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 오른 ‘수의사 윤리 문제’
동료의식 헤치는 행위들 늘어…대수회 징계 요구권 제대로 발휘돼야
지난 2020년 동물 학대 및 사기 혐의로 형사고발 당한 수의대생 유튜버 ‘갑수목장’이 동물병원을 개업했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갑수목장이 개명 후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갑수목장이 개원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동물병원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A 동물병원과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B 동물병원이다. 의혹이 계속되자 자신을 A 동물병원 원장이라고 밝힌 수의사는 지역 커뮤니티에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새롭게 시작하는 동물병원으로서 반려동물들을 위해 타 병원에 비해 적은 진료비를 추구하고 있다. 그로 인해 다른 수의사들 사이에서 각종 루머로 공격받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해당 입장문에는 ‘병원 측 주장대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억울할 것 같다’, ‘대표자로 등록된 수의사가 갑수목장이 개명한 이름과 생년월일까지 모두 동일한 점은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는 등 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글은 비공개 처리됐다.
본지 개원이 해당 병원 2곳에 관련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문의한 결과, 진료 시간이라 확인이 어렵다는 짧은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출장 진료 문제도 여전해
얼마 전에는 유명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의 반려견 출장 안락사 논란으로 인해 수의사 방문진료에 대한 문제가 다시 대두되기도 했다.
수의사법에는 방문진료와 관련한 규정은 없지만 수의사의 진료 장소는 축종에 따라 구분해왔다. 산업동물은 출장진료를 주로 하고, 반려동물은 동물병원 내 진료실에서 진료하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그러나 수의사법 제17조에 따르면, ‘수의사가 동물병원은 개원하지 않고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다’는 규정만 있고, 진료 장소에 대한 규정은 없어 사실상 방문진료가 가능한 상황이다.
특히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방문진료를 하는 임상의들이 늘어나자 당시 대한수의사회(이하 대수회)는 ‘동물병원 방문진료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동물병원 내 진료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가이드라인 역시 대수회의 권고사항일 뿐 별다른 강제성이 없어 방문진료를 막거나 처벌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출장진료를 표방하고 직접 여러 지역을 찾아다니며 환자를 모객하는 수의사도 생겨나는 상황이다.
수의사 면허 정지 사실상 어려워
동물의 생명을 책임지는 수의사에게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 요구되고 있지만 수의사 면허체계 관리가 국가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비윤리적 수의사를 징계할 수 있는 법은 없는 상태다.
대한의사학회의 경우 의료인의 자율규제 권한을 강화하고 비도덕적 진료행위 등 국민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실시, 무면허 의료행위 및 대리수술, 의료인 폭행, 불법 성형 어플 광고 등 다양한 비윤리적 문제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대한치과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도 해당 사업을 통해 지역 내 의료진 등을 중심으로 자율적 면허 관리에 나서고 있다.
다행히 수의계도 지난 7월 24일부터 대수회가 비윤리적 수의사에 대한 면허효력 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는 ‘수의사의 품위유지의무’와 ‘수의사회 징계 요구권’이 포함된 수의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윤리위원회(위원장 최이돈)를 구성하고, 회의 결과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에 수의사 면허효력 정지 처분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수의사의 품위유지를 위한 규정으로는 △허위·과대 광고 △동물병원 유인 △품목 허가나 신고 안 된 동물용의약품의 진료 사용 등 총 3가지다. 그러나 품위손상행위 범위가 의료법에 비해 좁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대수회의 징계 요구권이 현실적으로 올바르게 작동하고, 비윤리적 수의사에게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좀 더 실질적인 규정과 윤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