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동물메디컬센터 임상 포커스] mmvd와 V-clamp 수술 이야기➃ 건삭파열도 수술이 되나요??

2025-04-14     개원

|   “건삭에 문제 생기면 이첨판은 아예 안닫혀”

“우리아이가 건삭파열이라는데요, 브이클램프 수술이 되나요??” 아주 많이 받는 질문이다. 

건삭파열은 어느 건삭이 파열되었는지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빠른 속도로 심장병이 나빠지게 만든다. 

더군다나 일반 심장초음파에서는 어느 건삭이 얼마나 끊어졌는지, 지금 좌심방으로 훌렁훌렁 넘어가고 있는 이첨판이 대체 어느 부분인지(양쪽 가장자리에 가까운지, 한가운데인지) 알 수가 없기에 일단 보호자에게 “경고” 를 할 수 밖에 없다. 

경식도 초음파 검사를 하기 전의 시절을 돌아보면 우리는 일반심초를 보면서 무엇에 집중했는가?(물론 지금도 당연히 일반심초가 기본이다.)  

1. 얼마나 역류가 심한가?

2. 좌심방 압력은 얼마나 되나? 리모델링 지표들(LA/AO, LVIDDn)은? 

3. 좌방에서 좌심실로 내려오는 혈류의 속도는 어떠한가? E:A ratio 는 어떠한가? 

4. 폐고혈압은 없는가? 있다면 원인은 무엇인가? 이첨판 역류에 의한 2차적인 것은 아닌가? 

5. 그래서 약은 어떻게 써야 하지?

그런데 지금은 KAMC에서 많은 환자들의 경식도 초음파를 보면서 저런 질문들에 조금 더 디테일이 생겼다. 바로 “역류를 만드는 원인이 뭐지?”

“판막이 찢어졌나? 판막이 탈출하나? 건삭이 끊어졌나? 그래서 판막이 뒤집혀서 펄럭거리나? 판막이 조각났나? 빠르게 녹아가나?” 이렇게 말이다. 

전에는 코끼리 다리만 보고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하는 정도의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코끼리를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서도 보고, 이리보고 저리봐서 잘 그릴 수 있게 되었다. 

이 글의 원래 제목은 이 것이었다. 


건삭이 만드는 범죄 
Prolapse, flail and tethering 

건삭은 중요하다. 판막에 달린 이 낙하산 끈 같은 구조들은 너무나 중요하다. 건삭에 문제가 생기면 이첨판은 잘 안닫히거나 아예 안닫힌다. 

Prolapse는 건삭이 늘어나거나 퇴행성변화로 너덜거려서 판막이 약간 좌심방쪽으로 탈출하는 것이다. Flail은 건삭이 끊어져서 생기는 문제, tethering은 건삭은 공범이고, 건삭이 심실에 달려있는 곳의 위치가 달라져서 생기는 문제이다. 

Prolapse는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flail과 tethering이 무슨 소리인지 지금부터 알아보자. 

mmvd(이첨판 폐쇄 부전) 환자의 주치의라면 건삭에 대해 이미 빠삭하게 알고 있을 수도 있지만, flail leaflet(프레일 판막, 건삭이 파열된 판막)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우선 건삭이 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건삭은 이첨판을 붙잡고 있는 힘줄끈이다[그림 1]

chordae tendinae가 건삭이다.  papillary muscle은 건삭이 좌심실에 달려 있는 유두근이다. 건삭은 앞쪽, 뒷쪽 판막과 좌심실의 유두근을 연결하는 끈이다. 말하자면 이 힘줄끈과 판막이 만드는 구조는 마치 낙하산 같다. 

판막의 점액종성 변화는 힘줄끈이 판막에 붙어있는 부분부터 시작된다고 하고, 힘줄끈이 늘어나면 판막이 원래 위치에서 탈출하는 proplase leafet이 되고, 결국 끊어져버리면 flail leaflet이 된다. 이것이 독자들이 알고 있는 '건삭파열' 상태인 것이다. 

만약 판막의 가장자리가 아닌 secondary chordae가 끊어지면billowing leaflet이 되면서 이 역시도 앞뒤 판막 사이의 gap을 만들면서 심한 역류를 만든다[그림 2].


