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SNU건강검진센터가 위치한 서울 광진구의 강진호 분회장

“명백한 수의사 생존권 침해, 끝까지 대응할 것” 비영리 위장한 구조...이대로 두면 제2, 제3의 센터 생길 것

2025-07-18     김지현 기자
강진호

 

SNU반려동물검진센터(이사장 성제경, 이하 SNU센터)가 지난 6월 16일 서울 광진구에 문을 열며 전국 수의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 수의사들이 6월 17일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시위를 시작한 이후 주요 관련 단체가 순차적으로 거리로 나섰고, 광진구수의사회도 6월 23일부터 센터 앞에서 매일 아침 1인 시위를 이어가며 센터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센터가 입지한 광진구는 중소형 1인 동물병원이 밀집한 지역으로, SNU센터가 지역 병원들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서울대라는 브랜드를 앞세운 건강검진 사업이 결국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고, 경쟁을 유발한다는 게 핵심이다. 본지는 광진구수의사회 강진호 분회장을 만나 SNU센터에 대한 현재 대응 상황 및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Q. 현재 시위 진행 상황과 향후 대응 계획은
매일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SNU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는 타 지역 수의사들이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고, 우리는 센터 바로 앞에서 대응 중이다. 광진구 27개 동물병원 중 20명 넘는 원장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저도 거의 매일 현장에 나가고 있다. 날씨가 너무 더워 힘들지만 3주째 멈추지 않고 있다. 광진구 분회는 센터가 문을 닫을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막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지만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다.
 

Q.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
SNU센터는 비영리법인이라고는 하나 그 위에 스누펫이라는 영리법인이 연결돼 있다. 50억 원을 투자받은 구조이기 때문에 당연히 수익 회수가 따른다. 만약 그 수익이 스누펫이나 SNU홀딩스 같은 영리 주체로 흘러들어간다면 명백한 문제다. 겉으로는 비영리인 척하면서 영리 행위를 가능하게 만든 편법적 구조다. 실제로 수익이 발생했는지 외부에서 확인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지속적인 압박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근본적인 우려는 이 구조가 하나의 ‘모델’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교수의 이름 걸고 외부의 투자를 받아서 비영리센터를 내세우고, 브랜드 힘으로 환자를 끌어 모아 수익을 회수하는 이런 방식이 성공한다면 다른 학교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센터가 생길 수 있다.
 

Q. SNU센터는 ‘검진만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검진’이라고 하면 건강한 동물이 정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하러 오는 개념을 떠올리겠지만 실제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검진은 보호자가 동물의 이상을 느끼고 내원했을 때질병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뤄진다. 즉, 검진은 진료의 일환으로서 병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단순 검진만 한다고 하면서도 실상은 환자를 끌어갈 수 있는 구조다.

가오픈이라고 하면서 검진 패키지를 할인했는데, 일반 병원의 건강검진 비용보다 저렴한 수준이었다. 검사 항목도 로컬 병원에서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고, 특수한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엔 덤핑이다. 이런 행태가 ‘서울대’라는 이름과 결합되면 지역 병원들은 경쟁 자체가 어렵다.

게다가 센터는 ‘검진센터’로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동물병원’으로 허가를 받았다. 법적으로 진료·치료·입원 모두 가능하다는 뜻이다. 지금은 ‘치료는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거나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Q. 센터 외부 설립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동물병원에 있는 기존 검진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한다. 센터 근무자들도 서울대 출신이거나 거기서 일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왜 굳이 광진구 한복판, 민간 병원 인접 지역에 센터를 세웠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SNU’라는 약자를 붙인 것도 문제다. 사람들 입장에선 당연히 서울대가 직접 운영하는 기관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공공성을 앞세운다면 지역사회와 충돌하지 않게 학교 울타리 안에서 해야 맞다.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지만 투자로 50억 원을 확보해 놓고도 밖으로 나온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자금으로 서울대 안에 공간을 임대했으면 됐을 일이다.

운영 주체가 현직 서울대 교수라는 점도 문제다. 책임을 명확히 질 거라면 교수직을 내려놓고 센터장을 정식으로 맡는 게 순리다. 더군다나 임상이 아니라 기초 과목 교수라는 점에서도 의문이 남는다. 지금처럼 애매하게 이름은 서울대인데고 운영은 민간식이고, 위치는 민감한 지역에 두는 건 수의사 사회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이다.

 

Q. 센터 측은 데이터 수집을 통해 공익적 목적을 추구한다고 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많다. 한 기관, 한 병원에서 모은 데이터가 과연 얼마나 다양하고 신뢰도 높은 자료가 되겠는가. 오히려 여러 동물병원이 연계해서 데이터를 축적하는 구조가 훨씬 더 타당하고 의미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특정 병원 하나가 데이터를 독점해 활용하거나 외부에 제공하겠다는 건 공익성과도 거리가 멀고, 불투명한 면이 많다.

특히 반려동물 보호자의 정보나 의료기록이 연계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민감한 윤리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 물론 ‘동의를 받는다’, ‘익명화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누구에게 넘기고, 어떤 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1인 시위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생존권이나 골목상권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이 구조 자체가 수의사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교 산하에 자회사를 두고, 외부 투자를 받아서 비영리법인을 세우는 이런 구조는 다른 대학이나 일반 법인들도 따라할 수 있다. 심지어 수의과대학뿐만 아니라 의대, 심지어 일반 대학도 동물병원 원장 한 명만 세우면 이 구조를 복제할 수 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수의계는 이 모델을 따라한 기업형 센터들에 장악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