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려동물 행동치료는 수의사가 전문가

2024-06-05     개원

최근 유명 훈련사의 직장 내 갑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편에서는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치료는 수의사가 전문가라는 사실을 적극 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훈련사는 반려견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 인기를 끌면서 각종 미디어에 출연하며 ‘개통령’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을 정도로 큰 인기를 모았다. 특히 반려견의 행동문제 해결을 통해 반려문화를 대중적으로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와 함께 한편에서는 행동문제를 훈련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시켰다는 우려도 컸다. 

사실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은 그 원인이 다양하다. 질병 때문인지, 유전, 환경, 경험, 건강상태, 부적절한 사회화, 불안, 통증, 호르몬 변화 때문인지, 모든 가능성을 갖고 있어 행동문제 전문가인 수의사가 우선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하는 질병이다. 하지만 스타 훈련사가 나오면서 수의사는 뒷전이 됐다. 

행동치료는 크게 약물치료와 행동수정 트레이닝, 환경관리로 나뉘는데 약물 치료를 할 것인지, 훈련사를 통해 훈련을 받을 것인지는 수의사의 진단 후 다음 단계이다. 즉, 훈련사의 역할은 ‘행동수정 트레이닝’에 국한된 훈련과 교육 담당이다. 

정상 행동이지만 원하지 않는 행동인 경우에는 올바른 트레이닝과 관리 방법이 필요하고,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조제, 약물치료, 관리 방법, 행동수정 등을 복합적으로 지시해야 한다. 같은 문제행동이라도 원인이 다를 수 있고, 살아온 환경과 유전, 건강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개선 방법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다양한 모든 요소를 고려해 체계적으로 행동 문제를 접근하는 데는 수의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수의사는 약물치료와 예후 평가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다. 상태에 따라 약물의 종류와 용량을 조절하고, 다른 치료 방법과 병행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각종 미디어를 통한 관련 정보의 범람으로 많은 보호자들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을 맹신해 직접 코칭을 시도하거나 훈련사에게만 의존하는 경우들이 많다. 동물병원은 오랜 기간 트레이닝을 해도 개선되지 않거나 악화되서야 찾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육의 문제인지, 질환 때문인지 행동문제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진단이 필요한지 조차 알지 못하기 때문에 수의사를 찾아오지 않는 것이다.

비과학적 접근 방식으로 잘못된 훈련을 진행하면 오히려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고, 불안 또는 두려움이 스트레스와 직결되어 신체 건강까지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수의사의 진단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과학적이고 근거 있는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수의사로부터 그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진료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행동치료에 있어 수의사가 뒷전인 데에는 화제성과 인기에만 의존해 훈련사의 문제행동 훈련만 부각시킨 미디어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더 큰 책임은 수의사에게 있다. 행동문제는 수의사의 진단이 필요한 질환이라는 것을 알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행동 치료에 대한 보호자들의 니즈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행동문제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알리고 수의사의 역할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수의사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보호자들에게 올바른 정보와 치료법을 알린다는 측면에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무엇보다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서는 반려인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대중적인 수의사 스타를 배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