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루 학술정보②] 개 원발성 녹내장에서 염증의 역할과 관리(下)
“안압 상승 따른 악순환 끊으려면 소염치료는 필수”
<지난호에서 계속>
안구 내부에서도 심각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녹내장과 관련된 염증은 색소 부유, 사이토카인 발현 등으로 나타나고, 이는 섬유주의 변성과 리모델링을 초례한다. 예를 들어 transforming growth factor-β는 섬유주의 세포외기질 리모델링과 섬유화를 촉진하고, 이는 안방수 배출 장애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안구 내 염증, 그리고 망막색소상피(retinal pigment epithelium)의 파괴는 망막의 산화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면역계에 망막 항원을 노출시켜 신경 손상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악순환을 일으킨다.
더 골치아픈 것은 이러한 악순환이 녹내장 수술 환자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녹내장 수술 중 안방수 우회술은 녹내장으로 인하여 이미 염증 양상을 띄고 있는 안방수가 테논낭 하에 필연적으로 유입되게 되고, 이는 주변 조직의 섬유화를 일으키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된다. 또한 녹내장 안약 자체도 결막의 섬유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수술 후 염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3. 녹내장과 소염제
[Corticosteroids]
사람에서는 corticosteroids 점안 시 섬유주에 세포외기질 성분이 쌓이면서 안방수 유출을 감소시키며 안압이 증가하는 기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개에서는 이러한 보고가 드문데, hydrocortisone, prednisone, prednisolone acetate, triamcinolone acetonide, difluprednate에 대한 연구들에서도 모두 안압 상승은 동반되지 않았다. 다만 예외적으로, dexamethasone을 정상 개에서 정맥내주사 시 15분 내로 안압이 30mmHg까지 증가했다가 세시간 후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원발성 개방각녹내장(primary open-angle glaucoma; POAG) 환자견에 반복적으로 점안했을 때 안압이 미약하게 상승했다가 점안 중단 시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보고도 있다.
[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NSAIDs)]
경구 carprofen, meloxicam은 안압 상승과 연관성이 없었다. 하지만 flubiprofen을 안구에 점안할 경우 개에서 안압 상승이 보고된 바 있으며, 이는 아마도 안방수 배출의 저항을 늘리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Flubiprofen의 점안은 백내장 수술 후 녹내장 발생의 위험요소로도 알려져 있다.
[Prostaglandin analogues와 소염제의 동시 사용]
NSAIDs와 corticosteroids는 prostaglandin 생성을 억제하므로 이론적으로 endogenous prostaglandin의 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 실제로 개 연구에서 Latanoprost와 flurbiprofen을 동시에 사용했을 때는 20.4%, Latanoprost와 prednisolone acetate를 동시에 사용했을 때는 56%만큼 안압 하강 능력이 감소한다고 보고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두 안약 사이의 간격을 3시간 정도 두었을 때는 latanoprost의 효과에 차이가 없었으므로 두 가지 안약을 병용할 경우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예방적 치료와 소염제]
원발성 녹내장은 거의 대부분 양안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쪽 눈이 발병한 경우 반대쪽 눈에 대한 평가와 예방적 치료가 필수적이며, 예방적 치료를 통해 녹내장 증상 발현을 늦출 수 있다. 예방적 치료로는 carbonic anhydrase inhibitors나 β-blockers 등의 항녹내장 약물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으나 소염제와 항녹내장 약물을 예방약으로 함께 사용할 경우 점안 빈도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임상적으로 3개월가량 더 녹내장 발현을 늦춘다는 연구 결과 또한 보고된 바 있다.
[녹내장 치료와 소염제]
개에서는 녹내장 치료와 소염제에 대한 연구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람에서는 급성 원발성 폐쇄각녹내장 환자를 대상으로 항녹내장 약물을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와 항녹내장 약물과 더불어 dexamethasone을 결막하 주사했을 때를 비교한 경우 24시간 뒤 안압이 유의미하게 낮았으며 충혈, 통증 또한 덜했다는 결과가 있었다.
그리고 녹내장 수술(trabeculectomy)을 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조사 하였을 때 수술 중 세포증식억제약물(mitomycin C)을 적용한 그룹과 triamcinolone을 적용한 그룹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개 녹내장 환자에서도 유사하게 작용될 수 있겠지만 향후 전향적 연구에서 검증될 필요가 있다.
다만 소염제를 개 환자에 적용할 때 주의할 사항은 기본적으로 녹내장 치료 자체가 장기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전신 흡수의 위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체중이 적고 기저 내분비질환이 있는 환자들에서는 corticosteroids 대신 loteprednol etabonate와 같은 체내에서 분해가 빨라 부작용이 적은 약한 타입의 스테로이드 처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개의 원발성 녹내장은 여러 안구 장벽이 무너지고,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전안부에서부터 후안부까지 다양한 정도의 염증을 포함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염증이 녹내장의 원인인지, 그저 속발적 산물인지는 불분명하다. 기본적으로 많은 수의학 연구에서 만성이거나 말기의 녹내장 안구를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 상황에서의 염증성 변화는 안압의 상승이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인과관계의 진실을 떠나 안압의 상승과 그에 따른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소염 치료는 필수적이며, 이는 예방적으로도, 치료적으로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