TNR이다. TNR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안락사 시켰던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학회와 수의사회 역할 모두 
고양이 임상의 증가세는 한국고양이수의사회의 회원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회원 수는 1,100명. 고무적인 것은 학생들이 고양이수의사회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김재영 원장은 “하나의 종 자체가 증가하면서 시장을 견인해 가는 것은 고양이가 거의 유일하다. 고양이수의사회도 같이 성장해 가고 있다”면서, 고양이수의사회 명칭에 대한 내부적인 고민도 있었다고 했다.

“학문적인 공부만 하는 학회로 할 것이냐, 정무적인 대외 활동도 하는 수의사회로 할 것이냐는 논의가 있었다. 2기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결국 진료 프로토콜을 완성할 수 있는 학회 역할과 동시에 동물복지와 길고양이에 대한 긍정적인 문화를 만드는 두 가지 축을 다 갖고 가기로 했다”면서 “수의사로서 질병에 대한 학문적인 부분을 충분히 숙지하고, 선진의 기법과 기술, 이론적인 배경을 회원들과 같이 공유할 수 있는 학회 모임이자 고양이 문화와 회원들에게도 충실한 수의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동물을 대하는 태도
김재영 원장은 얼마 전 다녀온 덕적도 의료봉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고 했다.

“도서에 있는 반려동물들은 의료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고, 길고양이는 섬에서도 똑같은 민원의 소지 되고 있었다”면서 “최소한 1년에 한번 이상 도서에 있는 동물들에게 혜택을 줌으로써 지역 주민들이 현실적인 피해를 해소하고, 길고양이 개체 수도 감소하면 좋을 것”이라며 “전문직으로서 의료봉사는 사회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베푼다기보다는 나를 위해, 내가 힐링이 되는 일이다. 정말 좋았고, 나이 들면서 이런 쪽에 더 신경을 쓰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수의사는 동물을 잘 진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호자를 잘 치료해야 된다. 이를 위해 인문학적인 감성으로 다가가면 보호자에게 조금 더 위안을 줄 수 있고,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수의사다. 후배들이 이런 부분에 더 가치를 갖고, 생명체의 감정과 통증에 대한 따뜻함을 가졌으면 좋겠다”면서 “이런 철학적, 인문학적인 접근과 감성이 진료에 녹아나면 보호자들에게 신뢰를 더 줄 수 있고, 고양이 친화병원으로서의 감성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동물이 없는 곳에 인간도 살 수 없다. 인간과 동물이 같이 공존할 수 있는, 동물에 더 관심 갖는 세상이 인간성 회복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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