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호 교수의 책이야기⑳] 10대를 위한 세계 시민 학교(남지란·정일웅, 2024)

2025-02-06     개원

이 책은 앞 표지 제목 위에 쓰인 부제인 ‘인류의 반칙 싸움에서 톺아보는 정의 이야기’라는 문구부터 범상치 않음을 보여준다. 사실 톺아본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검색을 해보았는데 ‘샅샅이 세밀한 틈새까지 살펴보다’는 뜻이라 한다. 

제목과 목차를 찬찬히 살펴보면 저자가 요즘과 같은 시대에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다양한 사례를 탐구하며 이 책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현직 교사이기도 한데 이러한 고민을 자신이 가르치는 십대 소년소녀들에게 전달하고자 십대의 눈높이에 맞추어 글을 써내려 간다. 그러나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할 만한 주제를 가볍지 않은 언어로 다루고 있다.

필자 또한 성인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로 삼십 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여러 세대의 젊은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된 요즘의 젊은 세대들을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각자도생이 가져온 뜻하지 않은 결과물이 바로 공정에 대한 민감함인데 꼰대의 시각일지 모르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자신의 이익에 민감한 만큼 타인의 이익 또한 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데 그것이 타인에 대한 존중 및 이해에까지 미치는 지는 잘 모르겠다. 저자는 이러한 처지에 놓인 십대들에게 자신을 포함한 모든 개인이 각자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전 세계에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과 사례를 통해 반복해서 묻고 또 묻는다.

책을 펼쳐 맨 앞의 들어가는 말만 읽어도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어떻게 본인이 관심 가득한 주제들을 가지고 독자를 설득하고 이끌어 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부제에 정의 이야기라고 써서 일까? 책의 도입부는 ‘정의란 무엇인가요?’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누구나 각자의 세상 속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주체인 ‘사람’이 있음을, 그리고 그 소중한 하나의 사람이 마치 멀티버스처럼 다 각자만의 세계를 산다고 설명하면서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그 개인 하나하나가 존중되어야 정의가 실현되고 그러한 정의가 비로소 가치 있는 것 아닐까 라고 되묻는다.

책은 전체가 총 6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 환경을 시작으로 2부 어린이 인권, 3부 양성평등, 4부 경제, 5부 민족과 인종, 6부 종교로 나뉜다. 이렇듯 주제는 뚜렷하게 구분되어 보이지만 그 바닥에 깔린 일관된 메시지는 약자에 대한 관심이다. 물론 여기서 약자는 꼭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각 주제별로 7~8개 가량의 소주제들이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소주제의 제목이 대부분 물음표로 끝나는 문장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자력 발전을 없애도 될까요?’ 라던가 ‘어린이가 일을 해도 되나요?’,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게 아니라고요?’ 같은 식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어떤 특정 주제들은 너무 이분법적인 정의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십대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표현하는 언어는 격하지 않다. 십대들 눈으로 이 책을 본다면 환경이나 양성평등, 민족과 인종, 종교 등에 있어 보다 더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어느 정도 사회와 인간에 관심이 있는 성인이 이 책을 접한다면 어린이 인권이나 경제 분야의 질문들이 더 신선하게 다가올 것 같다.

목차를 보고 난 후에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첫 장을 가볍게 펼쳤지만 마지막 책을 다 읽고 덮을 때는 글쓴이의 생각이 궁금해지며 필자 또한 글쓴이가 제목에서 묻는 그 질문들에 나만의 답을 고민해 보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책은 아주 어렵게 세상에 나온 결과물이다. 십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와 함께 읽고 시간이 좀 지난 후 한두 가지 주제를 함께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