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동물병원 살아남을 수 있을까”

프랜차이즈·대형병원 시대 “경쟁 대상이 바뀐다” 1인 동물병원 해법은 ‘차별화·연합·예약·CRM’…다르게 강해지는 전략 필요해

2025-08-22     박진아 기자

 

국내 동물병원의 73%는 수의사 한 명이 운영하는 1인 병원이다. 대형병원 성장세 속에서 1인 병원은 다르게 강해지는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엔 ‘2025 인사이트 세미나’에 따르면, 월 매출 1천~2천만 원대 소형 병원은 2022년 대비 2023년에 매출이 8.0% 줄었고, 2024년에 다시 12.8% 감소하며 2년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 2억 원 이상 대형병원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형과 소형병원의 격차가 벌어지는 배경에는 최근 동물병원 환경의 변화가 있다. 프랜차이즈 혹은 체인형 병원은 자본과 마케팅을 앞세워 네트워크를 넓히고, 대형병원은 첨단 장비와 원스톱 체계로 신뢰를 강화한다. 규모와 시스템의 차이가 곧 경쟁력의 차이로 번지는 요즘 1인 병원에는 ‘다르게 강해지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화진료 차별화로 충성 고객 확보
우선 차별화된 진료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병원 역량에 맞는 1~2개 핵심 진료영역, 예를 들어 고양이·치과·피부·재활·노령 등을 정하고, 필요한 장비·인력·교육에 예산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다.

경기도 구리의 안심동물의료센터는 인터벤션 중심의 레이저 진료에 역량을 모아왔다. 장인성 원장은 “대형 동물병원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제공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해 전면에 내세우고, C-arm과 3D 초음파 같은 장비에 투자함으로써 진료 품질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즉, 장비와 인력 운용의 무게 중심을 넓이가 아니라 깊이에 둔 것이다. 

이런 원리는 울산 이승진동물의료센터(원장 이승진)의 성장 과정에서도 확인된다. 2002년 1인 병원으로 출발해 현재 4층, 600평의 대형 동물병원이 되기까지 20여 년간 성장을 거듭한 병원이다. 개원 초기에는 지역 내에서 ‘믿을 수 있는 1차 진료’로 신뢰를 쌓았고, 축적된 수요를 바탕으로 수술 장비와 전문 인력을 단계적으로 확충했다. 

이승진 원장은 “한 번에 키우기보다 필요한 진료 영역부터 차근차근 확장하는 것이 환자와 병원 모두에 안정적”이라고 비결을 전했다. 무리한 외연 확대보다는 지역 수요가 검증된 영역부터 표준진료 프로토콜과 설명력을 갖춤으로써 그 깊이로 재방문과 구전이 이어지는 선순환을 설계했다는 것이다.


‘연합’ 으로 네트워크 올라타기
1인 병원이 한 번에 규모를 키우는 방법은 연합 즉, 얼라이언스이다. 개별적으로 하기 어려운 마케팅, 온라인 판매, 교육, 브랜드 관리, 표준진료 방식을 네트워크가 대신 제공해 주면 작은 병원도 디지털 기술과 조직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코벳(대표 오이세)은 1인 병원 매출 증대를 겨냥한 ‘코벳 클리닉 플러스’를 공개했다. 핵심은 마케팅–이커머스–AI 진단의 일체형 설계다. 네이버 블로그·플레이스·파워링크를 전문 대행해 신규 유입을 만들어 주고, 기존 고객 관리는 카카오 채널로 이어지게 설계했다. 카카오 채널에는 연동형 쇼핑을 붙여 병원으로 주문이 바로 들어오게 하고, 배송은 Vet2Home으로 당일 3시간 내 처리해 동네 상권의 속도 우위를 살렸다. 

이렇게 대행·배송 파트너가 이미 세팅돼 있어 ‘코벳 클리닉 플러스’를 이용하면 1인 병원도 무리한 인력 증원 없이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현재 코벳은 참여 병원을 모집 중으로 관심 있는 병원은 상담 후 패키지(베이직/스탠다드/프리미엄)를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벳아너스(대표 서상혁)는 ‘믿을 수 있는 동물병원 연합’을 표방한다. 각 병원이 주체성을 유지한 채 네트워크의 리소스를 빌리는 방식으로 브랜딩·교육·경영지원·세미나 등을 함께 진행하며, 서비스 품질의 균일화와 비용 절감을 동시에 노리는 모델이다.

가입 신청-사전 리서치-심층 인터뷰-최종 심의의 절차를 통해 1인 병원도 가입할 수 있는데, 2021년 출범 이후 현재 70개가 넘는 회원 병원으로 확장됐다. 

대형병원이 한 건물 안에 물리적 규모와 협진체계를 집약해 원스톱을 만든다면 연합 모델은 흩어진 병원을 하나의 조직처럼 연결해 마케팅·교육·표준 진료·구매력을 공유하는 것이다. 


‘예약·CRM’으로 재방문율 높여야
1인 병원의 매출을 지키는 핵심은 환자가 다시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엔의 ‘2025 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매출 차이의 가장 큰 요인은 ‘미래 예약 비율’이었다. 월매출 2억 원 이상 병원의 미래 예약 비율은 33.6%로, 1~2천만 원대 소형병원(4.97%)보다 6배 이상 높았다.

건당진료비가 높아져도 내원 환자 수가 줄면 소형 병원은 매출을 방어하기 어렵다. 반면 다음 방문이 미리 예약된 병원은 환자 수가 감소하더라도 매출 하락 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재방문을 늘리려면 예방접종, 정기검진, 치과·피부 관리 등 주기적인 진료를 진료 단계에서 바로 예약으로 확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후에는 문자·앱 알림 등 리마인드 기능을 통해 예약 이탈을 줄이고, 환자군별 맞춤 캠페인, 예를 들면 6·12개월 검진, 계절별 피부관리 등을 연중 계획에 맞춰 운영하면 효과가 높다. 

또한 문이 닫힌 시간에도 예약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면 재방문율을 한층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엔의 전자차트 ‘이프렌즈’와 네이버 예약 연동 기능을 활용한 병원에서는 전체 예약의 약 26%가 비영업시간(오후 10시~오전 9시)에 접수됐다.

이는 하루 예약 100건 중 4분의 1 이상이 영업시간 외에 들어온다는 의미로 영업시간에만 의존하는 병원 대비 신규 환자와 재방문 환자를 확보할 기회가 최대 25%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렇게 24시간 예약이 가능한 구조는 병원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1인 병원은 업무 과중, 인력난, 운영비 상승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환자 수 감소와 매출 변동성까지 겹치면 운영 자체가 불안정해진다. 

이제 해법은 전략 전환에 있다. 진료의 깊이를 분명히 하고, 연합으로 못 하는 부분을 보완하며, 예약·CRM을 기반으로 재방문을 설계해야 한다. 더 이상 가까워서 가는 병원에 머물지 않고, ‘찾아가는 병원’이 되어보자.