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 선택의 새로운 기준 “펫세권이 뜬다”

반려동물 친화적 환경이 주거 가치 높여…세부 지표 중요도 ‘동물병원 수’

2024-08-08     박진아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주거지 선택에 있어 ‘펫세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펫세권은 ‘펫’(pet)과 역세권에서 파생된 ‘세권’을 합성한 신조어로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주거지를 의미한다. 

주거지를 선택함에 있어 교통 접근성이 중요한 요소로 꼽혀왔듯, 반려동물 관련 시설과 서비스도 주거지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부동산 플랫폼의 펫세권 서비스
반려동물 친화적인 주거 환경에 대한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바빠진 것은 부동산 관련 서비스 분야다. 대표적인 부동산 플랫폼 ‘다방’은 최근 사용자들에게 ‘펫세권’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을 강화한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사용자가 주거지를 검색할 때 동물병원, 반려동물 미용실, 호텔 등의 위치와 정보를 지도로 구현하여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원과 산책로 정보도 제공한다. 

KB국민은행 역시 ‘KB부동산’ 내에 ‘펫세권 입지 서비스’를 오픈했다. 서울지역 아파트 단지를 기준으로 1㎞ 이내에 있는 반려동물 관련 업체 정보를 거리 순으로 보여준다. 지도 내 입지 서비스에도 펫세권을 적용했다. 반려동물과 동반할 수 있는 장소를 동물발자국 모양의 마커로 표기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펫세권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 양육 가구에 유용한 생활밀착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현재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제공 중이지만 앞으로는 더욱 많은 반려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지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통계청 역시 최근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 http://sgis.kostat.go.kr) ‘살고싶은 우리동네’를 개편하면서 반려동물 양육가구들을 위한 주거지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별로 주거지 선호도 및 중요도 등 세부 지표를 고르면 이사 지역 10곳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인데, 생활 유형 중에 ‘반려동물 가구’가 포함된 것이다. 


펫세권 선정 지표 기준은?
펫세권에 있어 핵심은 동물병원의 접근성이다. 정기적인 건강관리와 긴급 상황 시 즉각적인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의 관리와 일시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려동물 미용실과 호텔도 중요한 요소다.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나 산책로의 유무 역시 펫세권 평가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또한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상점과 식당 여부도 표시하고 있다. 

통계청 역시 ‘반려동물 가구가 살기 좋은 지역’을 선정함에 있어 외부산책의 용이성, 안전성, 관련산업 분포 정도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8개 세부 지표의 중요도를 각각 ‘매우 중요’. ‘중요’, ‘보통’으로 구분했는데 ‘매우 중요’에 해당하는 조건은 △동물병원의 수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업의 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이다. ‘중요’에 해당하는 조건들은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등을 고려한 대기질 현황 △자가점유 비율이다. ‘보통’에 해당하는 나머지 조건은 △아파트 비율 △대형마트 수 △교통사고 안전이었다. 

통계청은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접근성, 쇼핑할 수 있는 시설과의 거리, 관련 용품 구입 가능 여부 등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펫세권 확충 나선 지자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펫세권 마련에 나선 경우도 많다. 서울 구로구는 ‘반려동물과 함께 행복한 동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반려동물 동행 부동산중개사무소 66곳 운영 △주택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반려동물 특약안을 제시해 임대차 갈등·분쟁 예방 △반려동물 관련 시설 공간정보 제공 등이 이뤄진다. 

펫세권 확충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필수라는 분위기다. 반려동물 동반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친화 도시’ 조성이 지자체들의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다. 찾아오는 반려인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개발과 제도 지원을 속속 마련하는 추세다. 

‘펫세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단지 자체적으로 반려동물 전용 시설을 갖추거나 반려동물 친화적인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또 반려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발전도 기대된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함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펫세권’이 전국으로 퍼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