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어가는 동물병원 용품 판매”

쇼핑몰 시장 확대로 용품 매출 포기 속출…병원 전용 제품 인증제도 도입해야

2024-08-22     강수지 기자

반려동물 관련 용품 산업의 판매 경로가 온·오프라인으로 다양화되고, 유통 채널 역시 많아지면서 성장 중인 국내 반려동물 관련용품 산업 시장에 비해 동물병원의 판매 실적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용품 대신 임상 집중 사례 많아져
닐슨아이큐(NIQ) 코리아가 발표한 ‘리테일 판매 데이터를 통한 2024 한국 펫푸드 시장 전망’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온라인에서의 펫푸드 판매율은 ‘쿠팡’이 41.2%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네이버’가 30.8%로 그 뒤를 이었으며, 오프라인은 ‘대형마트’ 판매가 55.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온·오프라인으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나 용품과 사료를 동물병원에서 구매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보호자들이 온라인으로 발길을 돌리고, 동물병원에서는 샘플만 받은 후 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동물병원의 용품 매출 규모는 축소되고 있다.

소비자 A 씨는 “찾는 제품이 동물병원에 구비돼 있지 않을 때도 있고, 동일한 제품도 동물병원에서 구매할 경우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어 주로 온라인에서 용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이 계속되자 일부 동물병원들은 기존의 용품 판매 공간을 과감히 없애고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거나 처방식만 판매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대형화와 전문화를 추구하는 동물병원들이 많아지면서 용품 판매 매출을 포기하고 임상에만 집중하려는 동물병원들도 적지 않다.


수의사 독자적 처방권 확보해야
용품뿐만 아니라 수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중요한 처방식 역시 온라인으로 무분별하게 유통되면서 진료와 진단은 수의사가 하고, 수익은 온라인 판매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불합리한 구조가 형성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처방식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고, 수의사의 관리하에서만 처방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온힐(대표 김도형·유정우)이 처방식 쇼핑몰 ‘벳어스’를 개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벳어스’는 수의사가 진료 시 처방 및 제품 정보를 기입하면 해당 내용이 담긴 링크가 보호자의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달되고, 보호자는 전송받은 링크를 통해 ‘벳어스’ 앱에 접속해 처방 정보 확인 후 구매하면 된다. 실제로 수의사의 처방 하에서만 제품 구매가 가능한 시스템이어서 수의사가 독자적인 처방권을 확보하고, 병원 수익에도 보탬이 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공신력 있는 단체서 인증제 시행해야
동물병원 구매 실적이 줄어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동물병원들이 반려동물 용품을 취급하고 있다. 처방식을 비롯한 관련 용품 매출이 전반적으로 늘고 있다는 데이터는 동물병원이 용품 판매를 포기할 수 없고, 처방식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와야 하는 이유다. 특히 1인 동물병원의 경우 용품 판매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이 상당히 중요한 만큼 동물병원 제품만의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등 다른 의료 단체들의 경우 병원 유통 제품에 협회에서 인증한 제품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협회의 인증마크를 통해 제품의 신뢰를 얻고, 고객들은 믿고 선택할 수 있으며, 협회는 인증 마크 부여로 수익을 얻는 구조다. 수의계에서도 일부 학회와 단체에서 시도는 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

따라서 대한수의사회 등 공익성을 가진 대표 단체에서 동물병원 전용 제품에 대한 인증제도를 운영한다면 타 유통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과 차별화될 뿐만 아니라 잃어버린 처방식 시장을 가져올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