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원격진료 이미 시작됐다?

의료계 원격진료 투쟁 남의 일 아냐

2014-11-28     정운대 기자

의사들은 보건복지부의 원격진료 시행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대한의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아직 동물병원들은 원격진료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하는 모습이다.

 

동물병원도 원격진료 하고 있다?
일부 병원 이메일·스마트폰 이용해 진료 … 의협, 비대위 출범 대정부투쟁

원격진료의 사전적 의미는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원거리에서 의료정보와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활동을 말한다.

즉, 병원을 가지 않고도 인터넷 등을 이용해 환자가 의사에게 자신의 신체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보내면, 그 데이터를 받은 의사는 화면으로 환자를 보며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처방을 내리게 되는 일련의 행위가 원격진료다.
이러한 원격진료를 놓고 의사단체와 정부 간의 줄다리기는 온`오프라인 구별 없이 계속 되고 있다.

정기국회가 분수령
국내 원격진료는 2009년부터 산간 오지 및 섬 지역 등에서 시범 실시됐다. 그중 경북 영양군의 경우는 2009년 1,770건에서 2012년에는 4,853건으로 2.7배가 증가했고, 주민들의 84%가 계속 이용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처럼 원격진료를 이용한 대부분의 환자들이 원격진료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에 반해 의사들은 전혀 다른 반응이다.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환자들 대부분이 신뢰도가 높은 대학병원이나 대형 종합병원의 원격진료 서비스를 이용하려 할 것이고, 이는 1차병원의 몰락을 가져 올 것이란 것. 또 원격진료 시 데이터로 의사가 받을 수 있는 정보가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 등의 제한적인 것 들이어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기기의 고장 등으로 인한 오진 가능성도 있는 만큼 상당한 위험성이 따른다는 이유를 들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 단체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원격진료와 관련한 로드맵을 확정하고, 부대사업 확대와 자법인 설립 등의 시기를 확정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원격의료의 오진 및 의료사고의 위험성을 공론화하고 여론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의협은 ‘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정부가 의료전문가 단체인 의협의 진정성 있는 의견을 묵살한 채 위험천만한 원격의료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원격의료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의협의 이러한 반대를 무마시키기 위해 의원 6곳, 보건소 5곳, 특수지 2곳 등 총 13곳의 의료기관에서 6개월 간 의사, 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으며, 영양군보건소와 홍천군보건소는 시범사업을 위한 준비를 마친 상태다.

그러나 의협은 “이번 시범사업은 졸속이다”며 “엉터리 시범사업의 결과를 절대로 믿지 않을 것이며,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정부”라고 맹비난하며 대정부투쟁 조직을 구성해 적극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와 의협간의 원격진료 싸움은 현재 진행 중인 정기국회에서 원격진료와 관련된 법안과 예산 심의 등의 결과에 따라 크게 달라지게 된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정기국회 결과에 따른 대응 방안을 구축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사장비 발달로 가속화
의료계가 원격진료로 연일 시끄러운 가운데 수의계 일부에서는 “인의 쪽이 원격진료가 시행되면 수의계도 원격진료가 시행되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스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의 쪽에 원격진료가 시행된다면 동물병원은 더욱 빨리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인의 쪽에 원격진료가 도입된다면 동물병원에 도입되는 것은 시간문제다”며 “현재도 수의계는 자가진료가 만연하고, 스마트폰 등을 통한 상담이나 진료가 이미 성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메일 등으로 자료를 받아 진료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A동물병원은 해외에 있는 환자의 진료를 원격으로 하고 있다. A병원은 원격진료에 필요한 혈액검사, 방사선 검사, 질문서 등을 받고 동영상을 받아보는 등 진료를 하는데 필요한 제반의 자료들을 보호자로부터 원격으로 넘겨받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B병원 역시도 기존 자신의 병원 환자의 경우 원격진료를 요구할 때 충분한 자료를 수렴한 후 처방하고 약을 보내 주고 있다. 이처럼 수의계에는 알게 모르게 원격진료가 이미 일정부분 시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발달과 각종 검사장비의 휴대성 극대화로 인해 가정에서도 손쉽게 검사할 수 있는 항목들이 증가하면서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술을 통한 반려동물의 위치 추적, 건강 관리도 이에 속한다.

동물병원의 원격진료는 엄밀히 말하면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인의계와는 다르게 동물병원은 원격진료에 대한 부담을 그리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원격진료가 필요하다”며 “개개인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검사 및 진단기구가 발전한다면 더욱 그렇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동물병원협회 허주형 회장은 “현재 동물병원에서의 원격진료는 불법이다”며 “동물은 사람과 달라서 원격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과 동물 진료에 있어 원격진료의 기대 수준은 다르다”며 “원격진료를 하고자 한다면 수의사법 시행령에 있는 자가진료 철폐가 먼저 이뤄져야만 가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원격진료는 생각의 관점에 따라서는 환자가 유리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특히 대형병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과 전체 병원의 동반자 관계에 대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수의계는 인의계의 원격진료 투쟁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현 시점에서 수의계도 원격진료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며, 원격진료의 득과 실에 관한 심사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