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동물치과병원 등장 … 임상 특화병원 갈수록 증가

2015-01-22     정운대 기자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정이 전체 20%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싱글족과 노년층이 늘면서 그 수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려동물 산업도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최근에는 반려동물 산업에 '케어'와 '웰빙'을 접목한 프리미엄 서비스 개념이 접목되면서 관련 시장은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임상과목의 전문화다.


임상 전문화·특성화 실질적 효과 크다
일부 전문진료는 이미 현실화 … 중대형 병원일수록 두드러져

내과, 외과, 안과, 피부과 등 인의 쪽은 전문과목을 넘어 모발이식, 지방흡입, 수면치료, 관절통증치료, 라식전문병원 등 세부 시술에 따른 전문 병원화 추세로 가고 있다.
병원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데, 그 일환으로 전문화, 특성화,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급여 진료의 경우는 이러한 세부 전문화 추세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인의 쪽의 이러한 변화처럼 수의계도 전문병원과 전문화의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 수가 증가하고 그 종이 다양해지는 한편, 질병에 대한 인식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전문병원과 전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인의쪽 복지부 지정전문병원도
수의계와는 달리 인의 쪽은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전문화를 권장하고 있다.
병원간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고, 일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전문병원들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고 양성화하는 한편 전체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복지부의 취지다.
복지부는 실제로 보건의료체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사회적 요구와 의료기관의 기능 재정립 및 병원의 전문화·특성화를 통한 중소병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2011년 전문병원제도를 도입, 3년마다 지정하고 있다.
관절, 뇌혈관, 대장항문, 수지접합, 심장, 알코올, 유방, 척추, 화상 등의 질환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과, 신경외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재활의학과, 정형외과 등의 진료과목으로 나눠 지정, 발표 한다. 이는 복지부가 지정한 전문병원이며, 개개의 병원들이 전문화와 특성화를 표방한 다양한 형태의 전문병원으로 전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전문화 실질적 효과 인식
반면 수의계는 인의와는 다른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전문화의 필요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수의계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특정 전문진료 과목에 초점을 맞춘 전문병원이 모든 진료과목을 다루는 종합병원보다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증가했고 전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임상 수의계에서도 아직 전문의제도는 없지만 임상대학원 과정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수의사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사실상 특정 진료분야의 전문 수의사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수의계도 전문화에 대한 요구의 증가와 함께 점차 전문화로 변해가고 있는 추세다. 특히 일선 동물병원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눈에 띤다.
공식적으로 현재 수의계는 전문의제도가 제도화 되지 않은 만큼 전문병원이라고 표방할 수는 없지만, 최근 들어 일부 중대형 병원과 프리미엄 급 서비스를 자랑하는 병원들이 동물 종별에 따른 전문병원, 진료항목에 따른 전문병원을 표방하며 활발하게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아직은 이들 대부분이 실질적인 전문병원이라기 보다는 일반진료에 비해 특정 진료를 보다 많이 하는 형태의 운영방식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일정부분 전문화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동물병원 관계자는 “동물병원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연적으로 특정 진료를 특화시키는 병원들이 증가하고 있고, 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물론 아직까지는 이러한 전문과목의 표방이 실질적으로 경영 개선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동물치과병원 오픈
얼마 전 서울 청담동에 ‘동물치과병원’이 오픈했다. 병원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동물의 치과치료만 하는 병원이다.
일반 진료와 함께 일부과목만 특화시킨 지금까지의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병원들과는 달리 진료범위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문의제도가 없어 전문병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인 형태의 동물치과 전문병원이 탄생한 셈이다.
과연 해당병원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주도할 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수의계가 변화에 직면했다는 사실에는 모두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동물치과병원 원장은 “반려동물과 관련된 사회적인 인식과 전체적인 수준이 과거와는 현저하게 달라졌다”며 “보호자들이 보다 고급화되고 전문화된 진료를 원하는 만큼 전문병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과 유럽 등에는 수의치과전문의제도가 존재한다”며 “우리병원처럼 특화된 병원이 나오면 대학에서도 전문과목이 개설될 것이며, 그렇게 되는 것이 바람이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제도적인 제약으로 인해 전문병원을 공식적으로 표방할 수는 없지만 동물치과병원처럼 특화된 진료 형태를 지향하는 동물병원은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높아질수록 더욱 증가할 것이다”고 내다보고 있다.
병원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문화를 택하는 병원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수의계 전체 유기적 협력 필요해
전문화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증가할 것이란 것이 수의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현재 수의계는 인의와는 다른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 만큼 전문의제도 도입 등의 실질적인 변화는 아직 시기상조다. 그만큼 전문의제도에 앞서 수정 보완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직접적인 전문의제 도입보다는 대학 교육과정에 전문과목의 비중을 높이는 등의 방안 모색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동물치과병원 원장은 “전문화는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문제다. 만약 대학이 어려우면 단체나 학회에서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즉, 전문화는 대학만 나서서 변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대학과 단체, 학회, 임상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수의계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변화에 직면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는 있다.
변화의 요구에 수의계가 귀를 기울이고, 이를 수의계가 발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현실화 시킬 수 있도록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