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일 원장 칼럼] 동물병원에서⑧

서울대는 SNU반려동물검진센터 설립을 철회하라

2025-04-10     개원

최근 SNU홀딩스에서 추진 중인 SNU반려동물검진센터 설립이 서울 광진구에 200평 규모로 인테리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곧 오픈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임상 현장의 어려움을 직접 체감하고 있는 일선 수의사로서 깊은 우려와 분노를 감출 수 없습니다.

서울대학교는 국내 최고의 국립 교육기관으로서 수의학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며 수의학 발전을 이끌어가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SNU반려동물검진센터'는 본래 서울대가 가진 교육적 사명과는 무관한 민간 진료시장에 대한 명백한 침해 행위입니다.

센터 측은 비영리기관으로서 일반 진료는 하지 않고 건강검진만을 수행하며 지역 동물병원과의 협력과 상생을 추진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SNU'라는 이름이 붙은 기관이 설립되는 순간 많은 보호자들은 당연히 이곳을 '서울대학교가 운영하는 신뢰할 수 있는 센터'로 인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그 자체로 지역의 기존 동물병원들에게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동물병원은 수의사 1~2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병원입니다. 이 병원들이 주로 수행하는 예방접종, 기생충 관리, 건강검진 등의 진료 분야는 이미 포화 상태이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렵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대학관련 기관이 민간 진료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지역의 소규모 병원들은 직접적이고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 수의학계를 이끌어가는 중추적 기관으로서의 위치와 책임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민간 진료기관과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되는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대학 본연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며, 결국 수의학 발전의 건전한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입니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서울대학교가 수의계나 지역사회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이 계획을 추진했다는 점입니다. 수의학 교육기관이라면 수의사들과 지역사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상생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계획은 이러한 상생과 소통의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수의사들은 서울대학교가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대학이 해야 할 일은 시장에 진입하여 민간 동물병원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수의사들을 위한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며 수의학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것입니다. 민간 시장에 개입하여 시장 질서를 교란시키고 소규모 병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 절대 대학의 역할일 수 없습니다.

이에 저는 일선 수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우리나라 수의계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SNU반려동물검진센터 설립 계획의 즉각적인 철회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지금이라도 서울대학교는 이 계획을 철회하고, 수의계와 지역사회와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