<이첨판 판막의 문제들> 
혈액의 흐름 순서에 따라 닫히고 열리는 것이 규칙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판막이 지멋대로 '마구 펄럭'이고 있으면 당연히 엄청난 양이 좌심방으로 역류한다[사진 1].

 

|  “판막 펄럭거림 심할수록 수술 난이도 올라가”

<심한 프레일 판막>
연재글 1편에서 펼쳐놓은 ‘mmvd의 단계’에 대한 필자의 생각에서 ‘약 처방해준대로 잘 먹고, 식이조절도 하고, 별 문제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계속 빠르게 심장이 커지거나 폐수종이 터졌다, 그래서 결국 C가 되었다’ 라는 것은 급격한 변화가 생긴 것이고, 그 변화에는 판막이 녹고, 판막이 찢어지고, 또 건삭이 끊어지는 것이 포함된다.

[사진 2] 갑자기 심장이 커진 환자의 경흉부초음파, 심한 경우 경흉부심초음파에서도 뚜렷하게 프레일이 확인된다.

건삭은 한개가 아니라 여러 가닥이다. 이 중 누가 끊어지느냐가 환자의 예후를 결정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mmvd 중 많은 아이들이 판막의 중앙에 가까운 부분의 primary chordae rupture로 인한 flail leaflet이다. 어떤 아이는 stage A 나 B1에서 바로 C나 D가 되기도 한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삭이 끊어질 경우 훨씬 많은 역류량이 생기고, 더 심하게 펄럭거리면서 주변의 다른 건삭도 끊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 flail leaflet은 TEER(V-clamp) 수술이 가능할까?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YES 이다. 펄럭거리는 판막을 클램프 내로 '접히지 않게' 위치시켜서 잘 잡는 것에 성공한다면 다른 과정은 다른 환자들과 비슷하다. 그런데 그 펄럭거림의 정도가 수술의 난이도를 결정한다. 펄럭거림이 심할수록 클램프 내에 안정적으로 위치시키는 것이 어렵다. 간신히 잡아온 프레일판막이 쇽 하고 클램프에서 다시 탈출할 때마다 아주 약이 올라서 죽을 지경이다. 혹은 접혀서 잡힐까봐 불안하기도 하다.

한쪽만 프레일이 있는지 양쪽 다 있는지도 중요하다. 심한 펄럭임이 한쪽에 있고, 반대쪽도 flail이라면 난이도는 꽤 높다. 만약 심하지 않은 flail이 양쪽에 있다면 일반적인 브이클램프 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수술 후 c-arm 을 확인하는데, 이 때 우리 팀의 네비게이터 알박사가 종종 이렇게 말한다. 클램프가 참 촐랑맞게도 움직인다고. Flail leaflet은 클램프로 잡아두어도 움직임이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날 때까지는 술자는 마음이 타들어간다. 잡아놓은 판막이 클램프랑 같이 안정화 되기까지 열흘 정도가 걸리는데 그때까지 찢어지지 않고 잘 버틸것인가.

이런 환자의 수술을 하면 며칠간 매일 아침 청진 할 때마다 얼마나 긴장이 되는지 모른다. 움직임이 크면 그만큼 찢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건삭이 죄다 끊어져 있으면 클램프 후에도 판막의 움직임은 여전히 남들보다 크고, 클램프의 움직임도 널뛰기를 한다(이 수술의 영상을 보고 싶다면 blog.naver.com/bbiriri9에 들어오시라). 

어제 심한 프레일 판막(severe flail leaflet)에서의 브이클램프 수술을 한 환자가 1주차 리첵을 다녀갔다.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 좀이 쑤신 필자는 주치의가 진료를 보기도 전에 청진기를 챙겨들고 버선발로 뛰어나가 환자의 왼쪽 가슴에 청진기를 대어본다. 사실은 문제가 생겼다면 응급실로 실려오지 ‘예약’에 맞추어 재진을 올 리 없다. 

