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루 학술정보①] General practitioner 위한 녹내장 개요: 원인·진단·치료

2024-12-23     개원

1. 녹내장의 원인
녹내장은 망막 신경절세포의 사멸(retinal ganglion cell apoptosis), 시신경유두의 함몰(optic disc cupping)과 관련된 특이적인 시신경병증(optic neuropathy) 특징으로 하는 진행성 질환이다. 사람에서는 주변 시야 손실(tunnel vision)이 흔히 나타나고, 안압 상승의 경우 주요 위험 요소로 간주되지만,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실제로 정상 안압에서도 위와 같은 증상을 보이는 정상압 녹내장(normotensive glaucoma)이 알려진 바 있다. 반면 반려동물에서는 안압 상승이 녹내장 진단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져 왔으나 최근 망막의 병리학적 변화가 안압 상승 이전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의학에서도 녹내장의 정의가 업데이트되고 있는 추세다. 사람과 반려동물의 녹내장의 정의 차이는 해부구조 및 기능적 차이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지만, 언어적 소통이 불가능하고, 보호자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의존해야 하며, 질병이 대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환자와 마주하게 된다는 본질적인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안구가 정상적인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방수의 생성과 배출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안방수는 섬모체의 비색소상피에서 생성되며, 안방수 생성 속도는 대략 개에서 2μL/min, 고양이에서는 15μL/min이다. 안방수는 후안방에서 동공을 통해 전안방으로 유입되며, 대부분 우각을 통해 빠져나가 전신 순환으로 흡수된다[그림 1]. 녹내장은 안방수 배출이 차단되었을 때 발생하며, 안방수의 과도한 생산은 발생하지 않는다. 정상 안압은 일반적으로 개에서 15-25 mmHg, 고양이에서 15-30mmHg이다.

■원발성 녹내장(primary glaucoma)
원발성 폐쇄각녹내장(Primary angle-closure glaucoma; PACG)은 개에서 가장 흔한 원발성 녹내장의 형태다. 원발성 폐쇄각녹내장은 유전적 소인을 가지며, 다양한 품종에서 호발한다고 보고되었다[표 1]. 원발 원인 없이 안압 상승이 나타나며, 보통 시간차를 두고 양안 모두에서 발생하게 된다.

■속발성 녹내장(secondary glaucoma)
개의 녹내장에서 원발성 녹내장과 속발성 녹내장은 거의 비슷하게 발병하는 반면, 고양이 녹내장의 95% 이상은 속발성 녹내장이다. 속발성 녹내장은 하나 이상의 기전에 의해 안방수의 흐름이 막힐 때를 의미하며, 그 원인은 다음과 같다[그림 2].

동공 차단: 홍채 유착, 수정체 탈구, 유리체 탈출, 염증 물질(포도막염), 종양 등

우각 차단: 염증 물질(포도막염), 혈액, 홍채/포도막 낭종 잔해, 종양, 안내 수술 시 삽입된 점탄성 물질 등

2. 녹내장의 임상 증상
녹내장의 임상 증상은 개/고양이, 급성/만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개의 급성 녹내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공막 혈관 울혈(scleral injection)을 동반한 충혈, 안검 경련(눈을 잘 못뜸), 각막 부종, 산동(중간크기~완전 산동), 시력 소실이다. 만성 녹내장에서는 충혈, 각막 부종, Haab’s striae(데스메막 균열), 우안(buphthalmos; 안구 커짐), 수정체 부분/완전탈구 등이 나타날 수 있다[표2, 그림 3]. 녹내장이 진행됨에 따라 망막과 시신경은 급성 상태에서는 울혈되었다가 점차적으로 위축되고 함몰되는 양상으로 변해간다.

3. 녹내장 진단
녹내장의 진단은 임상 증상, 품종 소인(원발성 녹내장), 안압 측정, 우각 검사 및 검안검 검사를 토대로 이루어진다. 

안압은 안압계(보통 tonometer)를 이용하여 측정할 수 있으며, 제조사에 따라 측정되는 경향이 다르므로 판독에 주의해야 한다[그림 4]. 또한 보정 방법, 환자의 자세,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도 안압은 변할 수 있다. 안압 측정을 포함한 모든 검사는 양안을 모두 실시해야 하며, 안압이 높은 경우 원발성/속발성을 판단하고, 속발성일 경우 기저 원인을 파악하여 치료계획을 세우도록 한다. 

