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일 원장의 동물병원 실전 경영]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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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종일 원장의 동물병원 실전 경영]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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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1호] 승인 2014.07.2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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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응대의 어려움
 

임상수의사는 날마다 적어도 몇 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의 보호자들과 방문 또는 전화통화 등으로 만난다. 보호자들에게 충분한 만족을 주는 보호자 응대는 상호 신뢰를 형성하여 지속적인 좋은 만남으로 이어지지만, 상담 기법 훈련이 덜 된 수의사들의 언행은 때론 보호자에게 불만의 원인이 되어 그만 관계가 끝나버린 경우 또한 자주 경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호자를 어떻게 응대하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고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게 할까?
필자는 26년째 임상을 하고 있지만 보호자 응대에 관해서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 늘 고민하고 있다. 특히 직원이 30여명이 되다 보니 의사소통의 미숙으로 보호자가 불만을 토로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이럴 때마다 더욱 난처하고 시름이 커진다.
필자는 1995년부터 방송 출연을 해오고 있다. 초창기 촬영할 때는 시청자들에게 ‘동물에 대해서 좀 아는 수의사’로 비춰지길 내심 바라면서 유식한 척 수의학전문용어를 사용하여 말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담당 PD는 그 때마다 촬영을 중단하며 좀 쉽게 말해주길 주문을 했다. 왜냐면 시청자들은 초등하고 6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수준의 내용으로 얘기해야 가장 잘 알아 듣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어느 수준으로 말해야 이들이 원하는 수준인지 정말 잘 이해를 못해 많이 당황하곤 했다. 한 예로 인터뷰 중 “사람이나 동물들의 몸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려는 습성 때문에…”라고 말했을 때 촬영을 중단 시켰다. 수의사인 필자는 ‘항상성’에 내포된 의미 하나만으로도 굳이 길게 설명을 할 필요가 없는 쉬운 단어라고 생각하고 말했지만 PD가 생각하기에는 시청자 수준에서는 그 단어가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필자와 시청자와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으리라 생각한다. 즉 시청자들은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면 바로 다른 채널로 돌려 버리기 때문에 시청자가 알아듣기 쉬운 말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수의임상에서도 그렇다.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난 수의사가 정말 교과서적으로 잘 말했을지라도 보호자가 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의사소통의 문제를 낳게 된다.
그 결과 보호자가 병원 측에 심하게 항의를 한다거나 병원비를 못내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등 미처 예기치 못한 문제를 일으키게 되어 이는 직원들에게 심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며칠 전에 필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야간에 분만이 지연되어 응급 내원한 장모종 치와와 태아 심장초음파 결과, 한 마리 태아의 심장박동은 아주 아주 미약하여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심장이 이미 멈춘 상태에서 담당수의사는 이 상황에 대해 나름 충분한 설명(?)을 하고 응급 수술을 했다.
난산으로 파열된 자궁에서 흘러나온 오로(惡露)로 오염된 복강은 패혈증을 우려할 정도였다. 분만이 너무 지연된 상태에서 제왕절개수술을 했던 탓에 태아들을 소생시키지 못했다.
이에 보호자는 ‘왜 태아를 살리지 못했느냐’며 생떼를 쓰고 며칠 동안이나 폭언으로 직원들을 괴롭혀 참 난처했다.
보호자와 담당수의사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담당수의사는 보호자가 병원에 늦게 데려온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충격을 받을까 봐 보호자 입장을 배려하여 사실은 이미 죽었지만 ‘심박이 아주 미약하다’고 표현을 한 것인데, 이에 보호자는 단단히 오해를 하였다. 보호자는 수술을 하면 당연히 살 것으로 기대가 컸던 탓에 ‘언제 수술 전에 죽었다고 말했냐’며 문제 삼았던 것이다.
임상수의사라면 ‘태아 심박이 아주 미약하다’는 표현은 ‘살아나기 희박하여 거의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이해했을 텐데...그리고 대부분의 보호자는 수의사가 말한 내용의 10% 내외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보호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좀 더 정확하게 말을 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렇듯 임상수의사는 매일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방법, 무엇을 먹일 것인가, 어떻게 훈련할 것인가,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고 질병을 어떻게 예방하고 치료해야 할 것인가, 늙어감에 따라 어떻게 돌볼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작별을 고할 것인가 하는 것들을 교육하는데 보호자의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의사소통을 잘한다면 병원 이미지는 좋아지고 수입도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다음 호부터는 이러한 질병 또는 상황별 표준화된 보호자 응대법에 대해 소개하겠다.

강종일 원장
-충현동물종합병원
-원장, 수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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