D단계였던 이 환자는 수술 후 이뇨제를 끊었다. 프레일이 심했던 만큼 환자가 2.08kg밖에 안 되는 환자에 심근수축력이 형편없던지라 수술은 꽤나 어려웠다. 누가 이런 환자 수술한다고 하면 수술 전 후 관리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고 파이팅을 외쳐줄 만큼 별로 만나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수술 후에 이뇨제 한번도 먹지 않고, 밥도 잘 먹고, 표정도 좋은 아이를 보니 머리카락 끝부터 모근까지 느껴지던 그날의 긴장감을 다 잊을 만큼 좋다. 

“선생님!! 잘때 호흡수는 18회에요!! 이정도면 괜찮은건가요?” 암요. 암요. 괜찮고 말구요. 어휴 기특한 녀석. 

그리고 다음 이야기, 건삭과 유두근이 만드는 또 하나의 나쁜 상황인 테더링.

[그림 3] 정확히는 건삭과 유두근이 범인이 아니라 커진 심장이 범인이다. 가운데 그림을 보자. 심장이 커지면서 유두근의 위치가 바뀌니 판막이 아래로 당겨진다.

좌심실이 커진다→유두근과 건삭, 이첨판의 위치관계가 바뀐다→건삭이 더 팽팽하게 판막을 잡아당긴다→판막이 잘 안 움직이고 잘 안 닫힌다. 문이 계속 열려 있다. 

이 개념은 이제까지 경흉부초음파에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던 개념이다. 경식도 초음파를 보면서 새로 알게 된 것 중 하나인데, 나는 작년 5월에 유레카를 외쳤다. 테더링이 있던 예삐가 가르쳐줬다. 수술 전 이뇨 처치를 적극적으로 했더니 테더링이 풀렸다.

[사진 3, 4] 심장이 작아지면서 팽팽하게 당겨지던 건삭과 이첨판이 조금 여유가 생기면서 판막이 움직이고, 잘 닫히기 시작했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이뇨제를 올려서 심장이 작아지면 테더링이 좀 풀리면서 판막이 다시 잘 닫혔을 것이다. 물론 점점 질병이 진행되어 가면서(예삐는 반대쪽이 flail이었다) 다시 심장이 커지고, 그럼 또 테더링이 생기면서 급속도로 안 좋아지고, 또 이뇨제를 올리면 한동안 매우 괜찮고. 이런 상황의 반복이었을 것이다. 

즉, 테더링이 역류의 주된 범인인 아이들은 이뇨제의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좋을 것이란 것. 혹시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는 내과의들이여.. 심장환자들의 경식도 초음파 영상이 너무 궁금해지지 않으셨는지. ​

어찌됐든 판막을 붙들고 있는 건삭이란 녀석은 이첨판 질환의 key 역할을 한다. 주범이 되면 아주 사정없이 빠르게 환자를 악화시킨다. 심한 flail 환자는 수술까지 고려하기 전에 이미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마취해서 경식도 초음파를 보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이다. 양쪽의 심한 billowing 환자도 마찬가지이다. 양쪽 판막사이의 horizontal gap이 생기면서 역류가 너무나 심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

기침증상으로 내원한 MMVD 환자의 경식도 초음파를 보았더니, 양쪽 flail이 확인되었다[사진 5]. 

나와 함께 경식도 초음파실에 있던 주치의는 이렇게 말했다. 

“아... 이런식이면 퇴원 못하지... 얘를 집에 어떻게 보내(집이 청주에서 3시간 거리이다). 건삭이 하나만 더 끊어지면 폐수종 확 진행될텐데 그럼 죽을수도 있잖아. 나는 얘를 퇴원 못 시켜 최대한 빨리 수술해줘”라고 말했다. 

나 역시도 stage D 환자가 되기 전에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 술자 2인, 영상, 마취자, 주치의까지 다섯명의 시간을 맞춰본다. 쉽지 않다.. 어쩔땐 결국 점심시간에 할 때도 있다. 급하면 어쩔 수 없다. 

작년에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알박사(경식도 초음파 보는 자), 우리가 브이클램프 수술을..... 응급수술로 바로 당일에 하는 날이 올까?” 

알박사가 말했다. “...... 지금도 충분히 응급 수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그러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 두 마리의 경식도 초음파 검사에 다녀왔다. 한 마리는 flail이 심하고, 나머지 한 마리는 곧 flail이 되려는 것이 보인다.  그만 쓰고 수술상담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