우각 검사는 안방수의 배출로를 확인하는 한 방법으로, 정상 안압 안구라고 하더라도 우각이 좁거나 변성되어 있는 경우, 특히 한쪽 눈이 이미 녹내장에 이환되어 있다면 예방적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4. 녹내장의 치료
녹내장 치료의 목표는 녹내장이 원발성/속발성인지, 급성/만성인지, 그리고 시력 회복이 가능한 지에 따라 달라진다.

안압이 높은 상태에서 짧게는 수시간, 대략 48시간 이상 경과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 초기, 특히 급성 단계에서 진단되었을 때 가능한 빠르게 전문 진료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의 세 가지 목표는 시력 유지, 안압 조절 및 망막 신경절세포의 사멸 방지다. 녹내장이 진단되면 안압을 낮추기 위해 약물 치료가 시작되며, carbonic anhydrase inhibitors, β-blockers, prostaglandin analogues 및 필요에 따라 mannitol과 같은 고삼투성 제제가 포함된다[표 3, 그림 5].

수술적 치료는 술자의 경험, 전문성, 사용 가능한 장비 및 치료 목표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다. 또한 품종, 나이, 기저질환, 보호자의 기대치 및 재정적 여건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원발성 녹내장은 진행성 특성을 가지며, 현재까지 수의 안과 분야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질환 중 하나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시력있는(또는 회복가능성 있는) 안구 치료
꾸준한 검진을 통해 시기적절하게 약물을 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압 조절에 실패하는 시점에 도달하게 되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최근에는 녹내장에 의한 염증물질 증가와 prostaglandin analogues 사용 등에 의해 안구가 만성적인 염증 상태일 경우 수술 예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를 토대로 더 이른 수술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섬모체 파괴술(cyclodestructive procedures)
안방수를 생산하는 섬모체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으로 레이저, 냉동 요법, 온열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었지만 최근에는 다이오드 레이저를 이용한 방법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공막을 통해 레이저를 조사하는 경공막(transscleral) 접근법과 수정체 아래, 또는 수정체 낭을 통해 섬모체를 직접 보며 레이저를 조사하는 내시경(endoscopic) 접근법이 있다.

-안방수 우회술(filtering procedures)
우각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안압을 상승시키는 안방수를 전안방 밖으로 우회시키는 방법으로, 전안방에 삽입한 튜브를 타고 안방수가 테논낭(Tenon’s capsule) 아래로 유출되어 전신 흡수되게 하는 원리이다[그림 6]. 

안압을 단기간에 급속도로 떨어뜨리기 위하여 전안방 천자(anterior chamber paracentesis)를 실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원발성 녹내장에서 단독 치료로는 권장되지 않는다. 안압을 급격하게 감소시킬 경우 안내 출혈을 일으킬 수 있고, 홍채나 수정체를 포함한 안구 손상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급성 상태에서 약물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와 녹내장 수술 후 상대적으로 급격한 안압 상승을 보이는 경우 등에서 신중하게 실시되어야만 한다. 또한 천자 후에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시력없는·통증 지속되는 안구 치료
시력을 되찾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통제되지 않는 안압으로 인하여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안구를 구제하는 방법은 안구의 크기, 동반되는 안구 질환(안구 내 종양, 각막 궤양, 포도막염 등), 환자의 나이 및 전신 마취 가능 유무, 그리고 보호자의 재정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안구 적출(enucleation)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안구를 없애는 방법으로 더 이상 안구 관리가 필요 없으며, 조직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신마취가 필수적이며, 많은 보호자들이 안구가 없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불편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공막 내 인공물 삽입(evisceration with intrascleral prosthesis)
안구의 섬유막에 해당하는 공막과 각막을 제외한 모든 안구 내 구조물을 제거하고, 안구 크기에 맞는 실리콘볼을 삽입하여 안구를 모두 없애는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주는 수술법이다. 

각막을 포함한 안구 조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안구 관리가 필수적이라는 단점을 가진다. 또한 안구 내 감염이나 종양이 있는 경우 지시되지 않으며, 고양이에서는 인공물 삽입 후 안내 종양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어 금기시된다.


-화학적 섬모체 파괴(chemical ablation)
Gentamicin, cidofovir는 섬모체에 독성을 가지며, 적정 용량을 유리체강 내 주사할 경우 수 일, 수 주에 거쳐 섬모체가 파괴되며, 안압이 낮아지게 된다. 

두 약물 모두 망막 독성이 있기 때문에 시력이 있는 눈에서 안압 감소를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Cidofovir의 경우 주입해야 하는 양이 적어 협조적인 환자에서 보정만으로도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신마취가 어려운 환자에서 선호된다.

녹내장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으로 환자의 상태와 보호자의 기대치를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전문적인 관리가 병행될 때 녹내장 관리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