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두 고양이 폐사 국산사료가 문제?
얼마 전 고양이에서 신경·근육병증 사례가 다수 보고되면서 원인불명의 다두 고양이 폐사와 관련해 특정 펫푸드 제조업체 사료가 원인으로 지목되며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다행히 증상을 보인 고양이들의 주요 감염병에 대한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이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사료 기존 3건 포함 50여건의 유해물질(78종), 바이러스(7종)·기생충(2종)·세균(2종)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검역본부로 의뢰된 고양이 10마리에 대한 병원체․약독물 검사에서도 바이러스(7종), 세균(8종), 기생충(2종), 근병증 관련 물질 34종(영양결핍 3종, 중독 31종), 그 외 유해물질 859종(살서제 7종, 농약 669종, 동물용의약품 176종 등)에 대해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이번 고양이 폐사 사태는 국산사료와 무관한 것으로 판명되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언급된 제조업체의 공정 과정에 문제가 없고 고양이들의 폐사와 펫푸드가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검사 결과가 기사화될수록 보호자들의 반응은 “이젠 국산 사료를 먹이지 말아야겠다”로 가는 분위기이다.
강한 부정은 확신의 긍정이어서일까. 해당 제조업체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에 대해 되레 보호자들은 국산 사료가 원인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문제가 없다는 조사 결과는 결과적으로 국산 사료에 대한 의구심을 더 키우는 셈이 됐다.
아직까지 보호자들은 펫 제품 선택 시 국산보다는 수입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사료의 경우 수입품에 대한 호감도가 여전히 높아 이번 사태를 통해 국산 사료들의 설 자리가 더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K-문화와 K-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각광받으며 K-제품에 대한 글로벌 선호도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반려동물 쪽은 아직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전자제품이나 핸드폰이 세계를 주름잡은 지 오래고, 의료쪽만 봐도 치과계의 경우 수입 임플란트가 대세였던 시장을 국산이 완전히 뒤집어 버린 지도 20년이 넘었다.
수입을 선호하던 시대에서 세계가 알아주는 국산을 선호하는 시대로 바뀌었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반려동물 업계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국산 제품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실 수입 펫푸드라고 해서 국산보다 안전하고 믿을 만한 제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펫푸드 선진국인 미국이나 영국에서도 유명 사료 회사의 리콜 사례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멜라민 사료 파동’은 100마리가 넘는 개, 고양이가 사료로 인해 신장 관련 질병을 앓다 죽으면서 100개 브랜드에서 600만개 사료가 리콜되는 대규모 사료 리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여기에는 전통적 다국적 기업으로 유명한 힐스와 네슬레퓨리나 등도 포함됐다. 이후에도 힐스 사료는 여러 차례에 걸쳐 리콜 대상에 올랐으며, 힐스와 네슬레퓨리나는 자발적 리콜을 실시한 경우도 있다. 가깝게는 지난해 초 네슬레퓨리나 프로플랜 처방 사료를 먹고 비타민 D 중독을 보여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몇몇 수입 제품들이 리콜 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료 파동 이후로 FDA 홈페이지에는 사료 리콜 이력을 입력하고 있고, 그 외 다수의 홈페이지에서도 사료 리콜 이력을 공개하고 있다.
물론 수입뿐만 아니라 국산 제품도 리콜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산과 수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로 국산보다 수입품의 퀄리티나 안전성이 높다는 편견은 버려야 할 때이다. 이번 기회에 국산 사료들이 더 분발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