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원격진료 “규제와 가능성 사이”

오진 위험으로 아직은 시기상조 VS. 시공간 제약 없어 유용 

2024-07-18     박진아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격의료 서비스가 급격히 확산됐다. 반려동물 원격진료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의 발전과 반려동물 보유 수 증가로 인해 함께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러 우려로 인해 본격적인 원격진료는 아직 허용되지 않고 있지만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중이다. 반려동물 원격진료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해외 동물원격의료 서비스 증가세
글로벌 수의학 원격진료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가장 큰 시장은 역시 미국이다. 

대표적인 서비스 제공업체로는 ‘텔레버트(TeleVet)’와 ‘펫지(Petriage)’가 있다. ‘텔레버트’는 수의사와 보호자간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으로 진단부터 치료 계획까지 제공하며, ‘펫지’는 AI를 이용해 초기 증상을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 수의사와의 화상 상담을 연결해준다. 호주의 ‘벳츠온콜(Vets on Call)’은 원격 상담 이후 가정 방문 옵션까지 제공한다. 유럽은 ‘퍼스트벳(FirstVet)’이 눈에 띈다. 주로 비상 상황에서의 초기 진단을 제공하는데, 스웨덴에서 시작해 현재 여러 유럽 국가에서 서비스 중이다. 싱가포르의 원격진료 플랫폼 ‘줌벳(Zum Vet)’의 경우 화상 상담 및 진단 후에 필요한 약까지 3시간 내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단, 한국은 해외와는 여건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토가 좁고, 동물병원과 수의사의 수가 많아 진료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동물병원에 쉽게 방문할 수 있는 만큼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것. 또한 한국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도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의료비가 높아 원격진료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경향이 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편리하지만 신중한 접근 필요
국내에서도 동물원격의료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발행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원격의료 상담이나 원격진료를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1인 가구의 찬성률이 높았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반려동물에게도 유용하다. 오랜 기간 동일한 진료를 받아온 경우 약만 주기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반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은 오진의 위험성을 우려한다. 아직은 기술적 발전이 좀 더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질적인 검사부터 진단, 치료, 처방까지 원격으로 하기에는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 

수의사 A는 “각종 검사를 통해 정확히 진단하거나 장비를 통해 치료하려면 어차피 직접 방문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대한수의사회 역시 의료사고 위험성과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원격진료를 통해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약물들이 잘못 이용되면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수의사들의 진료 활동이 위축될 수도 있다. 수의사 B는 “만약 오진으로 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서비스 제공 업체의 잘못인지, 꼼꼼히 진찰하지 못한 수의사의 잘못인지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원격진료가 가능한 대형 동물병원에만 고객이 몰려 동물병원의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있다. 


국내 동물원격의료 현황과 한계
국내에서는 수의사법상 직접 진료만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수의사의 원격진료는 불법이다. 현재 펫닥, 아지냥이, 똑똑케어 등의 플랫폼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건강정보 제공이나 수의사와 상담 제공, 동물병원 연결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다만 최근 에이아이포펫의 티티케어(TTCare) 앱이 ICT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비대면 진료의 물꼬를 텄다. 이 앱은 반려동물의 안과질환을 AI가 분석하고, 필요 시 수의사와의 화상 상담을 연결해 준다. 단, 재진에만 한정하여 진행되고 있다.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려면 기술의 발전이 급선무다. 원격을 통해서도 동물의 객관적인 신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이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원격진료를 수행하는 수의사의 역량과 훈련도 수반되어야 한다. 다만 국내에서의 원격진료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