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안과서 피부·치아·관절'까지 확대
규제 완화로 원격진료 전환점 맞나 수의사와 업계간 시선 엇갈려…기술적 보완과 책임감 있는 이용 뒤따라야
정부의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 규제 완화 방침에 따르면, 기존에 안과 질환에 한정됐던 진료 범위가 피부, 치아, 관절 질환까지 확대됐다. 실증 동물병원의 수도 기존 4곳에서 최대 100곳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보호자들과 펫헬스 스타트업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의계에서는 반려동물 원격진료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려인 기대감 및 편의성 상승
우선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 규제 완화는 보호자들의 편의성을 상승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거동이 불편한 반려동물이나 동물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거주하는 보호자들에게는 특히나 반가운 소식이다.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에게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직접 동물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격진료가 활성화되면 간단한 질환이나 증상은 내원하지 않고도 상담과 초기 대응이 가능해진다.
사소한 증상이지만 동물병원 방문이 망설여졌던 경우에도 온라인 상담을 통해 질병의 원인과 심각도를 판단할 수 있어 조기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련산업 촉진 기대
정부는 이번 비대면 진료 규제 완화를 통해 반려동물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관련 산업 발전을 촉진시킨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보호자들이 더욱 신속하게 반려동물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실증 동물병원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원격진료 시스템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의사들 각종 부작용 우려 커
이와 관련해 수의계에서는 신중한 입장을 표하고 있다. 원격진료는 직접적인 신체검사나 정밀 진단이 불가한 만큼 오진 가능성이 존재하고, 특히 질병의 경중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단순히 영상이나 사진만으로 정확히 진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보호자의 설명으로 반려동물의 상태를 진단할 경우 오진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오히려 반려동물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오남용 문제도 우려된다. 원격진료를 통해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약물이 오남용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수의사들은 원격진료를 보완할 수 있는 철저한 가이드라인과 보호자 대상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 각국 원격진료 플랫폼 적극 도입
이미 해외에서는 반려동물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어 해당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반려동물 원격진료가 빠르게 확대돼 일부 주에서는 수의사와 보호자가 직접 대면 경험이 없어도 원격으로 상담 및 처방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특히 대형 동물병원 체인과 스타트업들이 원격진료 플랫폼을 적극 도입하며 보호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영국 역시 원격진료가 활성화된 국가 중 하나다. 영국 왕립수의대(RVC)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구축해 보호자들이 간단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부 보험사들은 원격진료 비용을 보장하는 방안까지 마련했다. 다만 미국과 영국 모두 중증질환이나 수술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는 제한을 두고 있다.
충분한 데이터 확보 및 규제 마련 관건
수의사법 제12조에 따르면, ‘수의사는 직접 진료를 하지 아니하고는 처방전을 발급하지 못하며, 동물용의약품을 처방·투약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의사법 제17조 제1항은 ‘동물병원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동물진료업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즉, 국내는 현행법상 수의사의 직접 진료만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원격진료는 엄연한 불법이다. 제도 개선과 더불어 법률 개정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영역인 것이다.
지난 2023년 에이아이포펫의 티티케어(TTCare) 앱이 ICT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비대면 진료의 물꼬를 트는 듯했으나 당시 수의사 단체는 의학적 안전성과 임상적 유효성, 비용 경제성 등의 이유로 반대를 표했으며, 현재까지도 사업의 수용성이 높지 않아 현실적인 실용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비대면 진료 규제 완화가 반려동물 원격진료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반려인들의 편의성과 질병 조기 진단의 이점이 있는 반면 오진 가능성과 의료사고의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실증 병원 운영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수의사들의 의견을 반영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기술적 보완과 함께 보호자들의 책임감 있는 이용도 필수다. 수의사와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보다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비대면 진료 규제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