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집단폐사 고소·고발까지 ‘점입가경’
“유해 물질 없다” Vs “공통사료 먹었다”…원인 규명 주도할 컨트롤타워 필요해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으로 다수의 고양이가 사망하는 사건과 관련해 특정 펫푸드 제조업체 사료가 원인으로 지목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한수의사회(이하 대수회)에 해당 사례를 보고한 다수의 동물병원에서 증상을 보인 고양이들의 주요 감염병에 대한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양이 폐사와 관련해 검사를 의뢰 받은 사료 총 50여 건을 대상으로 유해물질(78종), 바이러스(7종)·기생충(2종)·세균(2종)에 대한 검사 결과도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일부 동물단체가 특정 국내 사료를 지목해 사망 원인으로 의혹을 제기했으나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면서 특정 사료와는 무관한 것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미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국산 사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고, 이는 매출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포뮬라 등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조사 결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 대처 및 주도할 주체 없어
이번 사태의 정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 데에는 이런 문제를 대처하고 주도할 만한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오원석(오원석황금동물병원) 원장은 지난 5월 열린 ‘2024 월드펫포럼’에서 “이번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사례와 같은 이상 사례는 간헐적으로 계속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사료 때문인지 원인을 규명하고 대처를 주도할 컨트롤타워가 국내에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곧 보호자들의 신뢰도를 하락시킬 뿐만 아니라 국내 펫산업의 글로벌화를 저해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미국과 유럽, 호주 등 해외에서는 펫푸드 관련 사고가 발생할 경우 원인 규명과 환자 및 사료 분석을 위한 공조 체계가 구축돼 있으며, 컨트롤타워의 체계적인 지시를 통해 신속한 리콜이 진행된다.
가장 대표적인 2007년 미국의 ‘멜라민 사료 파동’의 경우 미국식품의약국(FDA) 주도로 100개 브랜드의 총 600만 개에 달하는 사료가 리콜 조치됐다.
국내는 현재 대수회와 여러 동물보호단체가 각각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 산정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 사료가 직격탄을 맞으며 고소·고발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규제 및 안전성 입증체계 마련해야
반려동물에게 사료는 중요한 필수 영양소다. 특히 질환을 앓고 있어 처방식 사료를 먹는 반려동물의 경우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사료가 이번 사태의 원인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펫푸드의 영양학적 적절성을 평가할 객관적 가이드라인의 부재 탓에 펫푸드 관련 문제는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사료 영양소 표기 규정을 강화하고, 펫푸드의 안전성을 관리하고 문제를 입증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과 컨트롤타워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