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인터뷰 | 아버지와 아들] 정인성(로얄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과 정은석(건국대 동물병원) 수의사
“수의사로서 가고자 하는 길 스스로 만들어 가길”
정인성 원장은 지난 94년부터 임상의로 활동하며 지난 2001년에 로얄동물메디컬센터를 개원, 국내 동물병원 최초로 분과진료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체 교육센터 설립 및 유기동물 봉사활동 등 동물복지 향상과 수의계 발전에 이바지하며 지금까지 30여년간 동물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왔다. 지난해에는 ‘FAVA 2024’ 조직위원장으로서 성공적으로 대회를 이끌며 국내 수의계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아들인 정은석 수의사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건국대 수의과대학 졸업 후 동대학원에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입학해 수의영상의학을 전공하고 있다. 현재 김재환 지도교수 아래 영상진단 및 최소침습에 대해 집중적으로 공부하며,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에서 영상 판독을 하고 있다.
Q. 수의사를 희망하게 된 계기는
정은석 수의사: 처음부터 장래 희망이 수의사는 아니었어요. 어릴 때는 의학 드라마를 보고 막연히 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중학교 때 반려견을 키우면서 동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아버지가 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아져 수의사라는 직업을 고려하게 됐죠. 이후 고등학교 때 수의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공부해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에 입학했어요. 사실 아버지가 수의사가 아니었다면 수의사보다는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아버지를 통해 수의사라는 직업을 직간접적으로 계속 접하면서 진로를 수의사로 정하게 된 거죠. 지금은 수의사가 된 것에 큰 만족감과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인성 원장: 아들의 어린 시절 꿈은 의사였어요. 매체에서 보이는 의사의 모습은 낭만적이고 멋있는 모습이 강조되지만 실제로는 많은 경쟁을 거쳐야 하고, 본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불공정한 일들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 걱정이 있었죠. 수능이 끝난 후 같이 여행을 갔는데 의사로서 경쟁보다는 수의사로서 역량을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수의학과를 진학할 것을 추천했어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동물을 접해서 그런지 큰 거부감 없이 수의사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Q. 수의사 가족으로서 장단점이 있다면
정은석 수의사: 가족들과 여러 측면에서 대화가 잘 통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수의사로 활동하면서 가족 모두 수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잘 알고 있다보니 서로 이해하고 대화가 잘 통하는 편이에요. 고민이나 힘든 점이 있을 때도 잘 들어주시고, 현실적인 조언도 많이 해주십니다.
성격상 혼자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너무 바쁘셔서 궁금한 점을 많이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가끔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면 이해하기 편하도록 본인의 경험을 책에 있는 내용에 녹여 깊이 있게 설명해 주시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경험적인 측면이 얼마나 중요한지 감탄하곤 합니다.
가족 중에 수의사가 없었으면 하지 못할 이야기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점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아요(웃음). 가족들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다들 하나쯤은 있을 텐데 가족들이 일하는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가끔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정인성 원장: 같은 분야에서 일하기 때문에 직접 경험했던 부분들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얼굴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 많은 조언은 해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지만 가끔 질문을 하면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외과적인 질문을 가끔 하는데, 경험했던 것을 바탕으로 가능한 많이 알려주려고 하죠. 수의사의 아들로 살면서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큰 것 같은데, 계속 노력하고 발전한다면 자신만의 커리어를 구축할 수 있을 테니 꾸준히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다행히 아들이 자신의 몫을 알아서 잘 해 나가고 있어서 단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Q. 수의사로서 아버지를 보며 느끼는 점은
정은석 수의사: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정말 열심히 일하신다고 생각했어요. 휴일 없이 일하시고, 항상 아침 일찍 나가 밤늦게 들어오시곤 했는데, 지금도 수술이 필요하거나 중환자가 있으면 새벽에 자주 나가십니다. 수의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어서 아버지가 더욱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항상 최선을 다하신 부분이 굉장히 대단하고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되고자 하는 수의사 모습이 있다면
정은석 수의사: 끊임없이 공부하고 발전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요. 수의사가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수의학이라는 학문은 공부할 게 정말 많은 분야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전공 분야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임상분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한 학문이에요. 예를 들어 영상 판독을 하면서도 내과, 외과, 임상병리 등 다른 전공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경우가 많고, 연구가 진행되면서 새롭게 추가되고 바뀌는 내용도 많아 이러한 부분도 스스로 계속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인성 원장: 임상수의사로 일하면서 보호자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을 때 많은 성취감을 얻고 수의사가 보람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아들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해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직업을 선택하고 만족감에 있어 자신의 이상이나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 자신이 바라는 모습의 수의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스스로 만들고, 사람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가 되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닌 사회적으로도 공헌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10년 전부터 ‘동물사랑봉사’라는 사단법인에서 매 분기마다 유기동물들의 치료와 입양 준비를 돕고, 병원에 찾아오는 유기동물들을 집중해서 치료하면서 유기동물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들도 본인의 방식을 찾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수의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도 스스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본인이 직접 부딪혀 보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정은석 수의사: 우선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박사 학위 취득 후 어떤 일을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궁극적으로는 계속 공부하면서 발전하는 수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정인성 원장: 생명을 다룬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일입니다. 특히 진심을 다해 진료해야 보호자들이 필요로 하는 수의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의 에너지를 다하고, 진심을 다할 수 있을 때까지 수의사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