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진료 조건부 허용 “동물진료 발전일까 후퇴일까”
대수회 반대 입장 밝혀…수의사 전문가 의견 반영된 명확한 규제 및 관리방안 병행돼야
최근 서영석(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출장진료 허용 예외조항’을 포함한 동물진료체계를 개선하는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해 논란이 예상된다. 해당 법안은 동물병원 내에서 동물진료업을 하도록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동물병원 내 진료 원칙을 규정하고, 동물진료체계를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지만, 출장진료 허용 예외조항에 ‘동물 소유자 등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어 출장진료 허용 범위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방문진료 시 각종 위험성 뒤따라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은 크게 ‘동물병원 내 진료 원칙 규정’과 ‘예외적 출장진료 허용’이라는 두 가지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서영석 의원은 “현행법은 수의사가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않고는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동물병원 내에서 동물진료업을 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도 없다”면서 “동물병원 외의 장소에서 진료하는 경우 약물 반출 및 공중위생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동물병원 내 진료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인 경우에만 출장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출장진료 허용 예외 조항으로 △동물의 구조를 위해 응급처치를 하는 경우 △동물 소유자 등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요청하는 경우 △축산 농가에서 사육하는 가축으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가축에 대해 진료하는 경우 △그 밖에 이 법 또는 다른 법령으로 특별히 정한 경우나 동물이 있는 현장에서 진료해야 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해 출장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허주형(대한수의사회) 회장은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동물병원 내 진료 원칙을 규정하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찬성하나 동물 소유자 요청에 의한 출장진료라면 대동물 등은 해당될 수 있겠지만 반려동물의 경우 마약이나 마취제, 전문 의약품이 병원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고, 외부 진료 시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 등이 미흡할 경우 이에 따른 책임 소재 유무의 불명확성이 있어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출장진료 성행 기폭제 될 수 있어
이번 법안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동물 소유자 등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를 예외조항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해당 조항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광범위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고, 실질적으로 보호자만 원한다면 출장진료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수회는 수의사의 방문진료를 제공·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출시되고, 동물병원에서 개별적으로 방문진료 서비스를 홍보하는 등의 동물의료체계 교란행위가 계속되자 지난 2020년 ‘동물병원 방문진료(왕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실상 반려동물 출장진료 서비스에 내부적인 규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출장진료 허용에 불을 붙이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양한 이해관계 해소 우선돼야
이번 법안은 동물진료체계 개선을 도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수의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전문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특히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출장진료 서비스의 기폭제가 될 수 있고, 환자 유인행위에 해당하는 동물병원의 방문진료 연결 및 중개 행위 플랫폼 등의 이용을 합법화할 수 있는 여지를 주게 될 것이다.
출장진료가 주를 이루는 농장동물과 달리 반려동물 진료는 원칙적으로 동물병원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물론 해외에서는 출장진료를 허용하는 국가가 다수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응급상황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출장진료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다만 이들 국가는 명확한 규제와 기준을 통해 출장진료가 남용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은 동물 복지와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강화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 시행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에 앞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인 수의사들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 이를 바탕으로 한 명확한 규제와 관리 방안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