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객 관리 더 이상 남의 얘기 아냐

2025-06-05     개원

지금까지 이런 불경기가 없었다고 할 만큼 동물병원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대형과 소형병원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욱 심화되며 1인 로컬병원들의 경영난이 극에 달하고 있다. 

그나마 대형병원들은 매출이나 내원 환자 수 등의 지표에서 유지 내지는 약간의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중소형 동물병원은 매출 감소는 물론 고객 이탈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 불경기를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최근 우리엔이 발표한 2022년~2025년 동물병원 경영지표에 따르면, 소형병원은 총매출액이 최근 3년간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감소 폭은 더 크다. 내원 건수도 최대 20%까지 감소했으며, 재방문 고객 비율은 대형병원의 절반 수준이다.  

진료 건수는 매출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인데, 월 매출 2천만 원 이하의 소형병원은 환자 수가 최근 3년간 평균 10~20%가 줄어든 데다 방문환자당 매출까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형병원의 환자 수는 월 180마리에서 160마리 수준으로 계속 하락했지만 대형병원은 월 1,000마리 이상의 환자 진료 건수를 유지하고 있어 소형은  대형병원의 16% 수준에 그쳤다.

신규 환자 수도 대형병원이 매월 150~160마리를 유치하는 반면 소형병원은 월 18마리로 엄청난 격차를 보이고 있어 대형과 소형병원 간의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게 벌어지고 있는 추세다.

신규보다도 기존 고객을 잡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 우리엔이 발표한 기존 고객 이탈율을 보면 18개월 동안 재방문하지 않은 이탈 위험군이 전체 내원 고객 중 25~30%나 됐다. 동물병원들의 고객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한눈에 보여주는 수치다. 이는 체계적인 고객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메디컬에 비하면 동물병원은 전혀 고객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대형병원들은 벤치마킹을 통해 자체적으로 고객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1인 병원들은 고객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건지 방법은 고사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는 고객 관리라는 개념조차 갖고 있지 않아 고객 관리는 대형병원들이나 하는 것으로 간주해 버리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아이러니한 것은 진료비에 대한 불만은 대형보다 소형병원에서 더 많이 자주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는 소형병원들이 얼마나 고객 관리를 등한시했냐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인데 오히려 대형병원들은 건당 진료비를 최근 3년간 약 14% 인상한 반면 소형병원들은 정체 혹은 상승 폭이 미미한 데도 불구하고 진료비 불만까지 듣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지 진료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료 과정에 대한 설명 부족과 보호자 와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못했고, 여기에 예약시스템이나 재진 관리의 부재 등이 합쳐지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진료비 불만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고객 관리는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앞으로 병원을 유지해 나가려면 예약 시스템 도입부터 재진 팔로업 관리는 물론이고, 보호자 교육을 통해 재내원을 이끌어내며 기존 고객들을 끊임없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요즘 같은 불경기와 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