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수의사들”
전문성과 열정으로 성공 가도…철저한 준비로 차별성 갖춰야
최근 수의사들이 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펫헬스케어 관련 IT업체, 반려동물 사료·영양제 브랜드 등 그 영역도 다양하다. 수의사 자신에게도 성취의 기회일 뿐만 아니라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환영받는 분위기다.
사료·영양제 브랜드 등 CEO로 활동
진출이 가장 활발한 영역은 단연 사료와 영양제 분야다. 반려동물의 건강·영양과 관련된 수의사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보호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병국(청담우리동물병원)원장은 ‘메디코펫(medicopet)’과 ‘청담닥터스랩(DOCTORS LAB)’ 2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덴탈껌 ‘데일리덴탈바’, 5가지 기능성 사료 ‘데일리솔루션’ 등 40여 가지의 제품을 출시해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반려동물영양연구소 대표 정성렬 수의사는 브랜드 ‘닥터레이’를 론칭해 ‘오메가-3’ 등을 히트시키며 국내 반려동물 영양제 시장을 견인, 대표적인 반려동물 영양제 브랜드로 자리매김시켰다.
‘프롬벳’(fromvet)은 하재홍·김정명 수의사가 만든 자연식 사료 브랜드로 화학 첨가물이 없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라미 수의사 역시 반려동물 영양제 브랜드 ‘베츠’(Vets)를 창업했다. 그녀는 “내원한 보호자와의 대화를 통해 필요한 제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수의사를 위한 플랫폼·서비스 제공
또한 수의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IT 서비스는 의료 시스템을 혁신하고,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회가 되고 있다.
유석환 수의사는 수의사 전용 올인원 플랫폼 ‘벳플레이스’를 출시했다. △ 동물병원 물품 공동구매 △전문 파트너사의 무료 자문 △강의 서비스 등을 운영 중이다. 8명의 팀원 중 5명이 수의사로 수의사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의사 출신인 윤상우 ‘벳플럭스’ 대표도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 서비스 소프트웨어 ‘늘펫’을 개발했다. 행정업무가 많아 진료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경험에서 착안한 메신저다.
벳아너스 운용사 ‘아이엠디티’의 서상혁 대표도 20년 경력의 수의사다. CLAiR(클레어) 건강검진 무료 배포를 통해 수의사의 건강검진 보고서 작성 부담을 줄이고, 보호자의 검진 만족도를 높여 동물병원 건강검진 활성화에 기여 중이다.
성공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열정 필요
물론 수의사들이 창업에 나설 때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자금 조달, 운영 전략 등 다양한 요소를 철저히 고려해야 한다.
메디코펫의 윤병국 대표는 “단순히 부업 정도의 노력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병원을 개원할 때와 마찬가지로 치밀한 준비와 열정, 충분한 자본이 필수”라고 강조하면서 “성공을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임상세미나를 찾아 듣고 연구하듯이 사업에서도 연구가 기본”이라고 했다.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세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글로벌 및 대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전략 구상이 필수다. 마케팅에 의존하기보다는 독자적인 기술과 품질 관리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려는 시도도 필요하다. 세계적인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 개발과 품질 향상 및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베트윈’이 수의대생을 대상으로 졸업 후 희망진로 설문 결과에 따르면, 90.5%가 ‘반려동물 임상’을 선택했다고 한다. 여전히 수의사의 진로는 임상으로의 진출이 유일하다고 여겨지는 가운데 사업 영역에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수의사 출신 CEO들의 사례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는 수의사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