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 잃고 외양간 제대로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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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 잃고 외양간 제대로 고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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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10호] 승인 2017.08.2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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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이은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수의계가 또 다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파동의 중심에 있는 살충제 성분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도 남양주시 내 농장주는 수의사의 권장으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를 썼을 뿐이라며 그 책임을 수의사에게 전가시키는 발언을 했다.

축산당국은 수의사와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는 해당 농장주가 허가받은 진드기 구제 약품에 내성이 생기자 더 강한 약품을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수의사의 책임 문제는 일단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AI 등 매번 축산관련 문제가 터질 때마다 총체적인 부실 체계에도 불구하고 수의사의 잘잘못을 거론하며 수의사의 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번 파동으로 대표적인 식품 안전관리 시스템인 ‘해썹(HACCP)’마저 살충제 계란농장의 59%를 인증한 것으로 드러나 ‘못 믿을 해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으며, 친환경 인증제도도 무항생제 인증 농가에 정부가 지원한 금지된 살충제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인증제도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친환경 인증제도의 경우 친환경 인증을 민간용역 업체 64곳에 맡기고 이를 처벌하고 관리할 농산품 품질관리위원회조차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미미한 처벌규정은 이런 부실관리를 더욱 부추겼다. 

따라서 인증제도를 운영하는 인증기관과 사후 관리 처벌 등 믿고 맡길 수 있는 인증제도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정치권도 앞 다퉈 대책을 내놓고 있다. 바른정당이 계란 유통의 전 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이력관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일명 ‘계란법’ 개정을 긴급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처장의 사퇴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약사 출신인 식약처장이 살충제 계란에 대해 얼마나 알겠느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물이 책임자 자리에 앉아 어쩌다 공무원, 일명 어공이 빚어낸 부실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계란의 생산단계 인증과 농장관리는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유통을 비롯한 안전관리는 식약처가 각각 인증원에 위탁하는 이원화된 구조로 돼 있어 관리와 감독이 일원화 되지 못하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다.

 농산물의 경우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생산이력추적제를 도입해 과거의 문제점을 많이 해결한 상태인 반면에 축산물 관리는 공장형으로 인해 밀식 사육이 오히려 더 확대됐고 무허가 사육까지 이뤄지면서 예견된 부실한 운영은 문제만 더 키워왔다.

따라서 총체적인 부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의약품은 보건복지부가, 농업, 식품, 농산물 등 농식품 관련은 농식품부가 맡아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관리와 규제 하면서 각자의 전문 분야를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관계자들은 올 것이 왔다는 입장이다. 몇 십 년을 관행적으로 해왔던 것들이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터져 나왔을 뿐이지 언젠간 벌어질 일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매번 축산관련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수의사의 잘못된 처방이나 무책임함으로 책임을 전가시켜 수의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보도나 여론몰이는 수의계가 강경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총체적인 부실이 만들어낸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식품 안전 및 관리 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과 믿을 수 있는 인증제도의 정착이 절실한 시점이다. 보이는 현상만 해결하는 임시방편의 응급대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이번에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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