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동물병원 기준 및 전문의제도 윤곽 잡았다”
대수회, 반려동물 표준 의료체계 권장안 도입 공청회 열어…서강문 교수팀 연구 용역결과 발표
1, 2차 동물병원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과 수의전문의 제도에 대한 윤곽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의료팀(이하 농식품부)은 ‘반려동물 표준 의료체계 권장(안)’에 대한 다양한 수의계 인사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대한수의사회(회장 허주형, 이하 대수회)에 용역을 의뢰, 지난 12월 15일 공청회를 열고, 수술실, 장비, 인력, 진료 수 등을 기준으로 한 상급동물병원의 기준을 비롯해 전문의 도입에 대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상급동물병원 도입 권장안 제시
서강문(서울대) 교수 용역 연구팀이 올해 7월 23일부터 8월 16일까지 총 1,03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1%의 수의사가 본인의 병원이 1차 병원에 해당한다고 답했으며, 73.5%의 수의사가 동물병원 분류에 찬성했다.
서강문 교수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제시한 상급종합동물병원 기준에 따르면, ‘상위 10% 기준 동물병원’은 입원장 23개 이상, 150평 이상, 진료실 5개 이상, 격리입원장 2개 이상, CT, 수술실 등의 시설을 보유해야 하고, 8명 이상의 수의사가 근무, 2개과 이상에서 전문의나 박사학위 소지자가 있어야 한다. 진료과는 내, 외, 영상과를 필수로 4개과 이상이 있어야 하고, 하루 평균 초진 10건, 재진 30건 이상의 진료를 봐야 한다.
‘상위 5% 기준 동물병원’은 입원장 31개 이상, 250평 이상, 진료실 6개 이상, 격리입원장 4개 이상, CT, MRI, 수술실 등의 시설을 보유하고, 15명 이상의 수의사가 근무, 3개과 이상에서 전문의나 박사학위 소지자가 있어야 한다. 진료과 수는 내, 외, 영상, 응급학과를 필수로 5개과 이상 있어야 하고, 하루 평균 초진 15건, 재진 40건 이상을 진료해야 한다.
‘전문동물병원’은 해당과 전문진료 장비를 80% 이상 구비하고,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가 있어야 동물병원명에 진료과 기입을 할 수 있다.
서강문 교수는 “일반 동물병원은 병원명에 의료원, 의료센터, 진료과 기입을 할 수 없으나 진료과목은 별도로 표시할 수 있다. 상급종합동물병원에서는 병원명에 의료원, 의료센터 표기가 가능하고, 전문동물병원은 병원명에 진료과 기입을 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한 “상급종합동물병원은 국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동물병원인증위원회’를 구성해 5년마다 재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동물의료 제공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전문의 교육 운영 지원비, 교육인프라 시설 제공, 법인 인정 등 국가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의 수련교육과정 제안
서강문 교수는 “현재 전문병원 명칭을 이용한 동물병원에 대한 공인된 기준이 없으며, 석·박사 학위취득자가 아닌데도 전문병원으로 개원하는 경우가 많아 시장의 교란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식적인 전문의 과정 및 철저한 관리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피력했다.
수의전문의 수련 교육과정 수립(안)으로는 △전문과목 종류 확립 △인턴 교육과정 및 연차별 레지던트 수련 교과과정 세부항목 수립 △KBVS umbrella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내과, 외과, 안과, 영상의학과, 피부과 등 기존 인증의제도를 하고 있는 5개과부터 전문의 도입을 시작해 제정될 규정을 바탕으로 신설 임상과의 전문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인턴과정은 종합병원에서 1년 이상 인턴을 한 근무자와 일반병원에서 2년 인턴 임상 경험을 한 근무자를 대상으로 교육할 장소를 정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인원수를 조금씩 늘려간다면 안정화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모든 절차는 법적 규정을 토대로 마련해야 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를 컨트롤 할 수 있는 umbrella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해당 제도에서 기존의 기득권을 인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며, 총 3개의 전문의 도입안을 제안했다.
전문의 도입안은 기득권 인정 여부를 중심으로 △공청회 및 가이드라인 작성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구성된 전문분야별 설립전문의 구성 △서류에 의한 DeFacto 전문의 선발 △시험에 의한 DeFacto 전문의 선발 △ 레지던트 과정 이수자만 전문의 시험 응시 가능 총 5단계로 설정했다.
과도기적 전문의 도입 방법인 ‘1안’은 5단계를 모두 포함한 방식으로 7년 이상의 경력자는 서류로, 3년 이상 경력자는 시험을 통해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다. 기득권을 인정해 기득권층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안이다.
‘2안’은 서류 단계를 제외한 안으로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한 사람과 5년 이상 경력자는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어 기득권을 일부 인정하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마지막 ‘3안’은 오로지 레지던트 과정 이수자만 전문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해당 안은 기득권은 인정하지 않고, 정식 전문의를 도입하겠다는 방안이다.
서강문 교수는 설문조사 진행 결과 2, 3안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국가 지원 필요성 반영할 것
이날 공청회 지정토론자 발표에는 △나기정(충북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장 △최이돈(VIP동물의료센터) 원장 △최수영(한국대학동물병원협회) 부회장 △우연철(대수회) 사무총장 △이재명(농식품부) 서기관이 참여했다.
나기정 학장은 “동물병원 체계를 1, 2차에서 그치지 않고 3차까지 견인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 시설에 진료 장비 현대화나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면 교육을 견인해 낼 수 있고, 나아가 한국에서 3차 병원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이돈 원장은 “어느 정도의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도 모두 필요한 과정 중 하나다.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방향의 결정을 밀어붙여야 수의 업계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수의사들이 많은 시도를 하려고 해도 결과를 생각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에서 정책을 만들 때 정책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수영 부회장은 “대학 동물병원의 경우 수익 창출보다는 병원의 진료와 교육을 목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교육적인 측면에 100% 투자하고 있어 대학 동물병원보다는 필드에 있는 병원들이 체계 분류 장단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것”이라며 “대학 동물병원은 교육 및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이 크기 때문에 대학병원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계될 수 있을지의 측면도 함께 고민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우연철 대수회 사무총장은 “1안과 2안을 융합한다면 전문의제도를 보다 빨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 있는 인증의들이 2차 병원 위주의 의료전달체계에 속하게 해 한정적인 기간에 대해 전문의로 인증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제도가 빨리 정착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서기관은 “오늘 제시된 예산 및 인력 지원의 필요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반려동물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고난도 진료를 필요로 하는 보호자가 많아졌다. 이러한 필요성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려동물 표준 의료체계 권장안’이 마련됐는데, 단순히 수의업계의 요구 사항으로 해당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아닌 종합적인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