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느 때보다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SNU반려동물헬스케어센터’(이하 SNU센터) 설립과 관련해 개원가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애초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이 SNU센터 설립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달리 최근 서울대 수의대 소속 교수가 SNU동물진료법인의 이사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상수의사들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대한수의사회와 관련 지부 및 단체들의 대응이 성명서 발표 등 요식행위에만 그치고 있어 회원들의 반발이 더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4월 대수회가 진행한 ‘SNU검진센터 설립 철회 촉구 서명운동’에 약 4천여명의 수의사가 대거 동참할 정도로 이번 사안에 대해 수의사들이 느끼는 심각성이 얼마나 큰 지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중앙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나 대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방관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회원들의 불만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욱 암울한 것은 SNU센터 설립을 수의계에서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인데 문제는 SNU센터 설립을 제지하지 못할 경우 의료법은 물론 수의사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사무장 동물병원’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써 제 2, 제 3의 SNU센터가 활개를 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수의사법에서도 비영리 재단법인만이 동물진료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지만 서울대학교는 자회사인 스누펫과 SNU홀딩스를 통해 사실상 영리 목적의 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종의 편법으로 법망을 피해가고 있어 현행법상에서는 이를 저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응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SNU센터는 설립 목적을 데이터에 초점을 맞춰 반려동물의 생애주기 건강 데이터 확보를 위한 공공 프로젝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동안 외부 자본 투자 대부분이 결국엔 수의료 데이터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SNU센터의 데이터 확보 명분 또한 영리사업을 위한 초석이 아니겠느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다.
1차 병원들에게는 건강검진 자체가 진료영역을 침범하는 것인 데다 SNU라는 서울대 타이틀을 달고 서울에서도 뛰어난 상권을 자랑하는 동서울종합터미널 앞에 위치해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와 쇼핑몰이 들어설 것이라는 구체적인 정황까지 나오고 있어 당초 입지 선정부터가 영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SNU센터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곧 오픈한다는 소식이 들릴지도 모른다. 현재 1인 시위니 삭발 시위니 하는 대응책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사무장 동물병원 또는 편법을 통한 영리병원 설립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더 강력한 법적 규제가 유일하다. 내년 초에는 중앙회와 각 지부들의 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편법의 사무장 병원을 근본적으로 척결할 수 있는 추진력 있고 강력한 리더십이 그 어느때 보다도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