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동물메디컬센터_임상 포커스] mmvd와 V-clamp 수술 이야기➂ - TEER 수술이란, 마지막에 해 볼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중요한건 순환, 이뇨제는 독약이 아니다”

2025-01-23     개원

요즘 정말 안타깝다. 안타까운 환자 투성이다. 선 넘은 환자는 우리도 어떻게 하기 어렵다. 이 수술은 그런 수술이 아니다(선을 넘었다는 것은, 현재 폐수종 때문에 입원하여 적극적 처치 중인데, 몇 시간의 이동 조차도 위험한 상황이다).

원래 이번호의 주제는 ‘TEE(경식도초음파)에서 알아내는 이첨판 역류의 원인들’ 이었으나, 최근 연일 필자의 마음이 안타까운 이유로 주제 변경이다.

안타까운 상황은 예컨데, 이런것이다.

1. 오래 앓아오던 MMVD 환자가, 혹은 2. 오래 앓지는 않았어도 이뇨제와 강심제가 필요한 정도의 심장병을 진단받았고 약을 복용하며 지내던 환자가 컨트롤이 힘든 수준의 폐수종을 겪게 되고(아마 높은 확률로 중요 건삭의 파열이 원인일 것이다),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 아니면 브이클램프란게 있는데 그게 될런지 한번 알아보시든지요’ 라는 이야길 들은 보호자들이 전화 문의를 한다.

이런 경우 일단 첫 번째 장벽부터가 높다. ‘이뇨제 CRI 중인데도 폐에서 물이 안 빠지고 있다’가 기본이라 전원을 할 수 있을지 조차 모르겠는 상황. 오늘도, 그제도, 지난주도 한 마리씩 이런 전화 상담을 했다. 보호자의 속은 새카맣게 타고 있고 이성적인 판단이 잘 되지 않는다. 

이분들은 제일 중요한게 “당장이라도 브이클램프 수술이 되느냐”이다. 환자가 브이클램프 수술이 가능한 판막이라면 당장이라도 해주고싶은 마음은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지금 다른 병원에 입원해 있고, 판막의 상태를 알아내는것 부터 해야하는 이 상황에서 우리팀이 당장 브이클램프 수술이 가능한들 이 아이를 만날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목숨 걸고 청주까지 와서 무사히 도착한다고 하면, 그 다음부터는 폐수종이 차 있다→폐의 물을 적극적으로 빼고 TEE 검사를 해본다. 폐수종이 다행히 없다→가능하다면 수면마취 후 TEE 검사를 한다. 이렇게 TEE검사까지 하고, 만일 수술이 가능해 보이면 수술상담을 하는 것이다. 

최근 어떤 보호자가 ‘우리 아이는 진짜로 시간이 없어보인다, 실패했을때 어떤 블레임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TEE 보고 수술이 가능하면 안 깨우고 바로 수술할 수 있냐’ 라는 문의를 해왔다. 

블레임 여부나 각서가 문제가 아니다. 블레임이 무서워서 바로 수술을 결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수술이 가능해 보인다면 정말로 ‘하면 안될 구석이 없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하고, 술자 셋이 브이클램프 수술계획을 세우고, 수술 전후 관리에 대해 내과의들과 논의를 할 시간을 갖는 것이 환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만약 환자에게 진짜로 시간이 없다면 ‘깨우지 않고 바로 브이클램프 수술’이 진행될 수도 있다. 다만 그렇게 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유리할 경우에만. ​필자에게 ‘전원할테니 바로 브이클램프 수술해 주세요’라고 한 위의 환자는 전원 결정 직후에 사망했다. 시간이 너무 없는 상황에서 전화상담을 하면 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건삭의 파열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건삭이 10개라고 치면 그 중 하나가 끊어지면 나머지 9개가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그러면 9개의 건삭은 전보다 더 끊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한두개가 더 끊어져서 7~8개가 남았다고 치면 이전보다 더더더욱 끊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더 쉽게 끊어지고 더욱 많이 역류해서 환자는 시간이 갈수록 급격히 나빠진다. 

팀원 10명 중 한명이 퇴사하고, 9명이서 일을 하다 또 한명이 퇴사하고.. 그럼 나머지 사원들이 매우 열일해서 회사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다 나자빠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TEE를 보게 되면 역류의 원인이 명확하게 보이고,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흘러갈지가 예측된다. 거기에 쿠싱이나 신부전, 갑기항, 당뇨 등의 질환이 같이 있게되면 그 속도는 x2, x3 인 것이다. 그런데 건삭이 끊어지고 있으면 거기에 또 가속도가 붙는다(쿠싱,신부전 등의 고혈압 질환이 MMVD 를 악화시키는 이야기는 다음편에 해보도록 하자).

