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동물의 고통

2020-12-10     개원

사람은 늙으면 사지 관절이 아프고 눈도 침침해지면서 육체적 고통이 해마다 늘어나 가족과 지인에게 아프다는 소리를 저절로 하게 된다. 통증에 대하여 다른 사람으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세월이 가면서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늙어가면서, 나도 아픈데,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하여 애기를 들어줄 수 있는 자비를 베풀기 힘들지만,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그 고통을 즐거이 들어주고, 아프다는 표현을 못하는 동물에 대해서는 특히 관심을 기울여 주는 것이 수의사로서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설치류는 본능적으로 포식자를 피하기 위한 생태환경에 따라 행동을 한다. 설치류는 아파도 고통에 대한 행동이나 모습을 표현하지 않아서 숙련된 사람이나 수의사도 언뜻 보아서는 동물이 고통스러워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실험동물의 고통을 줄이거나 또는 진통제를 개발하기 위한 동물실험에서 고통을 알아차리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동물에게 자극을 주고 그것에 대한 반사 행동을 보는 것이다. 주로 뒤 발가락에 열이나 물리적인 자극을 주어 고통을 평가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통증을 평가하기보다는 일종의 과민 반응을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광화상을 입었을 때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은데 물이 닿거나 과민한 자극을 주면 통증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방법은 동물의 감정변화도 찾아낼 수 없다. 동물에서 고통의 정도를 찾아내는 또 다른 방법으로, 동물이 선천적으로 좋아하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다. 마우스 복강에 초산을 주입하여 고통을 유발시키면, 마우스는 선천적으로 잘 하던 쳇바퀴 굴리기도 하지 않게 된다. 

안면의 표정변화를 알아차리는 것도 정확하지는 않지만 고통의 평가에 이용될 수 있어서 랫트의 고통을 평가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개발되었다(Sotocinal, Mol Pain). 안면인식기술이 발전되면서 집단으로 사육되는 가축의 안면 표정을 분석하여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동물을 찾아내기도 한다. 동물이 장기간 지속적인 고통을 받으면, 아주 약한 자극에도 정상 동물보다 훨씬 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통각 수용기가 장기간 자극을 받으면 중추 신경계는 반복적인 통증유발 자극에 대하여 적응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극이 약하거나 없을 때도 통증을 느끼게 된다. 반복적인 통증유발 자극은 신경계의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통증 처리를 변화시킬 수 있다. 

척추의 뉴런은 반복되거나 고강도 통각 자극을 받으면 자극이 제거된 후에도 점진적으로, 그리고 점점 더 강한 반응을 하게 된다. 이 상태는 중추신경계 감작 또는 Wind-up 현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무반응 또는 만성 난치성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Wind-up 현상은 신경계의 두 가지 뚜렷한 변화의 결과로 나타난다. 첫째 단계에서는 통증 전달 신경섬유의 역치가 재설정 되어 통각과민을 초래하게 되는데, 점점 더 적은 자극으로 통증이 유발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증이 아닌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 섬유를 통증 전달 과정의 일부로 사용하게 된다. 이 단계를 이질통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무해한 감각을 통증으로 해석한다. 

Wind-up 현상은 통각과민과 이질통이 있을 때를 말한다. Wind-up 현상을 일으키지 않도록 동물실험 과정 중에 격심하고 지속적인 고통이 있을 때는 진통제를 사용하면서 실험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박재학 교수
                             (서울대 수의과대학 실험동물의학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