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안락사 불법 아니지만 규제 필요해”

안락사 악용 방지 위한 법안 제정 시급…장소 및 기준 등 명확한 규정 있어야

2024-06-20     박예진 기자

최근 유명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의 반려견 출장 안락사 논란으로 인해 수의사 방문 진료에 대한 문제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출장 안락사를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집에서 편안하게 반려동물을 보내주고자 하는 보호자들이 늘어나면서 안락사 규정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문진료 수의사법상 불법 아냐

방문진료를 불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의료법과 다르게 수의사법은 원칙적으로 방문진료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 수의사의 진료 장소는 축종에 따라 구분돼 있어 산업동물은 출장진료를 주로 하고, 반려동물은 동물병원 내 진료실에서 진료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로 간주하지만, 수의사법 제 17조에는 ‘수의사가 동물병원을 개원하지 않고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고 진료 장소에 대한 규정이 없다.

방문진료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대한수의사회는 지난 2020년 ‘동물병원 방문진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동물병원의 병원 내 진료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대수회는 “가축에 대한 출장진료와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물병원 내에서 진료를 해달라”며 “수의사가 방문진료로 개설 동물병원에 대한 관리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 동물진료업의 정지 및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대수회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이 없어 처벌도 어렵다.

출장 안락사를 찬성하는 이들은 “고령이나 병으로 힘들어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집에서 안락사시키고 싶어하는 보호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출장 안락사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살던 곳에서 편안하게 보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와 달리 반대하는 이들은 “안락사는 위험하고 엄격한 진료에 해당한다.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외부에서 진료할 경우 오진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공중 위생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례업체와 연계해 안락사 진행도

최근에는 일부 동물 장례 대행업체에서 특정 동물병원과 연계해 안락사를 진행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동물 장례업체 홈페이지 또는 블로그에 들어가면 반려동물 안락사를 해준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안락사를 주선하는 일부 업체에서 정당한 안락사 사유를 고려하지 않고 안락사를 진행하고 있어 질타를 받고 있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제28조에 따르면 ‘질병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 동물의 인도적인 처리가 가능하다. 시행규칙으로 규정된 사유로는 △동물이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 회복될 수 없거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동물이 사람이나 보호 조치 중인 다른 동물에게 질병을 옮기거나 위해를 끼칠 우려가 매우 높은 것으로 수의사가 진단한 경우 △기증 또는 분양이 곤란한 경우 등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등으로 관련 질병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지 않는다면 해당 법령의 허점을 이용한 비윤리적 행태가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크다.

안락사는 노령동물이나 불치병 환자 등 끊임없이 고통받는 동물들을 도와주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호자와 수의사의 동의만을 필요로 하고 있어 다양한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고,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인식이 가벼워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안락사 시행 기준과 장소 및 조건 등에 대한 규정을 명확히 하는 법안이 하루빨리 제정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