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자하연 운종룡(雲從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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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자하연 운종룡(雲從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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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43호] 승인 2019.01.0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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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교내에 있는 자하연에서는 조선 후기 문필가로 이름을 떨친 자하 신위(申緯·1769∼1847) 선생이 쓴 시를 볼 수 있다.

시비에는 원문과 번역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脩竹上干雲 彩翠支相控 繞節解從龍 依枝頻引鳳 紫霞寫因題-긴 대나무가 구름 위로 솟아 파란 빛 당기며 버티고 섰네. 마디에 용을 휘감게 하고, 가지에 봉황새를 기대게 하네’

대나무와 구름과 용, 그리고 봉황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용과 봉황은 일반적으로 임금을 뜻한다. 대나무는 꼿꼿하며 불의에 굽히지 않는 선비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구름은 용이 가는 곳을 따라간다.

같은 부류끼리 서로 어울림을 나타내는 雲從龍 風從虎(운종룡 풍종호)는 줄여서 風雲이라고도 하며, 용이 나는 곳에 구름이 따라가고, 호랑이가 지나간 곳에 바람이 뒤따른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공자는 周易의 乾卦와 坤卦에 대하여 해설한 文言傳에서 건괘의 다섯 번째 양효인 九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구오에 말하기를 ‘날아가는 용이 하늘에 있으니, 대인을 만나봄이 이롭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구하며, 물은 습한 곳으로 흐르고 불은 건조한 곳으로 나아가며,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 성인이 나타나면 만물이 우러러본다. 하늘에 근본을 둔 것은 위를 친히 하고 땅에 근본을 둔 것은 아래를 친히 하니, 각기 같은 부류를 따르는 것이다”(九五曰 飛龍在天利見大人은 何謂也오 子曰 同聲相應하며 同氣相求하여 水流濕하며 火就燥하며 雲從龍하며 風從虎라 聖人作而萬物覩하나니 本乎天者는 親上하고 本乎地者는 親下하나니 則各從其類也니라)]. 

程子는 이 구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람은 성인(聖人)과는 같은 부류이다. 구오가 용의 덕(德)으로서 천자의 지위에 오르니, 사람들이 돌아가 우러러보지 않음이 없는데, 하물며 덕이 같으니(어찌 우러러보지 않겠는가? 즉, 지위는 위와 아래이지만 같은 덕 또는 기운을 가지고 있다). 위는 아래에 응하고 아래는 위를 따르니, 같은 소리가 서로 응하고 같은 기운이 서로 구하는 것이다. 습한 곳으로 흐르고 건조한 곳으로 나아가며 용을 따르고 범을 따르는 것은 모두 기운이 같은 종류인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나타남에 만물이 모두 우러러보는 것이니, 윗사람이 이미 아랫사람을 만나보고 아랫사람 역시 윗사람을 만나보는 것이다(人之與聖人은 類也라 五以龍德升尊位하니 人之類莫不歸仰이어든 況同德乎아 上應於下하고 下從於上하니 同聲相應하고 同氣相求也라 流濕, 就燥, 從龍, 從虎는 皆以氣類라 故로 聖人作而萬物皆覩하니 上旣見下하고 下亦見上이라)”

자하의 시에서 대나무는 사대부를 연상시키고, 대나무에 걸친 구름은 용과 같은 종류의 기운과 덕성을 가지고 있어서 임금을 따라가는 신하로서 볼 수 있다.

이 시는 사대부가 학문을 연마하고 덕성을 쌓아 조정에 나가서 왕과 함께 일하는 역할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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