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누렁이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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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누렁이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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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19호] 승인 2018.01.03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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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으로 2018년 1월 1일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음력으로 붉은 닭의 해이지만 조만간 무술년(戊戌年) 개띠의 해가 시작된다. 무술년을 황금 개의 해라고 하는 이유는 戊(무)가 황색을 띄기 때문이다.

오행에서 십간(十干)의 갑을(甲乙)은 청(靑)색, 병정(丙丁)은 적(赤)색, 무기(戊己)는 황(黃)색, 경신(庚辛)은 백(白)색, 임계(壬癸)는 흑(黑)색을 나타낸다. 그런데 무술(戊戌)은 말이 좋아 황금의 개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고통 받는 개들 중의 하나인 황구(黃狗)다.

동의보감 잡병편권9잡방제법(東醫寶鑑雜病篇卷之九雜方諸法, 한의학연구원제공)에 무술주(戊戌酒)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찹쌀 3말을 찐 것과 누런 수캐 1마리(껍질과 내장을 제거한다)를 하루 종일 푹 달여 질게 찧는다. 국물 채로 밥과 함께 고루 버무리고 흰 누룩 3냥을 고루 섞어 빚는다. 14일 만에 숙성되면 빈속에 1잔씩 마신다. 원기를 보양하는데, 노인에게 더욱 좋다(糯米 三斗蒸熟, 黃雄犬 一隻(去皮腸), 煮一伏時, 候極爛, 擣爲泥, 連汁與飯同拌勻, 用白麴 三兩和勻釀之, 二七日熟, 空心, 飮一盃. 極能補養元氣, 老人尤佳)”

동의보감에는 개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양고기 녹용도 신체의 어딘가에 좋다고 기술되어 있다. 현대의 의학이 발전되어 있음에도 음식물이나 특이한 생약을 이용하여 말기 암을 치료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의학기술이 발전되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동의보감은 의학적 기반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의존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반려견이 천만을 넘는 시대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황구가 우리 몸에 좋다는 속설은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황구지통(黃狗之痛)에 대하여 측은지심이 더 강하게 발동되고 있다.
죄 없이 사지로 가며 우는 소의 모습을 보며 듣고 측은지심이 발동하여, 소 대신 그러한 모습을 보지 못한 양으로 바꾸라고 한 제선왕(齊宣王)과 맹자(孟子)의 대화에 대하여(孟子,粱惠王章句上7章) 주자(朱子)는 다음과 같이 해설하였다.

“제선왕이 소가 벌벌 떠는 것을 보고 차마 죽이지 못한 것은, 사람은 금수에 대하여 생존을 같이 하지만 종류를 달리 하기에 금수를 쓰기를 예로써 하고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보고 들음이 미치는 바에 베풀어지는 것이다(蓋人之於禽獸同生而異類故用之以禮而不忍之心施於見聞 之所及)”

다른 반려견들이 가장 귀여움을 받는 동안 황구는 태어나서 2년 동안 땅을 밟아보지도 못하고 뜬장에서 살다가 도축되어 보신탕으로 변한다.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서 즐거울 때, 기쁠 때, 배고플 때, 아플 때, 힘들 때를 함께 하는 개를 도축하여 잡아먹는 것은 인간의 마음에 본래부터 있었던 측은지심의 선한 마음을 해치는 것이다.

개 대신 그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비명소리를 접하지 않은 소나 돼지 닭을 보신용으로 잡아먹는 것이 군자다운 행동이라고 맹자는 말씀하실 것 같다. 무술년 황구 띠인 필자로서는 올해 식용으로 또한 실험동물로 고통을 받는 누렁이의 수난(黃狗之難)을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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