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개원가 생존권 침해 논란”
광진구수의사회, 간담회 열고 성제경 대표와 첨예한 대립...전국 수의사회 연대 본격화될 듯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대표 성제경)’ 설립을 둘러싼 지역 수의사회의 강한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지역인 광진구수의사회(회장 강진호)가 지난 4월 15일 ‘서울대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설립에 대한 간담회’를 열고, 성제경 대표로부터 직접 입장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성제경 대표는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설립 배경을 설명하며 “수의학에서 특정한 질환에 대한 데이터는 확보된 사례가 있지만, 사람처럼 아프기 전 건강검진에 대한 데이터는 전 세계적으로 확보된 곳이 없다”면서 “센터 설립은 반려동물의 생애주기 건강 데이터 확보를 위한 공공 프로젝트로서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신약 개발이나 장기적 연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조기 진단을 통해 반려동물의 건강 유지 와 증진을 도모, 반려동물의 전 생애주기에 따른 데이터 확립에 중점을 두고 있는 만큼 치료는 일절 하지 않고, 오직 건강검진만을 시행하는 구조를 갖춰 지역 동물병원과 상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진구를 포함한 서울 전역의 수의사들은 “사실상 검진 자체가 진료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광진구에서 동물병원을 운영 중인 원장 A씨는 “건강검진은 지역 동물병원 중에서도 특히 1인 동물병원의 핵심 수익모델 중 하나다. 서울대라는 간판을 내세워 건강검진을 진행한다면 보호자 입장에서는 서울대가 더 낫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원장 B씨 역시 “해당 센터 설립 자체가 대학이라는 공공기관의 권위를 이용한 일방적인 추진 행위”라면서 “데이터 수집이라는 공익적 명분 뒤에 사실상 새로운 진료 시장을 개척하려는 의도가 숨겨진 것으로 보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성제경 대표는 “로컬 동물병원과의 진료 영역 오버랩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가의 건강검진을 풀 패키지 형태로 운영할 예정이다. 무증상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건강검진 및 치료 금지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센터를 설립하지 않으면 데이터 확보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이미 주어진 인프라와 시스템을 활용해 일선 병원과의 협력 방식도 고민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한계를 느껴 독자 센터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는 서울대학교가 설립한 사업지주회사 SNU홀딩스의 자회사 스누펫(대표 이종수)이 추진 중인 반려동물 검진센터로 현재 서울시 광진구 구의강변로 46 위치에 총 2개의 층, 200평 규모로 설립을 추진 중이다.
성제경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는 지난해 12월 법인 설립을 허가받았으며, 동물병원 설립 신고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완공 후 센터 운영 시 주당 30마리 정도의 검진을 목표로 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시수의사회(회장 황정연)와 광진구수의사회를 중심으로 서울 전역의 수의사 분회장들이 대거 참석해 사실상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설립을 전면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자리가 됐다.
강진호 회장은 “설립 반대 입장은 명확하다. 이는 단지 광진구만의 문제가 아닌 전국 수의사들의 생태계 전반에 대한 문제”라면서 “이번 일이 선례가 돼 제2의, 제3의 검진센터가 생기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황정연 회장은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센터의 설립 여부를 넘어 외부 자본에 의한 동물의료 시스템의 변화, 수의사법의 미비 등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낸다”면서 “공공성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영리성을 경계하고, 상생이 아닌 침해라면 설립은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측은 이번 간담회를 통해 수의사들의 강한 반대 의견을 확인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지만, 설립 자체에 대한 철회 여부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즉답은 어렵지만 수의사들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만을 내놓은 상태다.
한편 이번 간담회를 기점으로 전국 수의사회 차원의 연대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대라는 상징성과 외부 자본의 개입이라는 민감한 요소가 맞물리면서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 설립 문제는 향후 수의학계 전체의 구조 변화에 대한 논의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