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장진료 명확한 규제와 기준 필요하다

2025-02-06     개원

출장진료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모 유명 훈련사 사태로 촉발됐던 반려동물 출장진료 문제가 최근 서영석(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출장진료 허용 예외조항’을 포함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법상 수의사는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않고는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반드시 동물병원 내에서 동물진료업을 해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도 없다. 때문에 반려동물 출장진료는 합법성 여부와 수의계 내부 규제 사이에서 잊을만하면 한번씩 떠오르는 뜨거운 감자다.   

이와 관련해 대한수의사회는 지난 2020년 ‘동물병원 방문진료(왕진)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동물병원 내 진료 원칙을 강조하면서 “수의사가 일상화된 출장진료로 개설 동물병원에 대한 관리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 동물진료업의 정지 및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반려동물의 출장진료를 금했다. 따라서 현재 출장진료를 하는 병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일부 동물병원들이 병원 마케팅의 일종으로 출장진료 서비스를 홍보하는가 하면 출장진료를 제공 또는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도 출시된 바 있어 수의사들 사이에서 출장진료에 대한 니즈가 있음을 부인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에 서영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정안에서는 동물병원 내 진료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출장진료를 허용하는 몇가지 예외 조항을 신설했는데, 그 중에 ‘동물 소유자 등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를 포함시킴에 따라 허용 범위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동물 소유자 등의 요청의 범위를 어디까지 둘 것이냐는 기준이 모호해 해석에 따라서는 반려동물의 출장진료를 결국 허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설사 출장진료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수의계의 기본 정서가 허용하지 않는 것이 기류인데, 발의된 법안을 보면 전문가인 수의사의 이해관계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가뜩이나 출장진료를 반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출장진료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것이다. 이는 곧 동물병원 간의 경쟁을 부추기고 수의료체계의 교란을 야기하는 일이다. 

게다가 출장진료 시 마약이나 마취제, 전문 의약품 등이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크고, 응급상황 발생 시 대처 등이 미흡할 경우 책임 소재 유무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출장진료의 부작용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런 이유로 대수회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동물진료체계의 개선은 분명 필요한 일이다. 다만 일부 출장진료에 대한 니즈가 있다고 해도 명확한 가이드나 기준 없이 수의계 정서에 반하는 출장진료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수의계의 의견을 좀 더 면밀히 수렴하고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 동물진료체계 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출장진료에 대한 규제와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