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의 동물병원이라고??
상태바
탐욕의 동물병원이라고??
  • 안혜숙 기자
  • [ 111호] 승인 2017.09.06 2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8월 30일 TV조선이 탐사 프로그램을 표방한 ‘탐욕의 동물병원’ 방송이 다분히 자극적인 문구와 내용으로 전파를 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극히 일부 실태 보도로 동물병원 신뢰에 ‘찬 물’ 
제목부터 다분히 선정적 시청률 올리기용인가 … 대다수 동물병원 왜곡 당해

TV조선의 프로그램 ‘세븐’이 첫 방송 주제로 ‘탐욕의 동물병원’이라는 선정적인 주제로 방송을 내보내면서 동물병원들이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있다.

프로그램 홍보 문구도 매우 자극적이어서 ‘400원짜리 공구 톱을 수술에 쓰는 현장을 적발하고, 유기견을 실습용 마루타로 희생시킨 수의사를 울릉도까지 쫓아가 탐욕을 폭로한다’거나 ‘돈을 벌려고 상식적인 것도 지키지 않는 동물병원의 어두운 실체를 드러낸다’ 등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한 제목과 문구를 사용해 시청률을 의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TV 전파를 탄 동물병원의 모습은 녹이 슨 공구로 수술을 하고 봉합실을 재사용 하는가 하면, 유통기한이 무려 24년이 지난 주사약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동물병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이런 동물병원이 존재한다는 자체는 수의계도 경악할 일이었다.

해당 동물병원의 실상은 수의계 내에서도 “징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참혹했고,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해당 수의사의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글들도 올라오고 있다.

한편에선 이번 기회에 표준의료수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등 동물병원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표준의료수가제 도입 주장도
이번 방송을 빌미로 반려동물 자가진료 금지 정책 문제로까지 비약시키는 곳도 있다.

대한동물약국협회는 “유통기한이 24년이나 지난 주사약을 사용하고, 공업용 싸구려 공구로 수술하면서 봉합실마저 재활용하는 동물병원의 실태가 낱낱이 드러났다”며 “강아지공장 방송을 빌미로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급증시키는 반려동물 자가금지 정책이 실상은 돈벌이에 급급한 수의사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농림부의 협잡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물병원의 진료 및 수술기록을 남기고 공개해야 한다 △동물병원이 동물분양까지 겸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동물병원의 진료비를 표준화해야 한다 △동물병원 감사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동물병원의 처방전 발행을 의무화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수술 꺼리는 보호자들
문제는 해당 방송이 보도된 이후 반려동물의 수술 기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의 모 반려견 카페에는 “모든 병원이 그렇진 않겠지만 많은 병원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어서 씁쓸하네요, 겁나서 병원에 못 맡길 것 같아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카페에서는 일부 동물병원의 도덕성 문제를 일반화시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B카페에는 “아시는 분이 동물병원 점검 나가야 할 일이 있어 갔는데, 병원 안쪽에서 수술하는데 너무 더러워서 강아지들이 불쌍하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곳이었데요”라는 글도 올라와 있다.

이처럼 극히 일부의 검증되지 않은 글들이 마치 일반적인 현상인 것처럼 쏟아지면서 일부 동물병원에서는 반려견 보호자가 수술을 취소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의 A동물병원은 “수술을 하기로 했던 보호자가 다음에 하겠다고 미루는 일이 하루에 3건이나 있었다. 그 정도로 방송의 파급력이 컸다”고 말했다.

방송에 소개된 병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글도 올라왔다. 해당 보호자가 올린 글에는 “영상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병원을 방문했는데, 오보된 내용이 있어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에 글을 올렸다”며 “유통기한이 지난 증류수를 사용한 것은 맞지만, 촬영 전 유통기한이 지난 4병을 폐기했는데, 개봉해 놓은 1병이 다른 곳에 놓여 있어서 미처 폐기하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방송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극히 일부의 잘못된 동물병원만을 부각시킴으로써 수의사들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동물병원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는 사실은 문제가 크다.

 

결국 수의사만 피해
서울시수의사회(회장 최영민)는  동물병원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을 막기 위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혹은 방송내용 정정을 위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기도 했지만, 방송 시간이 촉박했던 데다 사전에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홍보 내용만을 이유로 방송 자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방송의 의도가 이미 설정돼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인터뷰나 입장 표명도 방송 주제에 맞는 악마의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충분히 오해받을 수 있는 보도를 통해 일반화의 오류를 끌어내는 방송에는 분명히 맞설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반려동물 시장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동물병원을 타깃으로 한 이런 방송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먼저 수의계 내부의 윤리의식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부산수의컨퍼런스’ 후원 설명회 4월 18일(목) 오후 5시 리베라호텔
  • 제일메디칼 ‘제3회 뼈기형 교정법' 핸즈온 코스 5월 19일(일)
  • 정부 “전문수의사 및 동물병원 체계 잡는다”
  • 김포 ‘공공진료센터’ 전 시민 대상 논란
  • 에스동물메디컬, 대형견 전문 ‘라지독클리닉’ 오픈
  • 국내 최초 ‘AI 수의사 비대면 진료’ 서비스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