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동물을 보는 이중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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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동물을 보는 이중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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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26호] 승인 2018.04.18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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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이론은 사람들이 사물의 구성 요소를 개별적으로 보기 전에 먼저 그 윤곽이나 형태적 차이를 파악하려고 한다는 이론이다. 검은색으로 칠해진 술잔을 보면 흰 바탕에 그려진 사람의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흰색의 바탕만 보면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만 검은색의 술잔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이중적 시각은 사람들이 보는 동물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사랑하는 강아지를 위하여 돼지고기로 만든 베이컨을 주며 돼지는 고기라고 생각한다.

영화 꼬마 돼지 베이브(1995)에서 주인공 베이브는 보통 돼지보다 똑똑하여 양치기 훈련을 받고 전국 양몰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베이브를 고기라고 생각할까?

동물에 대하여 이러한 일관성 없는 이중적 시각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며 일부러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 하자고 하면, 인간의 관계만 생각하기도 힘든데 동물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하며 동물은 단지 이용의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동물은 일방적으로 착취당하고 있을 뿐이며, 동물도 감정이 있고 침팬지 같이 자기인식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하면서 고기와 가죽, 알 등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하여 연구하는 잔혹한 동물실험도 당장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보이는 갈등 요인은 한 사람의 내면에서도 일어나고 있어서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돼지 베이브는 개보다 더 영리하기 때문에 고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중적 시각은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공자(BC 551년~479년)가 기르던 개가 죽자 제자 자공으로 하여금 그것을 묻어주게 하면서 말씀하기를, “내가 들으니 낡은 휘장을 버리지 않는 것은 말을 묻기 위한 것이고, 낡은 수레 덮개를 버리지 않는 것은 개를 묻기 위한 것이라고 하더라. 나는 가난하여 수레 덮개가 없으니 그것을 묻을 때 역시 방석을 깔아주어 그 머리가 흙속에 빠지지 않도록 하여라”라고 하였다(예기(禮記)·단궁하(檀弓下).

기원전 4세기의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중세의 데카르트, 칸트, 다윈 그리고 최근에 피터싱어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자들이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해왔다.
최근에 수의과대학에서 학생실습으로 사용되는 개들이 학대 받고 있으며, 또한 실험동물로서 식용견을 불법(해당 시설에서 동물 구입에 불법이 없었음)으로 구입했다고 주장하는 보도가 있었다. 실험에 사용된 동물을 생각하면 불쌍하지만, 학생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는 담당자의 입장으로서는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교육과 연구에 동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동물을 죽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었던 원시시대의 사냥꾼처럼 현대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물을 죽여서 고기를 먹고 동물실험을 통하여 의약품을 개발하면서 동물의 희생을 대가로 하여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문제가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생존 목적을 넘어서 지나치게 많은 육식을 소비하거나 심미적인 목적으로 동물을 희생하기도 하며, 또한 목적이 불분명한 동물실험을 수행하기도 한다. 인간과 동물 더 나아가서는 자연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검은색의 술잔과 흰색의 사람그림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현재 수의과대학이 직면한 동물을 이용한 실습문제나 동물실험 과정에서 동물학대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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