최근에 겪은 또다른 안타까운 사례. 본원에 폐수종으로 최근 2주간 2회 입원했던 환자. 일반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건삭파열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보호자도 적극적이어서 필자와 경식도초음파에 대해 상담하자고 약속을 잡았다가 이뇨제 용량을 올리고 환자가 잘 지내니 경식도 초음파도, 브이클램프 수술도 안해도 될 것 같다는 환자가 있었다. ​필자가 전화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아이가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을 때가 기회다. 또 폐수종이 올테고, 그땐 경식도 초음파를 보고 싶어도 폐수종이 빠질 때까지 또 적극적인 이뇨처치가 필요 할 것이고, 그럼 시간이 또 흐를 것이다..” 이것이 화요일이었다. 그리하여 그 주 토요일에 상담이라도 한번 하자고 예약을 잡아놓았지만 아이는 필자 전화 2일 후 집에서 사망했다. ​잘 지내고 있는게 ‘나은 것’ 도 아니고,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으면 사람 마음이라는게 ‘위험한거 무서운거 싫고, 안정적인 지금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길 바라’기 때문에 검사나 수술을 마음먹기가 참 힘들다. 필자도 직업이 수의사일 뿐 나이가 많은 아이들의 보호자이기도 하고, 누구보다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보호자이기에 보호자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브이클램프 수술은 사람의 마이트라클립 시술과 결이 비슷하다. 시간이 별로 없고, 고령이고, 이미 갖고 있는 질환 때문에 고위험군인 환자들에게 개심수술보다 덜 침습적인 수술을 하여 심장의 시간을 뒤로 돌리는 것이다.

개심수술처럼 ‘완벽하게’ 역류를 없애지 못하더라도 ‘역류를 지금보다 훨씬 줄이고, 그 위에 섬유조직이 덮히면서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지금 먹고 있는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끊을 수도 있고, 수술 전 남아있던 기대수명보다 더 긴 기대수명을 기대할 수도 있다.

최근에 만났던 해외의 수의사들이나 일본의 개심수술 병원 수의사들이 갖고 있는 생각이 ‘약을 못 끊으면 무슨 소용입니까?’라는 것에 필자는 적잖이 놀랐다. ​“덜 침습적인 수술을, 더 많은 환자군에게 하고, 약을 좀 먹더라도 길게 잘 살면 되지. 이뇨제가 독약도 아니고” 나의 반려동물에게 오랜 시간 하루 한 번 약을 먹이며 함께 살고 있는 나에게는 ‘약 먹으면서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행복하게 살면 그건 아픈것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있다.

사람의 마이트라 클립도 시술 후 역류가 일부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심하여 완벽한 판막으로 갈아끼운 환자군과 비교하여 5년 생존률이 거의 같다는 보고가 있다. N수가 2000명 가까우니 믿을 만한 보고일 것이다. 

브이클램프 시술 후 1년 4개월차인 환자들을 보면, 그들 중 advanced B2에서 수술한 환자에서만 완전히 심장약을 끊을 수 있었다(필자는 이 staging도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therapeutic index로 활용하기에는 허점과 한계가 있다). 

나이가 꽤 있고, 심장병을 오래 앓은 환자들, 혹은 빠르게 진행되는 환자군들은 역류를 거의 다 줄여놓아도, 심수축력이 부족하거나 약간의 후부하(심실에서 대동맥으로 나갈 때의 저항)를 줄이기 위한 피모벤단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장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들이 많아서 ACEI도 계속 먹어야 하는 아이들이 많다. 건삭파열의 경우 클램프로 역류를 줄이더라도 조금 남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피모벤단과 함께 저용량의 이뇨제를 지속 복용해야 하는 환자군들이 많다. 그래도 furosemide 8mg/kg/day를 0.6mg/kg/day 수준으로 줄여서 복용 중이라면(1/13 수준이다!!!!) 환자는 아마 꽤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것이다. 

요점은 TEER 수술을 하더라도 심장약을 완전히 끊을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와 보호자에게 중요한 것은 ‘심장약을 끊을 수 있냐’ 가 아니라 ‘남아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 이 아이의 시간을 뒤로 돌린다’가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완벽한’ 개심 수술을 받지 못하는, 혹은 시간이 없는 환자군들에게는 선 넘기 전에 검사하고 수술을 결정한다면 꽤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

심장의 시계를 되돌려서 원래 관리하던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지금보다 훨씬 적은 약들로 관리하며, 옛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실적인 예후’인 것. 

‘폐수종 딱 한번 터졌어요’라고 했던 환자들 중 얼마나 심각한 수준의 ‘역류의 원인’을 봤는지, 그리고 그 환자들 중 수술을 한 환자들은 앞으로도 이뇨제를 끊진 못해도 분명히 수술 전 보다 지금 훨씬 더 좋은 상황이다. 심지어 수술 직후 2개월간 심장의 역리모델링에 도움을 주고자(신장기능이 양호함을 확인한 환자군들에게만) 적극적인 이뇨제 처방을 하는데, 그런 환자들은 이뇨제를 먹더라도 전보다 더 활력이 좋고, 코가 촉촉하고, 밥도 잘 먹고, 뛰어다닌다고, “젊어졌어요!!”라는 피드백이 들린다. 결국 중요한 건, 이뇨제보다도 순환이 잘 되게 만드는 것. 

선넘기 전에 아이들이 왔으면 좋겠다. 만나보지도 못한 채, 심장병과 TEE, 그리고 수술 상담만 열심히 하고, 결국은 영영 만나지 못한 환자들이 쌓여가니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이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