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구를 위한 진료비 사전고지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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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누구를 위한 진료비 사전고지제인가
  • 김지현 기자
  • [ 142호] 승인 2018.12.1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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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4일 수의계와 정부, 소비자 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발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려 진료비 사전고지제 도입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 됐다. 

수의계는 진료비 사전고지제 도입에 앞서 진료항목의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부는 연구 선행 없이도 수의사법 개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날 토론회는 정부의 사전고지제 도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패널로 참석한 소비자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의 입장도 진료비가 단순히 비싸다는 문제가 아니라 진료비 책정 기준의 타당성에 대한 궁금증이며 수의사의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정작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불신과 사전고지의 필요성은 정부가 더 느끼는 듯했다.

과잉진료가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으로 수의사들이 최소한의 진료 제공과 필요한 진료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 결국 피해는 동물들이 입는 것이라는 생각에도 동물보호단체와 수의계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정부는 단지 진료비를 미리 고지하고 공시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모습이었다.

인의에서는 이미 비급여 수가고지제를 시행하고 있다. 병의원별로 가격이 다른 비급여 진료비를 병원 내에 고지함으로써 환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애초 정부의 포부와는 달리 기본적인 진료 항목에 대한 수가 게시만이 가능해 실질적으로 환자들이 지불해야 하는 진료비는 수가표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병원들만 수가 경쟁에 따른 저수가화로 경영 악화만 부추기는 셈이 됐다.

그럼에도 동물병원의 사전고지제는 인의보다 더 심한 비용 허락을 받는 수준의 규제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과연 누구를 위한 사전고지제인지 의문이다.

사실 병원들이 진료비를 같은 가격으로 받는 것은 공정거래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담합으로 규제 대상이다. 동물병원 진료비 역시 지난 1999년 동물병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가제를 폐지해 동물병원 간의 비용 차이와 경쟁을 유도했으나 이제는 진료비의 천차만별이 문제가 되자 자신들의 의도는 숨긴 채 수의사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동물병원은 현재 통일된 진료코드나 진료기록의 작성 기준조차 없는 상태다. 때문에 ‘동물질병 진료코드체계 표준화 연구용역’을 도입하려 했지만 이 마저도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제외시키면서 동물병원 진료비 문제가 사회적으로 시급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 버리고 말았다.

문제는 진료비 사전고지제를 도입 하더라도 이에 앞서 선행돼야 할 동물병원 진료항목의 표준화 작업 등 아무런 준비 없이 정부는 도입만을 목표로 논란만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진료항목 표준화 토대를 만들려면 적어도 4~5년의 시간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현장조사와 인식 개선 작업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모든 준비 과정을 건너뛰고 선 사전고지제 도입 후 수정 보완 확대해 나가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일단 제도 도입부터 하고 보자는 성과주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동물의 진료비 문제는 결국 수의사와 보호자가 소통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가 오히려 강제적인 규제로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검토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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